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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헬릭스미스(전 바이로메드)의 임상 3상 결과에 대해 사전 정보가 유출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거세지고 있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는 "사전 정보 유출 가능성은 '제로(0)'"라고 단언했지만, '오비이락(烏飛梨落)'이 반복되는 것은 왜일까.
헬릭스미스는 지난 23일 저녁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VM202)' 임상 3a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약물의 혼용 가능성이 발견됐다고 공시했다. 글로벌 임상 3상이 어이없는 실수로 인해 미끄러진 것이다.
글로벌 임상 3상 과정에서 신약과 위약(가짜약)이 뒤바뀐 사고를 일으켰음에도 김 대표는 '미완의 완성'이라고 자평했다. 주가가 2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자 김 대표는 지난 24일 기업설명회(IR)에 이어 26일에 기자간담회를 열어 주가를 방어한 후 자사주 10만주를 장내 매도했다.
주식담보대출 상환 때문이라지만,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김 대표는 주주들에게 "현재 보유한 주식을 팔지는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이 같은 행보에 업계에선 "너무 뻔뻔하다"며 아연실색하고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임상 3상 결과 관련 정보가 사전에 유출됐을 것이라는 의혹이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월 시장에서는 헬릭스미스의 임상 3상에서 사용된 약물의 라벨(label)이 잘못돼 임상 3상 데이터를 전혀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는 루머가 돌았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해당 루머에 대해) 헬릭스미스의 주가가 내려가길 원하는 각종 사람들이 거의 모든 가능성을 제시했기 때문에 지금 와서 그 중 하나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일축했다.
임상 3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헬릭스미스에 대한 공매도가 급증했다. 최근 1개월간 헬릭스미스에 대한 공매도 잔액은 60% 이상 증가해 왔다. 이 때문에 최근 공매도를 주도한 외국인들에게 사전에 정보가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김 대표는 "외국인들이 주식을 9월에 판 것 맞지만, 외국인들은 6·7·8월에도 계속 (헬릭스미스 주식을) 팔아왔다"며 "외국인이 미리 내부 정보를 안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펄쩍 뛰었다.
또한, 악재 공시가 나오기 직전에 김 대표의 친인척들이 자사주 3000주를 장내매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약물의 혼용 가능성에 대해 확신한 시점은 지난 23일 아침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최종 판단은 지난 23일 아침에 확정적인 결정을 내렸다"며 "지난 주말(지난 21~22일)에 일이 다 벌어졌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처남인 김용수 전 헬릭스미스 대표의 처와 자녀는 지난 23일 자사주를 5억 3000만원어치 장내매도했다. 김 대표가 임상 3상 결과에 대해 인지하고 나서 자사주를 팔아치운 셈이다. 이날 장이 마감된 후에야 헬릭스미스는 임상결과 오염 공시를 올렸다.
헬릭스미스의 오비이락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헬릭스미스는 지난 5월28일 16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감행한 바 있다. 해당 유상증자에 대해 발표하기 바로 전날인 5월27일 오후 6시30분 경에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는 헬릭스미스의 분식회계에 대한 처벌을 공시했다. 이 때문에 마치 증선위의 공시 시점이 헬릭스미스의 유상증자 발표까지 기다려준 것 같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토록 한 기업에서 유독 비슷한 의혹이 반복됐는데도 오비이락이라는 해명만 되풀이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보가 아닐까. 더구나 헬릭스미스는 대한민국 1세대 바이오벤처로서 촉망 받아왔던 기업이다. 바이오업계의 맏형으로서 기본적인 도덕성과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감도 갖추지 못한 모습이 실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