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도 의문… 취업 우수사례 대부분 고용센터 지원프로그램 덕분月소득 550만원 가구도 지원… 구간 나눠 지원금 차등 지원해야
  • ▲ 채용게시대.ⓒ연합뉴스
    ▲ 채용게시대.ⓒ연합뉴스
    정부가 청년 고용 정책과 관련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원 대상자 가구의 경제력 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청년구직활동비 지급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기보다는 배정받은 예산을 모두 쓰기 위해 집행률을 높이는 데 혈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정부가 제시한 지원금 우수 활용 사례를 보면 퍼주기식 지원금 지급보다 고용센터의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알리는 데 예산을 쓰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고용노동부는 이달부터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이하 구직활동비) 지원 대상을 선정할 때 우선순위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6일 밝혔다. 구직활동비는 구직활동을 벌이는 청년에게 최장 6개월까지 월 50만원을 주는 제도다. 지원 요건은 △만 18∼34세 △학교 졸업·중퇴 이후 2년 이내 △기준 중위소득 120% 이하인 미취업 청년 등이다. 일부 수급자가 스트레스를 풀겠다며 40여만원짜리 게임기를 사는 등 지원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한 사례가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노동부는 제한된 예산과 지원이 시급한 청년을 고려해 △졸업 후 경과 기간 △유사 사업 참여 이력을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지원 대상자를 선정해왔다. 졸업 후 1년 이상 지났고 유사 사업에 참여한 적이 없는 청년이 1순위다. 졸업한 지 6개월 미만이고 1년 이내 유사 사업에 참여한 적이 있다면 가장 뒷순위인 9순위에 해당한다. 노동부는 지난 3~6월 신청한 12만여명 중 1~6순위에 해당하는 청년 3만9310명을 선정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지난 4개월간 우선순위가 높은 청년의 수요는 많이 해결됐다"며 "하반기에는 졸업생들의 구직활동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돼 우선순위를 적용하지 않고 지원자를 선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 일자리 정부.ⓒ연합뉴스
    ▲ 일자리 정부.ⓒ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정부가 수혜자에 대한 분석을 소홀히 한 채 예산 집행에만 열을 올린다고 지적한다. 노동부 설명으로는 지원요건 중 기준중위소득 120%는 올해 4인 가구 기준 소득 553만6243원에 해당한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4년 차 직장인 김 모(29) 씨는 "가구소득이 월 553만원쯤이면 경제적으로 어려워 당장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동부는 이날 지원금 활용 사례로 디저트 카페 창업에 도전하는 A씨의 경우를 소개했다. 비용이 부담스러워 듣지 못했던 제빵수업 수강, 조리법 개발을 위한 재료 구매 등에 지원금을 썼다는 것이다. 김씨는 "만약 A씨가 월 소득 550만원이 넘는 가구의 청년이라면 혈세를 지급하는 게 바람직한지 따져볼 일이다"며 "그 정도 소득이 있는 집의 부모가 자식이 제빵수업을 듣고 싶다는데 비용이 부담스러우니 수강하지 말라고 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지원대상자의 가구소득을 조정하거나 구간별로 세분해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는 등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견해다.

    문제는 노동부가 A씨가 속한 가구의 경제력 수준을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부 공정채용기반과 관계자는 혈세 퍼주기 논란에 대해 "이미 선정한 수혜자들에 대해 아직 평균 가구소득 등의 분석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예산 지출 효과와 관련해선 올해 사업이 마무리되면 성과를 분석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 ▲ 예산.ⓒ연합뉴스
    ▲ 예산.ⓒ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정부가 구직활동비 지원을 확대하는 배경에 올해 예산을 모두 소진하기 위한 꼼수가 깔린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한다. 노동부는 올해 추경 없이 총 8만명을 대상으로 1582억원의 예산을 구직활동비로 배정받았다. 상반기까지 선정한 인원은 3만9000여명으로 예상 인원의 49%에 그친다. 12만명의 신청자 규모를 고려하면 3.3명이 신청하면 1명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반기에도 우선순위를 적용하면 예산을 모두 소진하는 게 녹록지 않을 수 있다.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야심 차게 추진한 사업이 자칫 인기가 없어 빛바랜 정책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 ▲ 고용센터 취업지원과에서 상담하는 모습.ⓒ연합뉴스
    ▲ 고용센터 취업지원과에서 상담하는 모습.ⓒ연합뉴스
    무엇보다 이날 정부가 소개한 우수 사례를 보면 해당 성공 사례가 구직활동비 지원 때문인지, 고용센터 등의 기존 취업 지원 프로그램 때문인지 헷갈린다는 반응이 적잖다. 대전고용센터를 통해 반도체 생산직에 취업한 B씨의 사례를 보면, B씨는 구직활동비 관련 예비교육에 참석한 뒤 고용센터의 다양한 취업 지원 서비스를 접하고 구직신청서를 냈다. 대전고용센터는 청년친화 강소기업 중 B씨가 희망하는 '전자부품 생산기계 조작원' 분야 일자리를 발굴해 알선했고 B씨는 입사에 성공했다. 노동부는 B씨가 지원금으로 면접용 정장을 사고 식비·교통비 등에 지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B씨의 취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은 고용센터의 일자리 알선이 가장 컸다는 견해다.

    안양고용센터를 통해 보안시스템 개발직에 취업한 C씨도 비슷한 케이스다. 정보보안기사 자격증 취득 등을 착실히 준비해온 C씨는 지원금을 받아 기초적인 의식주를 해결했다고 노동부는 소개했다. 하지만 C씨 사례를 보면 구직활동 계획서·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취업 준비 현황을 점검할 수 있었고, 이력서·자기소개서 작성법, 모의 면접 등을 통해 원하던 회사에 합격할 수 있었다고 돼 있다.

    노동부도 고용센터의 취업 지원 서비스가 취·창업에 도움을 줬다는 것을 인정했다. 박종필 노동부 청년고용정책관은 "구직활동비 제도 도입 이후 (수혜자들이) 처음으로 고용센터에 방문하면서 다양한 취업 지원 서비스를 접하고 활용해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지원금을 계기로 고용센터에 방문하는 청년에게 고용센터뿐 아니라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입주 기관 등 유관기관의 취·창업 지원 서비스 연계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노동부 한 관계자는 "언론에 소개할 사례를 고르는 과정에서 지원금 활용과 함께 기존 고용센터의 취업 지원 서비스가 연계된 경우가 주로 선정된 측면이 없지 않다"면서 "노동부는 지원금 지급, 기존 취업 지원 서비스가 모두 중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