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때 전부 외주사 전환"… DJ·노무현 정부서 전환 본격화대법 승소 499명 18일까지 자회사 전환 확인… 10월 현장 배치1천여명 참여 1·2심 계속 진행… "입사시기등 달라 다툼 여지"
  • ▲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연합뉴스
    ▲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연합뉴스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고속도로 톨게이트(요금소) 수납원 불법 파견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와 관련 없다고 선 긋기에 나섰다. 전 정부에서 이뤄진 일이라는 태도다. 불법 파견은 DJ(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돼 MB(이명박) 정부에서 마무리돼 논란이 예상된다.

    이 사장은 대법원 상고심에서 이긴 수납원을 직접 고용하되 기존 수납 업무를 줄 순 없다던 기존 견해를 되풀이했다. 근무지는 현지 거주지 등 근무희망지를 고려하되 불가피한 경우 원격지 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1·2심이 진행 중인 대부분 수납원에 대해선 직접 고용을 일괄 적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불법 파견 요소를 없애고 운영한 2015년 이후 입사자 등에 대해선 다툼의 여지가 있어 소송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사장 "文정부, 불법 파견 책임 없어"… 책임 떠넘기기

    이 사장은 9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기자실에서 설명회를 열고 대법원판결 이후 요금수납원 고용안정 방안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이 사장은 요금수납원 불법 파견 업무와 관련해 "책임자로서 송구스럽다"면서 "(다만 이는) 문재인 정부나 제게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수납원은) 도로공사 비정규직 기간제로 근무해오다가 2009년 이후 전원 외주용역사 직원으로 전환돼 운영됐다"면서 "불법 파견은 지난 정부에서 이뤄졌다. (다만) 잘못된 부분은 인정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 발언을 두고 일각에선 이 사장이 이날 임명장을 받은 조국 법무부 장관처럼 책임 떠넘기기 화법을 구사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도로공사 설명으로는 수납원이 외주사 직원으로 전환되기 시작한 것은 문민정부 시절인 1995년 무렵이다.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인 DJ·노무현 정부에서 외주사로의 단계적 전환이 본격화됐고, MB 정부에서 전원 전환됐다.

    도로공사는 지난달 29일 대법원이 수납원 손을 들어주기 전까지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고해왔다. 이 사장이 불법 파견을 보수 정부에서 이뤄진 일로 선 긋기에 나섰지만, 누워서 침 뱉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수납원이 도로공사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하기 전까지 잘못된 관행을 고치기는커녕 불법 파견 체계를 유지해온 마당에 자신 있게 할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 ▲ 대법원 앞 요금수납원.ⓒ연합뉴스
    ▲ 대법원 앞 요금수납원.ⓒ연합뉴스
    ◇수납업무 선택 기회 18일까지… 직고용 시 원격지 근무할 수도

    이 사장은 지난 7월 설립한 통행료 수납 전문 자회사 한국도로공사서비스㈜로의 전환에 동의하지 않고 해고된 수납원 1500여명 중 이번에 최종 승소한 296명과 대법원이 근로관계자 유지된다고 판단한 고용단절자 203명 등 최대 499명을 직접 고용한다고 밝혔다. 다만 업무는 회사의 경영상 재량에 따라 기존 수납업무가 아닌 조무업무를 줄 수밖에 없다고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 사장은 구체적인 조무업무와 관련해선 "내근이 아닌 고속도로 현장 업무가 될 것"이라며 "임금차액 손해배상청구 소송 과정에서 법원이 조무업무를 제시한 만큼 이를 염두에 두고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무기계약 형태의 현장 실무직은 공개채용을 통해 엄선된 가운데 분야별로 자격 조건 등을 명시하고 있어 새로운 업무를 발굴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도로공사는 버스정류장·졸음쉼터·고속도로 경사면 등의 청소 업무를 고려하고 있다.

    이 사장은 오는 18일까지 직접 고용 대상자를 상대로 공사의 조무 업무와 자회사의 수납업무 중 원하는 업무를 개별 조사할 방침이다. 업무별 대상자가 확정되면 오는 23일 대상자를 불러모아 채용절차를 설명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공사 직접 고용을 원하는 대상자에게 소정의 교육을 할 계획이며 현재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대상자들은 다음 달 중 현장 배치가 완료될 예정이다.
  • ▲ 요금소.ⓒ연합뉴스
    ▲ 요금소.ⓒ연합뉴스
    ◇1·2심 계속 진행… 개별소송이어서 다툼 여지 많아

    이 사장은 현재 1·2심이 진행 중인 수납원에 대해선 소송을 계속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번 대법원판결을 확대 적용해 1500여명을 전원 직접 고용해달라는 수납원 측 주장을 거부했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자회사로의 전환을 거부한 수납원 중 2심이 진행 중인 소송인원은 116명, 1심 참여인원은 931명이다.

    이 사장은 각 소송이 집단소송이 아닌 개별소송이어서 앞으로 다툼의 여지가 많다는 견해다. 정년이 다가오거나 지난 수납원도 있고 공사가 직접 고용했다가 퇴사해 상고심에서 재판을 다시 하라고 돌려보낸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도로공사는 2015년 이후로는 신규 영업소의 신규 입사자(89명)에 대해 불법 파견 요소를 제거하고 공개경쟁 입찰을 통해 운영해온 만큼 대법원이 다른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번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판결과 별도로 임금차액 손배소송이 진행되고 있고 2심에서 청구금액이 줄어든 사례가 많아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릴 필요성도 있다는 견해다. 이 사장은 "소송을 중단하면 자회사 전환에 동의한 수납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발생할 것"이라며 "(이번 대법원판결을 확대 적용해달라는) 수납원 측 주장을 수용하면 더 큰 갈등과 혼란이 있을 거다. 사장으로선 소추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1·2심 소송인원에 대해선 공사 비정규직으로 기간제 채용을 검토하되 공사의 인력운영과 부여 업무에 한계가 있다"면서 "소송 진행속도를 고려해 2심 소송인원부터 적정수준에서 한시적 기간제로 고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소송을 계속할 경우 적잖은 수납원이 직접 고용 판결을 받을 거라는 예상이 우세함에도 도로공사가 시간 끌기로 수납원 측에 심리적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 ▲ 요금수납원 도공 본사 농성.ⓒ도로공사
    ▲ 요금수납원 도공 본사 농성.ⓒ도로공사

    한편 수납원 노조원 250여명은 이날 경북 김천 도로공사 본사에서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3개 노총 소속인 수납원들은 1층 로비에서 사장 면담을 요구하며 시위 중이다. 20여명은 20층 사장실 입구 복도에서 농성하고 있다. 이들은 이 사장이 1·2심 소송인원에 대해 직접 고용할 수 없다고 밝힌 데 반발해 농성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