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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물질 배출 논란으로 조업 중단 위기에 내몰렸던 철강업계의 고로(용광로) 브리더밸브(통기장치밸브) 개방이 유지되는 쪽으로 결론 났다. 다만 업계는 공정을 개선해 먼지 발생을 줄이고, 환경 당국은 따로 먼지 농도 기준을 정한 뒤 연간 배출량 관리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환경부는 고로 브리더밸브 개방 논란과 관련해 지난달 29일 정부와 업계, 전문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민관협의체가 최종회의를 열고 개방을 인정하는 쪽으로 결론 냈다고 3일 밝혔다.
◇오염물질 배출 논란… 지자체 행정처분에 조업 중단 위기
앞서 경북·전남·충남도는 각각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 대해 오염 물질 배출을 이유로 조업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철강업계는 2조원대의 피해가 난다며 반발했다. 현대제철은 조업 중단 사태를 막아달라며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내 일단 급한 불을 끈 상태다.
브리더밸브는 고로 내부의 압력이 올라갈 때 고로 윗부분의 브리더를 열어 적정 압력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든 안전밸브다. 철강업계는 스팀을 주입해 고로를 정기적으로 정비·보수하는 과정에서 브리더밸브를 연다. 브리더밸브를 열면 짧은 시간에 먼지 등 오염물질이 집중적으로 배출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포항제철소의 연간 먼지 배출량은 1.7t, 광양과 당진제철소는 각각 2.9t, 1.1t쯤으로 추산된다. 브리더밸브를 열면 연간 먼지 배출량의 최대 1.35%쯤이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대기환경보전법상 '오염도를 낮추기 위해 배출시설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에 공기를 섞어 배출하는 행위'가 금지된다는 점이다. 다만 해당 조항에는 '폭발위험을 피하기 위한 경우'에 한해 예외를 인정한다. 앞서 지자체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법을 어기고 오염물질을 배출한다며 행정처분에 나섰다. 환경부도 개방 횟수(6~회)와 배출 시간(1회 5분 이내) 등을 고려할 때 오염물질이 짧은 시간에 집중 배출되는 특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이번 민관협의체 결론은 브리더밸브 개방이 고로의 폭발위험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환경부는 브리더밸브 개방에 따른 오염물질 배출 논란과 관련해 지난 6월19일 민관협의체를 구성했다. 민관협의체는 그동안 4차례 공동조사를 벌였다. 외국의 운영사례를 살피기 위해 지난 7월 미국 현지 조사도 진행했다. -
민관협의체는 브리더밸브 개방의 필요성을 인정하되, 먼지 발생을 줄여나가기로 했다. 먼저 업계는 작업절차를 개선하기로 했다. 정기보수에 앞서 고로 연료로 사용하는 석탄가루 투입을 최소 3시간 전에 조기 중단하고, 고로 내 압력 조정을 위한 풍압을 기존 300~800g/㎠에서 100~500g/㎠로 낮추기로 했다.
또한 4개의 브리더밸브 중 방지시설과 연결된 세미 브리더밸브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내년까지 환경부 주관으로 기술검토를 벌여 현장에 적용하기로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립환경과학원이 드론(무인비행장치)을 띄워 제철소 브리더밸브 상공의 오염도를 시범 측정한 결과 석탄가루 투입을 조기에 중단하고 세미 브리더밸브를 활용할 경우 먼지가 적게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고로 이외의 배출원에 대해서도 환경시설 개선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제강시설에 대한 집진기 추가 설치 △열처리로에 대한 질소산화물 저감설비 설치 △코크스 원료 야적시설 밀폐화 조치 등을 통해 날림먼지를 줄일 계획이다.
환경부는 오염물질 배출 관리를 강화한다. 고로에 대한 불투명도를 측정해 규제 수준을 마련하고, 날림 배출시설 관리기준에 반영할 방침이다. 불투명도는 먼지 농도가 높을수록 높다. 미국 인디애나주는 브리더밸브 개방 시 불투명도를 20%로 규제한다.
아울러 환경부는 내년 4월 시행하는 대기관리권역·사업장 총량제 확대와 연계해 업체에서 배출하는 연간 오염물질 총량에 브리더밸브 개방 시 오염물질 배출량을 포함키로 했다.
금한승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은 "앞으로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공정개선과 브리더밸브 운영계획 등을 포함한 변경신고서를 지방자치단체에 내면 법에 따라 예외를 인정받게 된다"면서 "이행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지역사회와 공유함으로써 유사 사례의 재발을 막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