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보다 태업 고객불편 커… "수능후 본격 태업 예상"4조2교대 인력충원 4600명 vs 1800명… "정부 칼자루""지연운행보다 철도안전 더 중요… 정부 경영평가도 손질해야"
  • ▲ 철도노조 요구사항.ⓒ연합뉴스
    ▲ 철도노조 요구사항.ⓒ연합뉴스
    "(㈜에스알(SR)이 있어서) 철도노조(한국철도공사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은 자해적이다. 노조도 그 부분이 딜레마일거다."

    손병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은 5일 세종시 모 음식점에서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들과 만나 "(이달 예고된) 파업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손 사장 설명으로는 철도노조는 이미 4일부터 태업(준법투쟁)에 돌입했다. 오는 20일부터는 본격적인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손 사장은 "일주일 전 협상결렬을 선언하고 쟁의권을 확보하고자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을 넣었다"면서 "1차 태업 예고가 4~8일인데 실제 들어가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코레일은 철도노조가 안팎의 파업 반대 여론을 의식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는 오는 14일까지는 태업을 자제할 것으로 보고 있다. 15일부터 태업을 본격화해 20일부터 본 파업을 진행할 것으로 내다본다.

    손 사장은 파업보다 태업이 더 국민 불편을 초래한다고 했다. 파업은 열차운행 시간표를 따로 작성하고 미리 알려 승객이 열차 운행을 예측할 수 있지만, 태업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손 사장은 "열차가 차량기지에서 점검을 받고 다시 나오는 데 1시간이 걸린다면 태업의 경우 2~3시간 잡고 안 놔준다"면서 "내부에서도 직원끼리 갑질한다는 말이 나온다. 고객 불만이 쌓이면 역무직원이 그걸 뒤집어쓴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서는 코레일 파업으로 SR만 어부지리를 얻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손 사장은 "국민 여론이 파업하면 코레일-SR 통합에 부정적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파업이 장기화하면 (내가 일반 국민이라도) 잘 다니는 SR이 더 운행할 수 있게 노선을 늘려주자는 얘기가 저절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노조는 2016년 74일간 역대 최장기 파업을 벌인 바 있다.
  • ▲ 철도안전점검하는 손병석 코레일 사장.ⓒ연합뉴스
    ▲ 철도안전점검하는 손병석 코레일 사장.ⓒ연합뉴스
    손 사장은 철도노조의 4대 요구안 중 코레일이 협의할 수 있는 것은 4조2교대 전환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철도노조는 △총인건비 정상화 △4조2교대 인력 충원 △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 △코레일·㈜에스알(SR) 통합 등을 요구한다. 4조2교대는 철도노조가 요구하는 충원 규모와 코레일이 외부용역을 통해 진단한 조직규모가 큰 차이를 보인다. 철도노조는 내년부터 4조2교대를 도입하려면 4600여명을 추가로 채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코레일 조직진단 결과는 1800명만 충원하면 자체 효율화를 통해 4조2교대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손 사장은 "4조2교대는 지난해 노사 합의사항이다. 임금 삭감 없는 전환이 조건이다"면서 "증원은 사측에 권한이 없다.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비정규직의 정규화 등으로 3500명씩 증원했는데 또 다시 대규모로 증원이 이뤄지면 공기업 관리 측면에서 여러 부담이 있다는 기류가 감지된다"고 했다. 코레일은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1000억원쯤의 영업적자가 예상된다. 장기 파업이 이뤄지면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지난달 14~16일 사흘간 이뤄진 1차 경고성 파업으로 90억원쯤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게 코레일 설명이다.

    손 사장은 "정부가 증원 규모를 '0'으로 결정하면 거기에 맞춰야 한다. (코레일은) 정부와 협의가 안 되면 지금 인원으로 하자는 견해"라며 "철도노조는 주야간 업무량, 근무부서와 관계없이 똑같이 4조2교대를 하자는 것이다. 총업무량은 정해져 있는데 임금 삭감 없이 4조2교대를 하려면 노동강도가 높아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철도노조는 안전을 언급하며 4600여명 증원을 주장하는데 (업무)통폐합을 통해 인력 운영의 탄력성을 확보하면 안될 건 없다"고 강조했다.

    손 사장은 나머지 요구사항은 파업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임금은 다른 공공기관과의 형평성 문제로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지킬 수밖에 없고, SR과의 통합 문제는 철도산업 구조개편에 대한 정부의 정책사항이지 파업으로 어쩔 수 있는 게 아니라는 태도다.
  • ▲ 밀양역 새마을호 사고 현장.ⓒ연합뉴스
    ▲ 밀양역 새마을호 사고 현장.ⓒ연합뉴스
    이날 손 사장은 지난 22일 밀양역 인근에서 선로유지보수 작업 중 발생한 사망사고와 관련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손 사장은 단계적으로 일반열차도 주간에 1시간씩 선로유지보수 시간을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고속열차만 낮에 1시간의 유지보수 시간을 두고 있다. 손 사장은 "하루 평균 900여건의 선로작업이 열차운행 시간에 이뤄진다"면서 "수도권과 일부 구간에 운행이 많아 당장 시행하기 어렵지만, 여건이 되는 데부터 주간 정비시간을 늘려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손 사장은 재정당국의 경영평가가 잘못된 부분도 지적했다. 그는 "현재는 열차 정시운행률이 안전과 묶여 있어 불합리하다. 정시율을 너무 강조하면 안전에 지장이 생기므로 이를 고치려고 기재부와 실무협의를 벌이고 있다"면서 "코레일의 정시율이 99.8%인데 세계 2위는 96% 수준으로 우리가 너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