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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이른바 역내 4강과 동시다발적인 외교 시험을 치르게 됐다.
일본은 이달 1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판결을 문제 삼은 정치적 보복이라는 반발에도 반도체 소재 등 3개 원자재 품목의 대(對) 한국 수출을 규제하는 조치를 발표하며 경제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재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본에는 타격을 받고 미국에는 무시를 당하는 사이 중국과 러시아는 군용기를 띄워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을 휘졌고 다녔다. 북한도 질세라 오늘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로 미상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열지 않은채 상황판단이 우선이라는 오락가락한 판단만 내놓고 있다.
◇WTO 국제여론전, 일본의 무시 전략에 효과 없어
정부는 24일(현지시간)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 규제 조치가 WTO 규범 위반이라는 점을 회원국들에 강조하면서 공개적인 방식으로 대화를 제안했지만 일본은 거부했다.
정부 수석 대표로 이사회에 참석한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이날 일본 수출 규제를 다루는 안건 논의가 끝난 뒤 외신 기자회견에서 "일본 대표에게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고위급 대화를 제안했으나 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회의에서 과거 정치적인 무역 보복 때문에 다자 교역 체계가 만들어진 점을 강조하면서, 한국이 반도체를 주도하는 국가이나 일본의 조치로 제3국과 아무 잘못도 없는 소비자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회원국들에 설명했다.
일본은 이날 이사회에서 수출 규제가 국가 안보를 위해 이뤄진 조치로 WTO에서 논의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주제네바 일본 대표부 대사는 "한국이 언급한 조치는 국가 안보라는 관점에서 이뤄진 것으로 WTO에서 의제로 삼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도 다른 나라처럼 정기적으로 수출 규제를 검토하고 있으며 한국이 교역 절차를 개선할 것이라는 신뢰 아래 2004년 교역 절차를 간소화했으나 최근 3년간 이 문제에 대해 일본의 요구에도 한국이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하라 대사는 "추가로 대한(對韓) 수출 중 부적절한 사례가 있었다"며 "이러한 이유로 한국에 대해 간소화했던 수출 절차를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은 일본의 조치가 자유 무역에 어긋난다고 주장하지만 자유무역이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민감한 상품이나 기술을 아무런 통제없이 교역할 수 있게 허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이 일본의 WTO 규범 위반을 지적하면서 대화에 나설 것을 압박하고 이하라 대사가 이를 반박하는 등 공방을 벌이는 동안 다른 회원국들은 이 안건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 중재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됐던 미국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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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한미일 3국의 공조가 흔들리고 있음을 직감한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의 군용기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시켰다.
앞서 러시아 폭격기가 23일 오전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A-50 공중조기경보통제기 1대는 독도 인근 한국 영공을 두 차례 7분간 침범했다.
이에 공군은 F-15K와 F-16 등 전투기를 긴급 출격 시켜 차단 기동과 함께 러시아 A-50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전방 1㎞ 근방에 360여발의 경고사격을 가했다. 일본의 자위대 군용기도 긴급 발진을 했다.
A-50은 IL-76 수송기를 개조한 것이다. IL-76은 1970년대 구소련 공군에 배치된 중장거리 제트 수송기이다.
러시아 정부는 24일 주(駐)러시아 한국 무관부를 통해 자국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고, 오히려 한국 조종사들이 자국 군용기의 비행항로를 방해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비전문적인 비행을 했다는 내용의 공식 전문을 정부에 보내왔다.
25일 오전에는 북한이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신형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동해로 발사했다.
일본의 반도체 장비 수출규제을 '경제 전쟁'으로 규정했던 청와대는 영공침범과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섣불리 움직이기보다는 확실히 정보를 파악해야 할 때"라고 말을 아꼈다. 즉 아직 상황파악이 안됐다는 것이다.
25일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하는 NSC 상임위원회 정례회의가 열리는 날이다. 상황에 따라 문 대통령이 전체회의를 소집할 가능성도 있어보이지만 확정된 바는 없다.
아무 소득 없이 끝난 WHO 회의나 중러의 영공침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아직 상황 파악중인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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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러, 한미일 취약점 파고들어…'붕 떠있는' 한국 실수 노린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 자국중심주의가 다른 나라에도 전파되는 상황에서 국제연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이번 일본의 무역규제가 갑작스럽게 닥쳐서 미국에 달려가 매달렸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나를 귀챦게 한다'고 면전에서 면박을 준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뤄진 셈이다.
이언주 의원은 그의 페이스북에 "일본의 (반도체 수출제한)관련 WTO에 제소해 우리측 대표가 호소하였더니 미국도, 아무도 질문이나 발언을 하지 않더라, 침묵은 우리에 대한 암묵적 지지라고 자화자찬하는 우리측 대표의 발언이 보도되었더군요. 한심합니다. 결국 아무도 우리나라의 문제제기에 관심이 없었다는 거 아닙니까"라고 반문했다.
이 의원은 "중러 전투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하고도 뻔뻔하기 이를데 없고, 북한이 우릴 겨냥한 미사일 도발을 하는 이 위중한 상황에 큰소리치던 12척의 배는 어디로 가버렸습니까"라며 "조국의 말대로 국민들이 죽창을 들어야겠습니다. 당시의 죽창이 원래 무능한 조선왕실과 아부나 할 줄 알지, 백성들 민생에 일도 관심없고 가렴주구에만 여념이 없던 부패한 관리들을 향했던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주필은 "국경이 뚫리고 전투기가 출격하여 3국이 뒤엉키는 상황에서도 NSC가 열리지 않았다"며 "그의 부산행은 필시 현안으로부터의 도망이다. 경제는 더구나 문재인의 능력 범위 밖이다. 문재인으로서는 "내가 이다지도 열심히 챙기는데 왜 뒷걸음질이라는 말인가"라고 이해할 수가 없을 것이다"고 꼬집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 원장은 23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한일관계를 통해 본 우리경제 현황과 해법 특별대담'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를 특사로 (일본에) 보내거나,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아베 신조 총리와 만나 이 갈등을 매듭지어야 한다. 두 나라 싸움이 길어질수록 피해보는 건 우리나라 국민과 기업으로, 시급한 갈등 해결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