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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학생에게 유용한 시외버스 정기권이 이르면 오는 10월쯤 선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노선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할인 혜택은 최대 30%쯤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소 20일 이상 써야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주말에 적극적으로 쓰지 않는다면 할인 혜택은 10% 수준에 그칠 거라는 분석이다.
23일 국토교통부와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고속버스조합) 설명을 종합하면 운행거리 100㎞ 미만 단거리 노선을 이용하는 할인권인 시외버스 정기권이 이르면 오는 10월 출시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업계와 협의 중"이라며 "늦어도 연말까지는 무조건 출시할 계획이다. 10월을 넘기지 않을 방침이며 업계와도 큰 틀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고속버스조합 관계자는 "(정기권 발행에 필요한) 전산시스템 등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출시 시점은 (국토부와) 협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애초 국토부는 올 상반기에 통근·통학하는 직장인·학생에게 유효한 시외버스 정기권을 내놓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업계와 협의가 지연되면서 출시 시기가 늦춰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한 노선에 3~4개 운송업체만 있다면 협의가 빨리 이뤄지겠지만, 더 많은 업체가 있는 경우 일부만 정기권을 발행할 수 없어 협의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재정지원 없이 버스운송업계와 터미널 운영사에 손실을 강요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버스업체뿐 아니라 매표 수수료를 받는 터미널도 수익이 줄 수 있어 협의가 필요하다"면서 "업계는 재정 지원을 요구하나 버스는 지방자치단체 사무여서 중앙정부가 손실을 메워줄 순 없다"고 했다.
국토부는 할인 혜택으로 승객을 유인하면 당장은 좀 손해를 보더라도 업계에 도움이 될 거라는 견해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만 연구용역 등을 통해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자료를 확보한 것은 아니다"고 부연했다.
국토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버스업계는 일단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춘다는 태도다. 버스업계 한 관계자는 "고정 고객 확보 차원에서 하기는 하지만, (도움이 될지는) 해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
버스업계가 자발적으로 할인에 나서는 게 아니다 보니 사업 규모나 할인 혜택의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시범 도입이 유력한 노선은 △서울~천안·아산·평택·이천·여주 △대전~천안 등 6개다. 통근·통학 시 할인 혜택을 주는 개념이어서 장거리 노선은 적용에 한계가 있다.
할인율은 최대 30%로 설계될 공산이 커 보인다. 그러나 실제 혜택은 10% 수준으로 예상된다. 버스업계는 '30일권' 한 종류를 내놓고, 19일 이용분 만큼 고정 할인 혜택을 주는 방식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왕복 요금이 1만원이고 주말·휴일 포함 30일간 정기권을 사용했다면 버스비로 30만원을 지출해야 한다. 정기권을 이용하면 19일에 해당하는 19만원만 내게 된다. 할인율은 36.7%다. 버스업계는 최대 할인율을 30%로 맞출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주말·휴일에도 정기권을 쓸 통근·통학자가 많지 않을 거라고 지적한다. 주말·휴일을 제외하고 정기권을 4주간 22일 사용한다고 보면 교통비는 애초 22만원에서 19만원으로 3만원 줄어든다. 할인율은 13.6%에 그친다.
설상가상 정기권은 최소 20일 이상 쓰지 않으면 할인 혜택을 볼 수 없다. 프리미엄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안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기권을 30일권, 20일권 식으로 세분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