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2교대 인력 채용 규모 기재부 제출도 연기민주노총 대정부 투쟁 동력원 활용 가능성도
  • ▲ 시한부 철도파업 안내문.ⓒ연합뉴스
    ▲ 시한부 철도파업 안내문.ⓒ연합뉴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노조인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다음 달 무기한 본 파업을 예고하는 가운데 파업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거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다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정부 투쟁의 동력원으로 철도 파업 카드를 활용할 경우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는 분석이다.

    16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철도노조는 다음 달 중순 이후 본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지난 14일 오전 9시까지 사흘간 경고성 1차 시한부 파업을 벌였다.

    업계에선 철도노조가 본 파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파업 장기화 여부를 놓고는 의견이 갈린다.

    일단 파업이 생각보다 장기화하진 않을 거라는 의견이 많다. 철도 파업 상황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본 파업에 들어가도) 오래가지는 않을 듯하다"고 관측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도 "(철도노조도) 요구사항이 관철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에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철도노조는 경고 파업에 들어가며 △총인건비 정상화 △4조2교대 인력 충원 △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 △코레일·㈜에스알(SR) 통합 등을 요구했다. 문제는 이들 쟁점이 노사 협상을 통해 풀 수 있는 성격의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코레일이 아니라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정부와 국회가 열쇠를 쥐고 있다. 철도노조가 시한부 파업 출정식에서 '노정 협의'를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애초부터 번지수가 틀린 상황에서 파업 장기화는 동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토교통부가 일부 사안에 대해 정부 차원의 검토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도 노사 협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라는 의견이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아직 파업이 확정된 게 아니다"라면서 "노조 쪽 동향을 살피고 있다. 인력 문제 등은 정부 차원의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 보이므로 코레일에서 세부 자료를 보내오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쟁점인 4조2교대 도입과 관련해 국토부는 애초 16일까지 기재부에 증원 규모를 제출할 예정이었으나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고 제출 시한을 늦추기로 했다. 철도노조는 현재 3조2교대인 근무 형태를 내년부터 4조2교대로 바꾸려면 4000여명을 추가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코레일이 외부에 의뢰해 진행한 직무진단 중간보고에서는 1700여명만 증원해도 충분하다는 결론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고 국토부가 노조 측 주장을 대폭 수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2019년 정원은 2017년과 비교하면 3000명쯤 늘었다. 오영식 전 사장이 해고자 복직 등 노조 측 요구를 많이 수용했었다"면서 "노조 측 요구를 100% 수용할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 ▲ 철도노조 요구사항.ⓒ연합뉴스
    ▲ 철도노조 요구사항.ⓒ연합뉴스
    일각에서는 2016년 74일간 이어졌던 역대 최장기 파업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철도업계 한 관계자는 "2016년 당시 철도노조는 적절한 종료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성과 없이 장기 파업으로 빠져들었다"고 평가한 뒤 "이번 요구사항이 코레일에서 답을 내놓기 어려운 만큼 협상이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철도노조가 따로 출구전략을 마련하지 않고 칼부터 빼 든다면 파업 양상이 2016년과 비슷하게 전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철도노조는 성과연봉제 폐지 등을 내세우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연대파업에 동참했지만, 서울·부산 지하철 노조와 화물연대(공공운수노조 화물운송 특수고용직 노동자연대)가 파업을 중단·철회하면서 나 홀로 파업을 벌였다. 설상가상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터지고 출퇴근 시간 KTX 정상운행이 이뤄지면서 파업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사실상 노조가 성과 없이 백기 투항했다는 의견이 많다.

    민주노총의 대정부 투쟁 영향을 많이 받을 거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철도업계 한 소식통은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를 코레일 출신이 꽉 잡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노총의 대정부 투쟁에 철도 파업이 압박용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앞서 오 전 사장이 친노조 성향을 보이면서 노조의 투쟁자금에 여유가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면서 "파업 장기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 ▲ 2016년 철도노조 파업 당시 모습.ⓒ연합뉴스
    ▲ 2016년 철도노조 파업 당시 모습.ⓒ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