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정부예산안에 우선신호기술 R&D 15억 책정국토부 "기존 도시 BRT도 업그레이드 준비"전문가 "나중에 개선 어려워… 신도시 구축시 철저히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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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문가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견해다. 기존 BRT도 제대로 된 게 없다고 지적했다. 기존 도시 BRT의 개선도 녹록지 않다는 의견이다.
30일 국토부에 따르면 내년 정부 예산안에 슈퍼 BRT 관련 연구·개발(R&D)이 신규사업으로 포함됐다. 우선신호기술과 안전관리기술을 개발하는 데 15억원을 책정했다.
슈퍼 BRT는 우선신호체계와 지하차도, 교량 등을 통해 교차로 구간에서 멈추지 않고 빠르게 이동하는 방식의 개량형 BRT를 말한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는 아니다.
연구용역은 입체교차로가 아닌 평면교차로에서 BRT 버스가 다른 차량의 간섭을 받지 않고 신속하게 이동하게 하는 우선신호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국토부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 관계자는 "부득이 입체교차로 시설을 갖추지 못한 일반 평면교차로에서는 경찰관이 수동으로 신호를 제어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BRT의 정시성 확보를 위해선 신호 연계가 중요한 만큼 우선신호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안전관리기술 확보에도 나선다. 대광위 관계자는 "가드레일 등 기존 교통안전시설은 운전자 중심으로 마련됐다. BRT는 차로 중앙에서 승객이 대기하는 경우가 많다. 양쪽으로 오가는 차량으로 말미암아 위험에 노출되는 만큼 안전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
슈퍼 BRT는 부천 대장·남양주 왕숙·인천 계양 등 3기 신도시에 설치될 예정이다. 고양 창릉·하남 교산에는 일반 BRT가 들어선다.
대광위는 일단 중국 광저우 등에 설치된, BRT 평가등급상 금메달급에 해당하는 상급 BRT를 슈퍼 BRT 표준으로 삼고 있다. 대광위 관계자는 "국내 BRT는 구성요소를 선택적으로 도입한 사례"라며 "슈퍼 BRT는 표준 지침에 마련된 구성요소를 의무적으로 모두 갖추게 하는 고급형 BRT를 지향한다. 슈퍼 BRT를 평가등급에 따라 세분화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3기 신도시뿐 아니라 세종 등 기존 도시에 설치된 BRT도 업그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기존 도시의 BRT를 개선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에 BRT를 최초로 소개한 박용남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은 "기존 도시의 BRT를 업그레이드하는 건 도시마다 도로 여건 등이 달라 어려울 것"이라며 "대광위의 하려는 의지는 높이 사고, 의지가 강하다면 못할 것도 없지만,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 소장은 기존 도시의 BRT 개선보다 신도시의 BRT 설치를 더 치밀하게 준비하는 게 낫다는 견해다. 박 소장은 "세종시 BRT는 맨땅에서 시작했다. 최소 은메달급은 돼야 외국에서 벤치마킹하러 찾아오는 데 세종시 BRT는 평가점수가 동메달급인 55점에도 못 미친다"고 했다. 그는 "정류장 하나도 제대로 안 돼 있다. 기본적인 정류장 사전요금지불 시스템도 도입돼 있지 않다. 시범사업을 통해 버스와 승차장 높이를 맞춘 것도 나중에 개선한 것"이라며 "BRT 1001번(대전역~세종~오송역)의 경우 차량의 출입문이 1개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것으로 승객이 많을 땐 승하차에만 2~3분이 걸려 시스템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3기 신도시를 구축할 때 1개 노선에 그치지 말고 BRT 망을 체계적으로 만들어 놓아야 세종시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광위 관계자도 기존 도시의 BRT 개선이 쉽지 않다는 데 동의한다. 대광위 관계자는 "기존 도시는 시가지가 이미 구축돼 있어 공간 활용 등 여러 측면에서 업그레이드가 힘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공무원들은 '슈퍼' '울트라' 같은 말을 좋아한다"면서 "이미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상급 수준(금메달급)의 기준이 있다. 솔직히 (국토부에서) 슈퍼 BRT 표준 지침 용역을 하는 의도를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국내에 도입된 BRT의 문제점은 슈퍼 BRT를 적용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정부나 지자체, 담당 공무원의 BRT 관련 전문성이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