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등 전방산업 부진 여파… 2개 분기 연속 순손실수익성 저하 이어 모멘티브 인수까지… 재무부담 확대 전망도
  • ▲ 서울 서초구 소재 KCC본사. ⓒKCC
    ▲ 서울 서초구 소재 KCC본사. ⓒKCC

    2개 분기 연속 순손실을 기록한 KCC의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됐다. 전방산업 부진으로 수익성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실리콘 기업 모멘티브(Momentive)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재무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우려되면서다. 이 같은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10여년만의 신용등급 강등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2007년 1분기 이후 줄곧 '안정적'으로 유지하던 KCC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이어 나이스신용평가도 신용등급 전망을 낮췄다. 나이스신평의 경우 2003년 4월 이후 16년만의 조정이다.

    이에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5월 모멘티브 인수 부담을 이유로 KCC의 신용등급을 'BBB-'로 하향 조정했고, 이후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황덕규 나이스신평 실장은 "건자재, 해외도료 부문의 업황 악화 지속으로 단기간 내 영업수익성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점, 모멘티브 인수로 인해 재무부담이 큰 폭으로 확대됐으며 모멘티브의 높은 실적변동성 및 회사와 모멘티브의 자금소요 감안시 이 같은 재무부담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잠정실적 분석 결과 올 들어 3분기까지 매출액은 연결 기준 2조469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조8523억원에 비해 13.4% 감소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184억원에서 1257억원으로 42.4% 크게 줄었으며 순이익은 2분기(-1264억원)에 이어 3분기에도 손실(-946억원)을 기록하면서 1878억원 손실로 전년대비 적자전환했다.

    분기 기준으로도 매출액(8201억원), 영업이익(498억원), 순손실(-946억원) 모두 지난해 3분기에 비해 위축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건자재 부문의 경우 입주 물량 및 아파트 거래량 감소의 영향으로 창호, 석고보드, 단열재 등 주요 B2B 아이템 수요 둔화에 따른 판가 하락 및 판매량 둔화 영향이 지속된 것으로 판단했다.

    건자재 내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유리 부문 역시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냉간보수 영향에 따른 생산량 감소로 관련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도료 부문 역시 큰 폭의 실적 개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자동차·조선의 실적은 판매량 및 수주잔고 증가로 양호한 실적이 예상되지만, 중국을 비롯한 해외 가동률 부진 속에 수익성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2017년 하반기부터 중국 내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수혜를 누렸던 컨테이너용 도료의 경우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물동량 감소와 경쟁강도 심화로 상당 부분 희석될 전망이다.

  • ▲ 자료사진. 충남 서산시 소재 KCC 대죽2공장. ⓒKCC
    ▲ 자료사진. 충남 서산시 소재 KCC 대죽2공장. ⓒKCC

    문제는 전방산업 부진 지속으로 수익성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증권사 실적 전망치 분석 결과 지난해 전년대비 26.1% 감소한 영업이익(2435억원)은 올해도 1671억원에 그치면서 지난해에 비해 31.3% 위축될 전망이다. 2017년(3298억원)에 비해서는 반 토막이 난 셈이다.

    조원무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건자재의 경우 당분간 주택경기 둔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매출 및 이익이 감소할 것"이라며 "도료 역시 국내 조선사들의 선박 수주 증가로 내수 실적은 개선될 수 있으나, 세계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중국 컨테이너 물량 감소 등으로 해외법인의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내년 초로 예정된 모멘티브의 연결 대상 편입에 따라 재무안정성 저하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 5월 KCC는 모멘티브 인수를 위해 MOM 홀딩스 컴퍼니(MOM Holdings company)의 지분 45.5%를 6358억원에 취득했다. 또 모멘티브의 기존 차입금 리파이낸싱 등으로 16억달러의 인수금융을 발생시켰고, 이 가운데 8억달러가량은 KCC가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3분기 기준 KCC의 차입금 규모는 2조2552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1조5944억원에 비해 41.4%(6607억원) 증가했다.

    여기에 내년 연결대상 편입으로 인해 인수금융 2조원까지 차입금으로 가산되고, 연간 3000억원 이상의 투자가 진행될 경우 KCC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모멘티브가 비상장사이다보니 실적에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모멘티브의 연결 대상 편입은 물론, 케이씨씨글라스 인적분할로 인한 재무부담 수준도 주요 모니터링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이어 "다만 가중된 재무부담을 축소하기 위해 보유 지분 등 자산을 매각할 계획을 갖고 있는 만큼 이를 통한 재무안정성 개선 여부를 지속 점검할 것"이라고 덧붙였.

    한편, 모멘티브는 1940년대 메틸클로 실리콘 생산을 시작으로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미국 소재 비상장 기업이다. 2006년 아폴로 PEF가 GE 핵심계열사를 인수·합병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2017년 기준 12개 국가, 29개 지역에 진출해 있으며 24개 생산시설과 12개 R&D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KCC는 모멘티브 인수를 통해 △기술 이전을 통한 기술력 확보 및 사업영역 확대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재료 구매력 △모멘티브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판매망 확대 등을 통해 실리콘 사업의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인수 당시 KCC 측은 "한국 기업 역사상 세 번째로 큰 규모의 해외 M&A를 성공시키면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인수를 통해 기능성 첨가제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실리콘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기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꾸준히 점유율을 늘려온 것에 더해 미국과 유럽 등 빅마켓으로 시장을 넓혀나가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