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투자증권, 31일 마감 앞두고 19일 돌연 종료금감원 "해외주식 마케팅 자제하라" 압박 영향 메리츠·키움도 줄줄이 '백기'고환율 핑계로 '관치 금융'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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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
유진투자증권이 '미국 주식 수수료 3년 무료' 이벤트를 예정보다 열흘 이상 앞당겨 기습 종료해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의 배경에 금융당국의 강력한 '해외주식 마케팅 자제'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24일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12월 31일까지 진행하기로 했던 미국 주식 수수료 완전 무료 이벤트를 이달 19일 조기 종료했다. 비대면으로 신규계좌를 개설하는 고객에게 진행하던 이벤트였다.사전 예고 없는 종료에 투자자들은 "고객 기만"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고환율 안정을 이유로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영업에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하는 '킹달러' 현상이 지속되자,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쏠림 현상(서학개미 열풍)을 환율 상승의 주요인 중 하나로 지목하고 증권사 군기 잡기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증권사에 과도한 이벤트와 광고를 자제할 것을 권고했고, 급기야 실태 점검과 현장 점검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업계 관계자는 "지난 18일 금감원이 미래에셋·메리츠·키움·토스증권 등 주요 증권사 대표들을 소집한 직후 업계 전반에 신규 마케팅 중단 지침이 내려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유진투자증권이 이벤트를 종료한 시점(19일)이 당국의 대표 소집 직후라는 점은 이번 조기 종료가 당국의 입김과 무관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
- ▲ 유진투자증권 MTS 앱 이벤트란. 왼쪽 모서리에 '마감'이라고 표시돼있다ⓒ앱 캡쳐
유진투자증권뿐만 아니라 다른 증권사들도 줄줄이 '백기'를 들고 있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수수료 완전 무료화를 선언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던 메리츠증권은 결국 내달 중 '슈퍼365' 계좌의 미국 주식 수수료 무료(0%) 혜택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키움증권 역시 5만 명 가까운 구독자를 보유한 텔레그램 미국 주식 정보 채널 운영을 전날 잠정 중단했다.하지만 당국의 압박이라는 사정이 있더라도 유진투자증권의 대응 방식은 여전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경우 기존 고객 혜택은 유지하고 신규 가입자에 대한 혜택 중단을 내달로 예고하는 등 유예 기간을 둔 반면, 유진투자증권은 별다른 사전 고지 없이 배너를 내리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한 투자자는 "정부 눈치를 보느라 고객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것 아니냐"며 "아무리 당국의 지침이라도 최소한의 유예 기간이나 설명은 있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금융당국의 개입으로 증권사들의 '수수료 무료' 경쟁은 당분간 자취를 감출 전망이다. 그러나 환율 방어라는 거시적 목표를 위해 민간 기업의 마케팅 활동을 강제로 중단시키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금융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방식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관치 금융'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