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후보군 지지, 비방 글 잇따르며 빈축쇄신 위한 '투명한 프로세스' 구축… "믿고 맡겨야"
  • KT 차기 회장 후보군이 9명으로 압축되면서 최종 후보군 선정에 이목이 쏠린다. 이르면 이번주 중으로 최종 후보군이 2~3명으로 압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사가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후보군들의 치적을 평가하는 글들도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고 있다. 특정 후보군을 비방하는가 한편, 지지하는 추측성 기사들이 포털을 도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보고 있자니 줄곧 외풍(外風)에 시달렸던 KT가 여전히 각종 기득권들의 진영논리에 좌지우지 되는 것 같아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무엇보다 KT 회장 후보군을 둘러싼 여론몰이가 인사 시스템에까지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

    KT는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개정해 회장 선임 프로세스를 사외이사 4명과 사내이사 1명으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 회장후보심사위원회, 이사회, 주주총회로 단계화했다. 회장 선임과정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다. 

    올해 4월부터 진행된 차기 회장 선임 프로세스에서 KT 지배구조위원회 운영규정에 명시된 '이사 추천' 권한도 행사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최근 공개된 9명의 후보자 명단도 '투명성'을 확보해 외압 논란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KT 지배구조위원회의 바람과 달리 특정 후보자들로 압축될 것이라는 여론전만 가속화되고 있다. 황창규 회장이 차기 회장 선임에 관여하지 않음에 불구하고, 관련 의혹이 계속 불거지고 있는 상태다.

    2만 4000여 명의 직원이 한 배에 올라 타 있는 KT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교체된 흑역사를 갖고 있다. 정부 지원과 국민 성원으로 성장한 기업인 만큼 정치권 안팎에서 KT 회장 선임에 관심을 갖는 부분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다만 관심은 어디까지나 공정하고 투명한 선임 절차를 제도화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하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정치권력이 민영화된 기업의 회장 선임 과정에 특정 인물을 끼워놓고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부당한 인사 개입에 속할 수 있다. 

    변화의 기로에 놓여있는 KT의 첫 번째 단계는 투명한 인사 시스템에서 비롯된다. 여론에 휘둘리지 않는 뚝심있는 리더가 나올 수 있도록 KT 스스로에게 믿고 맡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