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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조모(28) 씨가 한영외고 2년생이던 2008년 소아병리학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과 관련, 현직 의사들이 잇달아 소견을 내놓고 있어 눈길을 끈다.
현직 소아청소년과 의사인 권영주 씨는 지난 22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어느 누가 고등학생은 논문 쓰면 안 되는 법이 있느냐고 물었다"며 "물론 고등학생이 논문을 쓰면 안 된다는 법은 없다. 단, 의학논문만 제외"라고 했다.
특히 권 씨는 조 씨의 논문 'eNOS Gene Polymorphisms in Perinatal Hypoxic-Ischemic Encephalopathy(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 뇌병증에서 나타나는 eNOS 유전자의 다형성)'에 대해 "절대로 고등학생이 개입해선 안 되는 논문"이라며 "제1저자가 아니라 공저자로도 이름을 넣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에 대해 권 씨는 "먼저 자료수집 과정에서 hypoxic-ischemic encephalopathy(뇌병증) 환자 37명과 정상아 54명의 혈액채취가 필요하다"며 "2002~2004년에 혈액채취를 했으니 절대 제1연구자가 그 혈액을 채취했을 리는 없다"고 단언했다. 제1저자인 조 씨의 인턴기간은 2007년 7월23일부터 그해 8월3일까지 2주간이었다.
권 씨는 이어 "논문에 보면 진단당시 뇌병증에 맞는 진단기준이 있다"며 "환아들이 그 기준에 맞는지 일일이 차트를 보고 확인해 봐야 하는데 이는 의료인이 아니면 열람할 수 없게 돼 있다"고 썼다.
즉, 제1저자인 조 씨가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허위논문이고, 확인했다면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라는 얘기다.
권 씨는 또 해당 논문이 단국대학교 임산시험심사위원회(IRB)를 통과한 것에 대해 "확인해 봐야 할 일"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권 씨는 "과연 그 보고서를 제출했을 때 제1저자가 같이 들어있었나 확인해 봐야 한다"며 "이 논문은 어떤 식으로든 의료법이나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게 돼 있다"고 단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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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씨는 이 같은 입장을 내놓은 것에 대해 '분노가 치밀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권 씨는 "이 논문이 불법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의사들이 알고 있을 것"이라며 "태어나서 얼마 안 돼 뇌병증을 앓고 있는 37명, 아프지도 않은데 혈액을 채취 당한 54명의 아이들이 고작 고등학생 대입을 위해 아픔을 겪어야 했나 분노가 치밀어 이 글을 쓰게 됐다"고 갈무리 했다.
허대석 서울의대 교수도 조 씨의 의학논문 제1저자 논란에 대해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고 소견을 냈다.
허 교수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논란이 되고 있는 단국대 논문(Cho M, et al. The Korean Journal of Pathology 2009; 43: 306-11)은 37명의 환아와 54명의 정상 신생아 총 91명에서 혈액을 채취해 수행된 실험 결과"라며 "(해당 논문은)인체유래 검체를 대상으로 이뤄진 실험으로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관련 다음 사항과 같은 검증이 필요하다"고 봤다.
허 교수가 요구한 검증사항은 △단국대병원에 제출된 연구계획서 △환아 37명과 정상신생아 54명 부모의 동의서 △연구계획서에 조 씨가 연구자로 등록됐는지 여부 △윤리위원회 승인 여부 △고등학생을 연구자로 승인했는지 여부 등이다.
한편, 권 씨는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자 자신의 페이스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다만, 프로필 사진을 통해 "제 의학적 소견에는 변함이 없다. 그저 나는 개인이고, 이제 의협‧단국대‧대한병리학회의 공정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