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외교 살얼음판, 미·일 추가제재 우려에 경제 위기 우려 급증
  • 예상치 못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 후폭풍이 전방위로 확대될 조짐이다.

    정국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고, 한·일은 물론 한·미 갈등이 예견되는 등 외교안보 분야 전망도 극도로 어둡다.

    일본 수출규제 타격을 겨우 회복하던 국내 증시도 다시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일본이 맞대응에 나서고, 미국까지 개입할 경우 한국 경제가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3일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면밀하게 상황을 관리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특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대화로 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파기로 결론낸 이상 양국간 갈등은 당분간 손쓰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으로 보인다.
  • ▲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출입기자단에게 내년 예산안, 지소미아 파기 등 경제 현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출입기자단에게 내년 예산안, 지소미아 파기 등 경제 현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국회, 예산결산·인사청문회 앞두고 살얼음판

    일본수출규제 대응을 위해 어렵게 머리를 맞댄 여야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논란과 지소미아 파기까지 겹치면서 살얼음판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예산집행에 대한 결산보고와 513조원 규모로 예고된 내년도 예산안 심의 등 본격적인 하반기 예산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긴급안보연석회의를 열고 "북한 김정은은 만세를 부를 것이고 중국과 러시아는 축배를 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교안 대표는 "조국 사퇴가 들불처럼 번지자 국민여론 악화를 덮기 위해 지소미아 파기를 강행한 것"이라며 "갑질 안보와 경제위기 책임은 철저히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다"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한일 관계 파탄도 모자라 이제 한미동맹도 끝장내겠다는 문 정부"라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또 "조국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법에 따라 3일간 치를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그동안 드러난 조 후보자의 논란을 살펴보려면 관례적으로 하루에 끝냈던 인사청문회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야당은 단호한 입장이다.

    이해찬 대표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조국 후보자에 대한 의혹을 잠재우기 위한 '물타기' 전략이라는 의혹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일축했다.

    이 대표는 "지소미아가 없다해도 한미일 3국간 정보공유 협약이 있어 갑작스레 동북아 안보 불안이 생기지 않는다"며 "이걸 가지고 안보위기를 강조하는 자체가 더 문제"라고 했다.

    흔들리는 금융경제, 미국 제재 가담도 우려

    지소미아 파기로 한국 증시는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고, 환율이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이날 하락세로 시작한 코스피는 오후로 접어들면서 기관 매수세로 보합권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과 외국인 매도가 계속 늘어나면서 방어에 힘겨운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도 4원 이상 오른 1220원대를 유지하며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13일 1222.2원으로 연고점을 찍은 뒤 전일 1207.4원까지 안정세를 찾았지만, 지소미아 종료 영향으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일본의 추가 수출규제와 금융제재에 대한 우려도 곧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가 시행되는 28일 이후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품목을 늘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신한금융투자는 "일본의 맞대응 강도에 따라 극심한 증시 변동성이 불가피하다"며 "수출규제 품목 확대, 보복관세 등 초강경 대응이 증시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움직임도 조짐이 심상치 않다.

    조만간 시작되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 측이 종전 10억 달러 보다 5배 많은 50억 달러(607조원 가량)를 요구할 방침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지소미아 파기를 두고 "강력한 우려와 실망"을 표명한 미국이 추가적인 관세 부가나 환율조작국 지정 등 제재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미국 정부의 반응을 보면서 대응하겠지만 그 단계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지만, 경제계 전반에 퍼진 긴장감은 줄어들 기색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