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전원회의 또 불참… 운영위 참석으로 불씨는 살려중기·경총, 숨 고른 후 복귀 예상… 소상공인 "복귀 무의미"정부, 낮은 인상률 잇단 신호… 노동계 퇴장 가능성 분석도노동계, 최초요구안 1만원 제시… 올해보다 19.8% 인상
  • ▲ 최저임금위 파행.ⓒ연합뉴스
    ▲ 최저임금위 파행.ⓒ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 파행이 이어졌다. 경영계는 2일 열리는 전원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운영위원회에는 참석하기로 했다. 앞으로 전원회의 참석에 대한 여지는 남겨두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 업계는 강경한 태도다. 업종별 차등적용 등에 대한 논의나 해법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회의 참석은 무의미하다는 견해다. 여기엔 정부나 여권의 잇따른 신호음으로 사실상 내년 인상률은 정해진 거나 다름없다는 해석이 한몫한다. 일각에선 공익위원만 남아 최저임금을 정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경영계 내에서도 셈법이 다른 만큼 일부 사용자위원이 복귀하고 낮은 인상률에 반발하는 노동계가 퇴장하는 순서로 내년 최저임금이 결정될 거라는 시나리오가 현재로선 설득력을 얻는다.

    2일 경영계에 따르면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리는 최저임금위 제7차 전원회의에 사용자위원 전원이 참석하지 않았다. 사용자위원은 지난달 26일 제5차 회의에서 경영계가 요구해온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과 월급 환산액 병기 반대가 표결로 무산되자 반발해 퇴장했다. 27일 제6차 전원회의에도 불참했다.

    다만 사용자위원은 이날 열리는 운영위에는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연맹(경총) 전무와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이 참석하기로 했다. 숨 고르기 과정에서 전원회의 불참에 따른 불이익을 차단하면서 논의의 불씨는 살려두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최저임금위가 안건을 심의·의결하려면 노사 위원이 각각 3분의 1 이상 출석해야 한다. 다만 노동계나 경영계가 정당한 사유 없이 2회 이상 불참하면 의결을 강행할 수 있다. 경영계는 이미 지난 6차 전원회의에 불참했다. 이날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으면 노동계를 중심으로 안건이 처리될 수 있다.

  • ▲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연합뉴스
    ▲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연합뉴스

    일각에선 사용자위원의 운영위 참석은 사실상 전원회의 복귀를 위한 숨 고르기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자칫 지난해처럼 사용자위원이 빠진 상태에서 최저임금이 대폭 오르는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는 소상공인업계는 전원회의 복귀에 회의적이다. 김대준 소상공인연합회 이사장은 "시장에선 이미 내년 최저임금은 3%나 5% 수준에서 정해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며 "업종별 차등적용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상률 논의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계도 낮은 수준의 인상률을 원치 않으므로 사용자위원이 복귀하면 대정부 투쟁의 목소리를 높이려는 노동계가 퇴장할 명분만 주는 셈"이라면서 "차라리 공익위원끼리 부담감을 떠안고 정하게 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현재로선 소상공인업계의 강경한 태도에도 일부 사용자위원이 복귀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노동계가 의결과정에서 낮은 인상률에 반발해 퇴장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전원회의 복귀가 인상률을 조금이라도 더 낮추는 데 도움 된다고 보는 시각이 있어서다. 이날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1만원을 제시했다. 올해보다 19.8% 오른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시장과 최저임금위에 내년도 인상률에 대한 신호를 잇달아 내보내는 중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달 25일 청와대 기자실을 찾아 "환경이 바뀐다면 정책은 바뀌어야 한다"며 최저임금 속도 조절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도 1일 국회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만나 "(인사청문회 때) 경제 상황을 고려해 동결 수준에 가까운 최저임금 인상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며 "최저임금이라는 건 늘 상황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사용자위원이 전원회의에 복귀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에는 경영계 내에서도 사용자단체 간 셈법이 다른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소상공인업계는 지급능력이 떨어지는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 대한 차등적용을 주장한다. 이에 비해 중기나 대기업은 좀 더 큰 범위의 업종별 차등 적용을 주장한다. 5인 이상 사업장이 많은 중기나 대기업은 노동계를 압박해 인상률을 낮추는 협상용으로 소상공인과 보조를 맞추는 측면이 없지 않다는 설명이다. 노동계가 한목소리로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하는 것과 달리 경영계 내에선 동상이몽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관련 공청회에서 '을 대 을' 갈등 구도만 극명하게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