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9일 상고심… 갈등 봉합은 난망수납원 측 "협상 열어 둬"… 극적 조율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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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공은 수납원을 직접 고용하라는 대법원판결이 나와도 업무상 재량권을 내세워 이들에게 수납업무가 아닌 도로정비 등 조무업무를 맡길 공산이 크다. 최악에는 또 다른 법적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양측의 협의 가능성은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극적 타협을 이룰 수도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28일 도공 등에 따르면 대법원이 29일 오전 수납원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상고심에 대한 판결을 내린다. 지난 2017년 3월20일 상고심을 접수한 지 2년5개월여 만이다.
요금소 직원은 외주업체와 계약을 맺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도공이 자신들을 지휘·감독하는 만큼 공사 직원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2013년 2월 소송을 냈다. 1심과 항고심은 요금소 직원의 손을 들어줬다.
그동안 도공은 통행료 수납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한국도로공사서비스㈜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전국 354개 영업소 통행료 수납업무의 독점적 권한을 넘긴 상태다.
문제는 대법원이 1·2심에 이어 수납원 손을 들어줘도 도공이 이들에게 수납업무를 맡기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이강래 도공 사장은 지난달 9일 기자들과 만나 자회사 설립 전환 방식에 동의하지 않은 수납원은 대법원판결과 상관없이 수납업무를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사장은 "수납업무는 자회사에 넘긴 만큼 직접 고용한 수납원에게 수납업무를 주려면 내부 규정을 고치고 이사회 의결도 거쳐야 한다"며 "업무를 이중으로 할 수 없으므로 수납업무를 줄 수 있는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이 수납원 손을 들어줘도 도로정비 등의 업무를 볼 수밖에 없으니 자회사에 합류하라는 최후통첩이었다.
지난 20일에는 자회사 전환에 동의하지 않아 계약 해지된 구리영업소 요금수납원 45명이 도공을 상대로 신청한 요금수납원 지위보전 가처분소송이 기각됐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결정문에서 대법원판결로 도공이 수납원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 하더라도 사업구조와 인력 상황 등에 따라 부득이하게 요금소 수납 이외 업무를 줄 경우가 생길 수 있고,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경영권 행사 범위 안에서 재량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도공의 이런 조치가 권리남용이나 특별히 부당하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는 이상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수납원 측은 애초 외주용역업체와 통행료 수납업무만을 전제로 근로계약을 맺었고, 도공이 10년 이상 이를 용인해온 만큼 재량권이 제한된다는 주장을 폈다. 법원은 종전에 근무했던 영업소에서 통행료 수납업무만을 보는 근로자의 지위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현재 수납업무가 자회사로 넘어가 도공이 직접 수납업무를 하지 않고 있고, 이런 조치가 권리남용이나 특별히 부당하다고 볼 자료도 없다는 판단이다.
도공은 법원의 기각 결정이 수납원의 특정영업소 근무와 수납 업무만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라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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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국토부 법률자문단 소속 법무법인 관계자는 "신속하게 결정하는 가처분과 본안 소송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면서도 "직접 고용됐다 하더라도 직원의 업무는 (회사의) 재량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측 모두 이번 대법원 판결문에 '수납업무'에 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을 거라는 견해다. 지위확인소송은 도공의 직원인지를 따지는 것이고, 신청 당시만 해도 자회사 설립에 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납원 측도 이런 전망에 동의한다. 또한 도공이 지면 수납업무에서 배제할 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도공의 자회사 전환에 동의하지 않은 수납원은 1500여명이다. 이 중 이번에 대법원판결 대상은 304명이다. 나머지 1200여명 중에는 아직 1심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공이 업무 전환을 강행한다면 수납원 측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수납원 측에서 또 다른 소송을 제기할 경우 지루한 법정 공방이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양측이 극적 타협을 이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변호사는 "(수납원 측에선) 쟁의 행위나 사회적 연대를 통해 (도공을) 압박할 수도 있고, 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며 선택지는 여러 개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납원 측 한 관계자는 "(모두가 승소해도) 자회사를 없애는 것 말고는 1500여명에게 부여할 마땅한 업무가 없다는 것도 현실적인 문제"라며 "내부적으로 논의를 계속해봐야겠으나 일단 (협상 가능성을)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