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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된 가운데 기업들의 가치평가도 점차 냉정해질 전망이다.
따라서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전략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며,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글로벌 성과를 도출해야만 전반적인 투자심리 회복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허가취소, 에이치엘비 '리보세라닙'과 신라젠 '펙사벡'의 잇딴 임상 3상 실패 등으로 바이오 섹터의 투자심리는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그간 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이 반영됐던 영향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신약개발 능력에 대한 의심이 확산되면서 신뢰도가 급격히 하락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임상 3상의 실패는 아직까지 우리 바이오 기업의 신약개발 수준이 한계에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는 결과"라며 "이를 회복하기 위한 방법은 마찬가지로 글로벌 임상 3상에서의 성과를 보여주는 것 밖에는 없는 실정이다"고 탄식했다.
따라서 '옥석가리기' 수준이 아닌 업계 전반의 가치평가 기준이 바뀔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바이오 업계에 대한 투자전략이 보수적으로 바뀌면서 기존의 관행도 벗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객관적인 임상데이터 평가는 중요 기준점이다. 실제로 최근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흐름을 살펴보면 주요 임상데이터 결과를 전후한 시점에서 요동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에이치엘비는 지난 6월 리보세라닙의 임상 3상 탑라인(Top Line) 결과 일부 수치만 한정적으로 발표하면서 주가가 전일 대비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임상결과가 예정된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 신청을 하기 어려운 수준임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리보세라닙의 사례는 임상데이터 해석에 따라 시장이 얼마나 발빠르게 판단하고 움직였는지를 보여줬으며, 이러한 해석은 앞으로 임상결과 발표 때마다 투자전략 수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따라서 임상결과 발표가 이뤄지는 글로벌 학회에서의 내용에도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학회에서 발표된 임상데이터 해석에 따라 투자전략이 좌우되는 주요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글로벌 학회 참석은 기업 파이프라인 홍보 수준인 경우가 많았다면 앞으로는 새로울 것 없는 홍보 수준의 참석은 투자판단에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흥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임상결과 발표 직후 주가가 급등락하는 현상은 신약개발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며 "우리나라 바이오 투자자들에게도 학회발표는 기업들의 실적발표와 같이 투자판단에 있어 중요한 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