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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이제민 자문회의 부의장의 인사말을 듣던 중 잠시 눈을 감고 있다. 오른쪽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연합뉴스
일본이 반도체 품목의 수출규제를 1차로 허가했다. 강성 기조를 유지하던 문재인 대통령의 워딩도 한결 유연해지고 있다.
거친 인파이팅으 벌이던 두 나라가 약속이나 한 듯이 아웃복싱으로 태세를 전환하는 모양새다.
섣불리 유불리를 점칠 순 없지만 새로운 출구전략이 나올 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결 달라진 文 대통령의 워딩
문 대통령은 8일 오전 청와대에서 긴급 주재한 국민경제자문회의 전체회의에서 "일본이 이 사태를 어디까지 끌고 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지금까지 한 조치만으로도 양국 경제와 양국 국민 모두에게 이롭지 않다"며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완곡한 어법을 사용했다.
불과 하루 전의 워딩과는 완연히 달랐다.그동안 문 대통령은 “남북한 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단숨에 일본 경제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다시는 일본에 지지않을 것. 가해자인 일본이 적반하장으로 오히려 큰소리치는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2일 국무회의), “전남 주민은 이순신 장군과 함께 불과 열두 척의 배로 나라를 지켜냈다”(지난달 12일 전남도청)는 등 앞장서서 강성 발언을 쏟아냈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무역보편주의에 기반하고 있어 한국에 더 명분이 있다는 것을 대내외에 알리고 한일간 해석이 달라서 일어나는 부작용도 줄어든다고 긍정적으로 분석했다.
당초 우리 정부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이유로 수출통제에 나선것으로 파악했다가 이후 일본 정부가 전략물자 수출관리 미비 때문이라고 다시 말을 바꾸는 등 이른바 ‘골대 옮기기(Moving the goalposts)’ 전략에 말려 우왕좌왕했다.
일본이 골대(goal post)를 이리저리 자주 옮기는 통에 정제되지 못한 대통령의 발언이 계속 튀어나던것이 초기의 모습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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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중구청 관계자가 일본이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 것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노(보이콧) 재팬'(No(Boycott) Japan :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배너기를 설치하고 있다. 중구는 이날부터 배너기를 1천100개를 관내 22개로 가로등 현수기 걸이에 설치할 계획이었지만 정부가 일본불매운동을 조장한다는 비난이 빗발치자 서양호 중구청장이 페이스북에 사과하고 급하게 회수했다. ⓒ연합뉴스
◇ 감정적 대응서 차분히 논리적으로… 日도 징용판결과 무관 명분쌓기
일본 정부도 한국의 대응을 봐가며 전략을 계속 수정하는 모습이다. 일본은 8일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실시 한 달여 만에 해당 품목의 한국수출을 허가했다.
이날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수출 관리를 엄격히 한 반도체 소재 3개 품목과 관련해 일본 내 기업이 허가를 신청한 수출 1건을 허가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변화는 한일양국의 치열한 눈치 싸움의 결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강제징용에 대한 수출 보복이라고 성토하던 것에서 '일본정부의 조치는 자유무역 질서와 국제분업 구조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조치'로 '국제 경제 질서'를 들이밀면서 반박하자 일본 정부도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조치가 징용 배상 판결 문제로 인한 보복이 아니며 수출관리 차원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한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들이 핵심기술을 국산화할 채비에 나서면서 유럽 등 대체 공급선 확보에 나선것도 일본 정부를 움직인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앞으로의 흐름이다. 일본 정부는 일부 수출을 허가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바꿀지 혹은 수출을 제한하는 리스트 규제 품목을 고순도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서 레이더, 통신기기 등 240개 정도로 확대할지를 놓고 저울질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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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일본총리가 한국을 우방국 명단에서 제외했지만 수출금지품목 가운데 한 제품에 대해 수출을 허가하는등 변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연합뉴스
◇ 전문가들 "감정적 대응 사태해결 도움안돼" 한 목소리
전문가들은 보편적이고 원칙적인 발언을 하다가 상대방을 확실히 이길 수 있을 때 상대방을 경고하는 식으로 발언 수위를 높여갔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또 일본제품 불매 운동이 한일 간의 갈등을 격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빠지니까 그나마 대통령의 발언수위가 조절됐다는 반응도 들린다. 조국 전 수석이 청와대를 나간 것이 대통령과 국가에는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일간의 경제 협력은 글로별 경쟁력을 제고 했지만, 남북 간의 경제협력은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할 수 없다"며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주장을 하면, 경제가 어떻게 좋아질 수 있겠는가. 정책의 대전환으로 경제살리기에 매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일제 불매 운동, 현재로서는 국익을 해치는 행위처럼 보입니다'라는 글을 통해 "일제 불매 운동의 원동력은 일본에 대한 미움이라는 감정"이라며 " 실상은 일제 불매 운동이 국익을 해치는 것이며 조국 전 수석이나 여당의 부대변인이 발표했듯이 우리나라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큰 손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일본 음식을 파는 자영자들이 손해를 보고, 일본 명칭이나 일본어를 사용하는 자영업자들이 손해를 보고, 미국에서 브랜드를 가져온 세븐일레븐이 일본 기업이라는 오해를 받아 가맹업자들이 피해를 보고, 멀쩡한 한국 기업인 다이소가 일본 기업이라는 오해를 받아 가맹점주들이 큰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일제 불매 운동이 본격적으로 일어나면 일본 정부나 일본인들의 우리에 대한 미움이 커지고 우리에 대한 제재를 추가하고, 우리도 그에 상응하는 대응을 하는 비합리적 몰입의 상승이 일어나 우리 경제가 크게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격한 감정에 근거한 일제 불매 운동이 국익과 일치하는지를 냉정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며 "현재 상태에서는 일본과의 갈등을 확대하는 것보다는 일본과의 호혜협력적인 관계를 복원시키는 것이 우리나라에 훨씬 이익이 크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