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코레일과 같은 준시장형 공기업으로 변경국유재산 무상사용·지방세 특례 등 혜택 못 누려'알짜노선'만 운행, 혜택 크다는 반론도
  • ▲ SRT.ⓒ㈜SR
    ▲ SRT.ⓒ㈜SR
    '준시장형 공기업, ㈜에스알(SR)'. 수서발 고속철도(SRT) 운영사인 SR이 애매한 처지에 놓였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같은 준시장형 공기업이 되면서 공공성은 강화됐다. 반면 국유재산 무상사용 등 정부 지원 측면에선 설립 근거가 다르다는 이유로 배제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권리는 그대로인 채 의무 부여만 커진 셈이다.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가 면제된 평택~오송 고속철도 복복선 건설사업과 관련해 투입할 열차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혈세로 차량 구매를 지원할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신설노선의 경우 차량 구매비의 50%를 국가가 지원하지만, 평택~오송 복복선화를 신설로 봐야 할지 가르마가 타지지 않은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명확한 규정·지침이 없어 재정 당국과 협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차량 구매 지원을 결정해도 주 이용자 중 하나인 SR은 지원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SR 관계자는 "애초 상법에 근거해 설립한 SR은 현재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법률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철도공사법에 따라 설립한 코레일이 철도운영 관련 사업을 효율적으로 경영할 수 있게 국유재산 무상사용 등의 혜택을 보는 것과 다르다.

    철도역사의 경우 광명역과 천안아산역은 100% 출자전환이 이뤄져 코레일이 소유권을 갖고 있다. SR이 이들 역 시설을 이용하려면 코레일에 임대료를 내야 한다. 일부만 출자전환이 이뤄진 부산역·동대구역 등 다른 역도 주도권을 코레일이 쥐고 있다. SR은 지방세특례 혜택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코레일은 부동산 등 자산을 취득하면 지방세·취득세 관련해 세제 혜택을 보지만, SR은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다.

    철도업계 일각에선 SR의 지위가 출범 당시와 달라진 만큼 국유재산법 등 정부 지원과 관련해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공성과 기여도, 철도산업 발전을 위해 코레일과 같은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SR은 상법에 근거해 주식회사로 설립된 이후 고속철도 운영사로서 공공성이 강화되면서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고, 올 초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코레일과 같은 준시장형 공기업으로 법적 지위가 재조정됐다. 한 철도전문가는 "(SR이) 공기업이 되면서 차량을 추가로 사고 싶어도 예전과 달리 공타(공기업 예타)를 받아야 한다"면서 "(재정 당국은) 돈 한 푼 지원하지 않으면서 차량 구매를 사실상 간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SR은 2023년 SRT 전라선 투입 등을 위해 4454억원을 들여 차량 14편성을 사들일 계획이다. 현재 공타가 진행 중이다. 공타를 통과해도 재정 지원은 없다. 전액 SR이 부담한다. 한 퇴직 철도전문가는 "(현재 처지에서 SR로선) 볼멘소리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며 "(공기업으로 지정해놓고) 의무만을 강요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항의할 만하다"고 했다.
  • ▲ KTX산천-SRT.ⓒ연합뉴스·SR
    ▲ KTX산천-SRT.ⓒ연합뉴스·SR
    반론도 제기된다. SR이 철도 민영화를 의식해 태동하면서 어정쩡한 처지에 놓인 건 맞지만, 관련 법률 개정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근거 없는 혜택을 줄 순 없다는 것이다. 소위 돈 되는 '알짜노선'만 운영하고 있어 충분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한 철도전문가는 "공기업으로 지정됐으므로 SR이 적자를 기록한다면 정부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며 "SR은 실질적인 혜택을 보는 게 없다고 말할 수 있지만, (종사자의 경우) 지금도 고용 안정 등의 혜택을 누린다"고 말했다. 이어 "알짜노선을 갖고 있다는 혜택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코레일은 적자가 나는 일반노선도 운행하지만, SR은 수익성 좋은 노선만 운영하므로 혜택이 없다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SR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SR이 알짜노선을 운행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SR은 선로사용료로 매출액의 50%를 문다. 코레일은 매출액의 34%를 낸다. 이런 가운데 차량기지가 없는 SR은 차량 유지보수를 코레일에 맡길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익명을 요구한 국토부 한 관계자는 "(코레일이) 차량 정비비용을 터무니없이 받는다는 얘기가 있다"며 "차량 유지보수 부담이 점점 커지면서 SR이 광주차량기지를 확보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SR은 올해 흑자 폭이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된다. 차량 정비 시기가 도래하면서 비용 지출이 대폭 늘어날 예정이다. 초기에 사들인 SRT 22편성이 주행거리 160만~180만㎞를 넘겨 부품 중정비를 받을 시기가 왔다. SR은 부품 중정비 비용으로 230억원쯤이 들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45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므로 중정비 비용을 빼고 나면 영업이익이 반 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SR 관계자는 "선로사용료를 50% 내고 코레일에 위·수탁비용까지 주고 나면 100원 팔아 7원쯤 남는다는 말이 있다"고 부연했다.
  • ▲ 고속철(KTX) 정비 모습.ⓒ뉴데일리DB
    ▲ 고속철(KTX) 정비 모습.ⓒ뉴데일리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