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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걸음을 해온 남북 도로 연결사업이 미북 정상의 판문점 회담으로 새 전기를 맞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남북 간 도로설계 기준이 다른 데다 북한이 경의축 연결과 함께 동해선 신설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어 첫삽을 뜨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남북도로 연결사업은 미북 간 대화 등 대외여건에 따라 유동적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어서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제시했던 연내 기본설계가 녹록지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남북 도로 연결 사업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제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이렇다 할 변화가 없는 처지다. 국토부 관계자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냉각기가 이어지면서 사업 추진과 관련해 크게 달라진 건 없다"면서 "다만 사업 추진을 위한 사전준비는 해왔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전 준비는 남북 간 도로 설계지침의 비교 분석 작업이다. 이 사장은 지난 3월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서 고속도로 설계 안내도서가 왔다"면서 "(남북 간) 설계 지침의 차이점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와 도로공사 설명을 종합하면 설계기준에 대한 비교분석은 지난달까지 일단락된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철도는 국제기준이 명확한 편이나 도로는 나라마다 환경 등을 고려해 조건이 다르다"면서 "남북이 도로 건설을 국제적 수준에 맞게 하자고 합의한 만큼 설계기준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우선 남북이 서로 다른 도로 폭이 문제로 지적된다. 우리나라 고속도로 차로 폭은 최소 3.6m 이상으로 돼 있다. 북한은 최소 차로 폭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부분이 나중에 적잖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견해다.
서로 다른 차로 폭 설계기준은 사업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의 차로 폭이 3.5m로 0.1m 좁다고 가정하면 왕복 4차로로 건설할 때 전체 도로 폭은 0.4m 차이 난다. 여건상 사업이 먼저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개성~평양 고속도로를 예로 들면 0.4m의 도로 폭이 왕복 320㎞에 걸쳐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토목, 도로 포장 등의 작업과정에서 공사물량이 달라지고 이에 따라 사업비가 변동될 수밖에 없다. 완공 후 유지·보수 비용과도 관련된다. 차로 폭원 결정은 도로 설계속도와 교통량 등 안전과도 관련돼 있다.
차로 폭은 동해선 건설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동해선은 7번 국도에서 해변을 따라 북쪽으로 이어지는 고성~원산 구간이 현대화사업 대상으로 거론된다. 현재 이 구간에는 왕복 2차로 도로가 있다. 동해선은 애초 기존 도로를 확장해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됐으나 북한에서 신설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는 지형상 4차로 설계가 안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차로 폭은 동해선 신설이나 확장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개성~평양 고속도로는 기본설계가 예상보다 다소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 사장은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개성~평양 고속도로는 2007년 기본자료를 많이 확보하고 지난해 말 남북 공동조사단이 현지 조사도 벌여 자료가 충분하다"면서 "올해 대북 제재와 무관한 선에서 기본 설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미북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4개월쯤 허송세월한 데다 앞으로 설계기준 표준화 협의 과정 등이 여러 대외 변수와 맞물려 순탄하게 이뤄진다고 보장할 수 없어 연내 기본설계가 차질을 빚을 거라는 의견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