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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재개발사업으로 꼽히는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이 혼돈에 휩싸였다. 조합원들간 '재입찰 진행'과 '위반사항 수정후 강행'이라는 두가지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2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3구역 재개발조합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천복궁교회에서 조합원 총회를 열고 향후 추진방향을 논의했다.
조합이 제시한 안건은 두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입찰사들이 낸 원래 사업제안서에서 국토부 등이 지적한 위법사항만 수정하고 원래 일정대로 강행하는 것. 전날 열린 조합이사회에서는 이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길은 국토부 등의 요구대로 기존 입찰을 무효로 하고 새로 입찰절차를 밟는 것인데 정부와의 정면충돌을 우려한 시공사들이 이같은 방안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들 역시 입장이 갈렸다. 총회 현장에서 만난 한남3구역 한 조합원은 "대다수의 조합원들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지켜 사업을 추진하기를 원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16년이라는 시간이 들었는데 위반사항만 수정한후 그대로 사업이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조합원 역시 "2조원 가량의 사업비를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이 세 건설사 외에 또 있겠느냐"며 "더이상 사업이 지체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 조합원은 "법을 위반한 3개 건설사의 입찰보증금을 몰수하고 입찰을 무효화해야 한다"며 "이를 알고도 사업을 진행해 조합원들의 재산을 침해한 조합장과 임원 해임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요구대로 위반사항만 수정후 그대로 재개발사업이 진행되더라도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이번 수사 의뢰는 정부가 처벌의 의지를 강하게 보여준 것"이라며 "수사 결과에 따라 최대 2년간 입찰제한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대로 사업을 진행하는 건 무리수"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역시 재입찰을 권고했다. 이날 열인 서울시 주택건축본부 오찬 간담회에서 김성보 서울시 주택기획관은 "시공사들이 문제가 있는 제안서를 제출했으니 이번 기회에 깨끗이 털고 재입찰하는게 바람직하다"며 "조합에 입찰을 중단하고 재입찰을 검토하라고 얘기해뒀다"고 강조했다.
건설사 역시 재입찰 방안을 선호한다는 뜻을 조합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최대 2년간 입찰 제한' 등 강수까지 꺼내든 상황에서 건설사는 정부 입김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하지만 조합이 재입찰로 결정을 내려도 잡음이 예상된다. 이 경우 4500억원에 달하는 입찰보증금은 서울시 고시(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 제 18조)에 의거해 조합에 귀속시킬 수 있다. 그 전제조건은 '건설업자 등이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입찰참여 규정 등을 위반해 조합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다.
이를 근거로 조합이 4500억원을 몰수할 경우 각 시공사가 제시한 설계 내용을 '입찰참여 규정 위반'으로 볼 수 있는지 등이 논란이 돼 시공사들이 소송을 통해 입찰보증금 환급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되고 사업이 장기표류될 수 있다.
다만 재입찰이 결정되면 기존 3개사의 입찰도 가능하다. 시공사 입찰제한 사항은 법적으로 수사의뢰한 결과에 따라 위법이라고 밝혀지면 입찰을 제한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공사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 한 관계자는 "건설사마다 입장 차이가 다르다"며 "재입찰을 하더라도 다시 입찰에 참여할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총회에서는 조합원들의 의견 수렴일 뿐 시공사 재선정 방안 결정은 이뤄지지 않는다. 조합에서 입찰 강행이나 재입찰, 수정 제안 등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선 총회 이후 대의원대회를 거쳐 추가 안건 수정이 필요하다. 조합 내부에서는 대의원대회 구성이 빨라야 다음주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