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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석유화학기업 3곳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3분기에 비해 3524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순이익도 3034억원 감소했다. 미중 무역 분쟁, 글로벌 과잉공급 등으로 석유화학 업황의 다운 사이클(하강국면)이 본격화되면서 수익성이 떨어졌다.
업계 투톱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 역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반면 한화케미칼의 경우 신성장동력으로 키워온 태양광 부문 수익성 개선이 힘입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15일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업계 맏형'인 LG화학은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3802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6023억원에 비해 36.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롯데케미칼은 5036억원에서 3145억원으로 37.5% 줄어들었다. 영업이익률도 △LG화학 5.17%(-3.15%p) △롯데케미칼 7.98%(-3.87%p)로, 3%p 이상 감소했다.
특히 순이익은 LG화학(1371억원, -60.4%), 롯데케미칼(2140억원, -52.8%) 모두 지난해 3분기에 비해 반토막 났다.
국내 1, 2위를 다투는 2개사가 세계 경기 침체와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글로벌 석유화학 제품 수요 감소에 따른 직격탄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석유화학 제품 수출액은 499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400억달러를 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석유화학 제품 수출액은 34억달러로, 지난해 10월에 비해 22.6% 감소했다.
LG화학은 컨퍼런스콜에서 "고기능 합성수지(ABS)와 고흡수성 수지(SAP) 등 석유화학 부문 주요 제품의 수익성 악화로 비중이 가장 큰 기초소재 영업이익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실적발표를 통해 "올레핀·첨단소재·타이탄 등은 대체로 예상치를 부합했으나, 파라자일렌(PX), PET 등 아로마틱 부문 수익성이 급감하면서 전체 실적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연중 지속된 중국의 소비심리 위축을 넘지 못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실적을 끌어내린 ABS, SAP, 아로마틱 등은 생산 후 중국으로 대거 수출된다.
중국 외 유럽 등 글로벌 시장으로의 수출이 고루 이뤄지고 있는 배터리, 첨단소재 등 양사의 신사업 부문의 영업이익 개선도 중국 의존도, 이익 비중이 높은 기초소재사업 악화를 상쇄하지 못했다. 또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에 따른 유가변동성 확대도 악재 중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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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한화케미칼은 태양광 산업의 수익성 개선에 힘입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한화케미칼의 매출액은 2조4412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2조3118억원에 비해 5.5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818억원에서 3271억원으로 62.5% 뛰었다. 영업이익률도 4.05%에서 2.19%p 개선된 6.24%p를 기록했다. 순이익도 347억원 손실에서 1115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한화케미칼도 기초소재 부문에서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처럼 부진했다. 특히 폴리실리콘의 경우 국제가격 약세로 적자가 지속됐다. 다만 폴리에틸렌(PE)과 폴리염화비닐(PVC) 스프레드가 확대되면서 감소 폭을 줄였다.
하지만 태양광의 수익성 개선이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태양광 부문은 65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며 3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태양광의 경우 기초소재와 총 영업이익 대비 이익률은 크게 차이나지 안고 중국보다는 선진국과 신흥국으로 제품을 판매해 기초소재 실적을 커버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특히 한화케미칼은 연초부터 멀티(Multi, 다결정)제품의 모노(Mono, 단결정) 전환을 진행하면서 효과를 본데다 주요 판매 지역인 미국과 유럽 시장의 수요 확대로 출하량과 판매가격 모두 상승한 영향을 본 것으로 판단된다.
한화케미칼 측은 "태양광 모노라인은 미국, 일본, 유럽, 호주로 대부분 수출되기 때문에 미중 무역 분쟁에서 자유로웠던 것"이라며 "4분기에도 미국, 일본, 호주 및 이머징 마켓에서의 원활한 판매가 예상된다. 태양광 부문의 수익은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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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몇 년간 이어졌던 '수퍼사이클(장기호황)'이 끝나면서 시황 악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경제와 소비심리 개선이 국내 화학업계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인데, 미중 무역 분쟁 협상이 다시 난항을 맞닥뜨렸다"며 "4분기보다는 내년을 기약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각 업체들은 불황 타개 방안으로 신사업 키우기에 몰두하고 있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전사적 투자를 진행했으며 롯데케미칼은 스페셜티 사업 확장을 위해 합병·매각 작업을 진행하면서 ECC를 비롯한 석유화학 수직계열화를 추진해왔다.
LG화학의 전지 부문의 경우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전지 부문은 매출 2조2102억원, 영업이익 712억원을 기록했다. 소형 IT전지 출하 확대, 전기차 신모델향 자동차전지 출하 본격화로 전분기에 비해 영업 성적이 개선됐다.
LG화학 관계자는 "석유화학 부문은 주요 제품 스프레드 축소로 수익성이 가소했으나, 전지 부문 흑자전환 등으로 전분기에 비해서는 고른 실적 개선을 달성했다"며 "4분기에는 석유화학 고부가 제품 매출 확대로 수익성 개선과 자동차전지 출하 증가에 따른 매출 성장 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스페셜티 제품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롯데첨단소재와 합병을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달 30일에는 영국 소재 PET 생산·판매 자회사인 LC UK를 매각했다. 중장기 전략에 맞춰 질적 성장 중심으로 사업 체질을 변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4분기는 역내·외 대규모 신증설에 따른 스프레드 둔화로 인해 수익성은 약보합 추세로 예상된다"며 "연말 여수 폴리카보네이트(PC), 울산 메타자일렌(MeX) 및 고순도 이소프탈산(PIA) 공장 증설과 스페셜티 제품의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