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97개 원청사에 교섭요구서 일괄 발송…'전면전' 개시건설사, 노조와 대결 우려…'전략적 침묵' 속 신중한 행보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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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하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난 10일, 법 시행과 동시에 노동계의 단체교섭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노란봉투법 시행 1호' 타깃이 되지 않기 위해 극도의 긴장 속에서 각자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업계 안팎에서는 대형 건설사들이 대형 로펌을 선임해 사법 TF(태스크포스)를 가동하거나 기존 계약서를 전면 수정하는 등 사용자성 인정을 피하기 위한 물밑 대응에 분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날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가운데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대규모 단체교섭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건설노조는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 등 전국 약 97개 원청 건설사를 대상으로 단체교섭 요구서를 일괄 발송하며 전면전에 나섰다.이번 법 개정의 핵심은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자를 사용자로 간주하는 데 있다.노조는 이번 교섭에서 공휴일 유급수당 지급, 적정 하도급 대금 보장을 통한 임금체불 근절, 근로자의 작업중지권 실질적 보장 등을 핵심 의제로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교섭을 거부할 경우 파업과 태업에 따른 공기 지연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로펌 업계 역시 노란봉투법 시행에 발맞춰 사실상 전시 체제에 돌입하며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주요 대형 로펌들은 건설업계 특유의 복잡한 하도급 구조를 겨냥한 전담 조직을 잇달아 공개하며 시장 선점을 위한 대응 경쟁에 나서는 분위기다.법무법인 세종은 노란봉투법 대응을 위해 30여명 규모의 전용 TF를 꾸리고 현장 밀착형 자문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법무법인 광장은 기존 노동 컴플라이언스팀을 50명 규모로 대폭 확대해 대형 건설사들의 사법 리스크 관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이에 앞서 지난달 법무법인 화우가 주최한 노란봉투법 관련 '건설기업 영향분석 및 대응전략 세미나'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두산에너빌리티 등 건설·플랜트·에너지 인프라 기업의 법무·인사·현장관리 실무진 약 150명이 참석했다.현대건설은 내부적으로 대응 시나리오를 점검하면서 정부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에 대비해 단계별 로드맵 구축에 나선 상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교섭 요구가 접수될 경우 의제별 사용자성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대형 건설사들은 제도 시행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현장 적용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제도 도입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사항이 원청의 결정 권한 범위를 벗어나거나 하청업체의 경영 판단에 속하는 경우에는 제도 취지가 실질적인 결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실제로 일부 건설사들은 법무법인 등의 자문을 받아 현장 관리 문서에서 '지휘·감독' 등 원청의 사용자성을 상징하는 용어를 삭제하는 이른바 '계약서 클리닝'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다만 이 같은 업계의 긴박한 물밑 움직임은 대외적으로 거의 노출되지 않고 있다. 자칫 노조를 자극해 갈등의 불씨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대외 언급을 자제하며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어느 회사가 로펌과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등의 정보가 외부로 나가는 것 자체가 매우 조심스럽다"며 "자칫 노조 입장에서 '원청이 우리를 상대로 싸울 준비를 하고 있구나'라고 받아들여 불필요한 오해를 사거나 대척점을 세우게 될까 봐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워낙 조심스러운 분위기라 내부에서도 구체적인 전략은 알려고 하지도 않는 상황"이라며 "그저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는 답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러워했다.업계는 이번 법 시행이 단순히 교섭 요구에 그치지 않고 공기 지연과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제조업과 달리 공사 건별로 기간과 작업 내용이 명확히 정해진 건설업의 특성상 원청의 사용자 책임 확대는 본사 차원의 경영 리스크와 직결되기 때문이다.결국 이러한 비용 상승 압박은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져 실질적인 부담이 실수요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건설업계 관계자는 "법적 가이드라인이 모호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모든 유무형의 비용은 고스란히 기업의 부담으로 남게 된다"며 "고금리와 경기 불황으로 한계에 다다른 건설사들이 이 리스크를 모두 감내하기에는 역부족이고, 그 결과는 결국 최종 소비자인 국민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