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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단순히 '의식주' 해결공간으로 치부돼 왔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고 세대도 바뀌었다. 현재 소비시장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밀레니얼(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자)' 세대들은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중시한다. 주거문화도 시대흐름에 따라 점차 발전하고 있다. 피데스개발이 김경민 서울대학교 교수와 공동연구한 향후 2년간의 주거공간 트렌드에 대해 알아봤다.
미래주택 인식조사 결과 소비자들은 공간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수퍼&하이퍼'를 바랐다. 주택을 매입할 때 가장 우선시 됐던 '역세권'은 밀레니얼 세대에겐 그렇게 중요치 않다. 길에 차고 넘치는 킥보드·자전거·자동차 등을 이미 공유하고 있는데다 휴대폰 터치 몇 번만으로 집 앞 골목까지 카카오택시·타다·쏘카 등이 모셔다 주기 때문이다.다만 공간에 대한 초양극화 현장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주거공간과 융합돼 때로는 내방이 커피숍이 됐다가 VR·AR체험관이 되고, 영화관이 되며, 음악감상실이 되기도 할 전망이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R&D센터소장은 "기존에는 집에서 주로 가족모임을 하거나 손님응대를 해왔지만 요즘엔 다 나가서 해결한다. 식사도 마찬가지고, 짐도 그렇다. 맡겨놓을 곳이 다 따로 있다"며 "비중이 줄어든 그곳에 현재 쇼핑과 일, 취미, 재미 등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공유경제·구독경제가 공간을 만나 더욱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함께하는 것에서 벗어나 주체로 참가하면서 분야를 심화·분화시키고, SNS 등을 통해 외연을 넓혀나갈 것으로 점쳐진다. 예컨대 영화동호회가 아닌 느와르·추리·로맨스영화로 분화된다는 얘기다.
일례로 서울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는 식품분야 최초 규제특례 공유주방 1호점이 개점했으며, 곳곳에 멤버쉽 전용공간인 '트레빠(아지트 바)'도 생겼다. 세탁방도 그중 하나다. 즉, 취향이나 바라는 점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이는 취향공동체 공간이 보다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집 주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올인빌(All in Vill)'을 넘어 방에서 모든 것을 누리는 '올인룸(All in Room)' 시대가 펼쳐진다.
김희정 소장은 "청년 스타트업이 다양해지고 프리랜서·은퇴족이 증가함에 따라 방에서 방으로 출근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여기에 첨단기술과 공간의 융합으로 내 방에서 운동·게임·쇼핑이 가능해져 요즘 젊은 세대들은 집을 매입할 때 향(向)보다 인테리어 스타일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둔형 외톨이, 집에만 콕 틀어박혀 사는 히키코모리 공간이 아니"라며 "나만의 만능공간을 SNS로 외부에 적극 알리면서 자랑도 한다"고 덧붙였다.
도시공간이 시간적 구애를 받지 않고 24시간 물류 플랫폼으로 바뀐다. 낮밤이 아닌 낮낮 공간이 되는 셈이다. 드론배송 뿐만 아니라 AI 자율주행·로봇라이더가 물류서비스를 고도화한다.
도시 유휴공간도 물류 플랫폼으로 탈바꿈한다. 건물 지하공간이 물품보관소가 되고, 자투리공간도 물류거점으로 재탄생될 전망이다. 이러한 공간에는 배달된 옷을 입어보고 반품하거나 교환할 수 있는 픽업&피팅실 또는 배송원 휴게공간 등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집의 주된 기능중 하나인 주방 역시 변화무쌍하게 변신한다. 신선 식재료가 언제든지 배달돼 냉장고가 사라지거나 작아지고, 배달음식으로 삼시세끼를 해결하기도 한다. 가스렌지·설거지통·전자레인지가 사라지고, 요리공간도 아예 없어질 지도 모른다.
반면으론 주방이 점차 중요해지기도 한다. 보여주는 곳, 초대하는 공간으로 생각이 바뀌면서 디스플레이 쇼룸이 되고, 커뮤니티 공간으로 전환될 지도 모른다. 실제 보여주는 주방과 실제 음식을 만드는 주방이 분화되면서 2개 주방이 있는 가정도 생기고 있다.
밀레니얼세대가 주도적 경제활동을 하고 그의 부모는 손자녀 양육을 주도하는 시대가 열린다. 밀레니얼세대가 소비를 주도하면서 상권시장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기존 베이비붐세대가 평일 낮 시간 종로구·중구·동대문구·송파구·강남구에서 주로 활동했다면, 밀레니얼세대들은 강남구·중구·종로구·마포구·영등포구·관악구·금천구 등 각지로 뻗어있다.
반려동물이나 로봇이 당당히 함께 공간을 차지하게 된다. 이들이 향후 가족 이상의 존재감을 갖게 되면서 공간 주체가 인간에서 반려동물·로봇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공간 소유보다 점유·체류가 중요해지면서 급증하는 외국인들도 주목받게 된다.
김 소장은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체류 외국인을 제외하면 4900만명 정도"라며 "2000만 외국인 관광객 시대를 맞아 외국인을 위한 공간과 그들이 선호하는 공간이 늘고, 발전할 것"이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