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유통업계… ‘빅3’ 수장 모두 교체‘대형마트’ 초저가 경쟁으로 정면 돌파황금알 낳는다던 면세점… 한화·두산 사업 철수
  • 기해년(己亥年)이 저물고 있다. 올해 유통업계는 유난히 다사다난했다. 사상 최악의 실적으로 위기를 맞은 전통의 유통 회사들은 생존을 위해 모두 수장을 교체했고, 내실경영을 강화했다. 전례 없는 생존경쟁에 들어가며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유통업계를 분야별로 나눠 2019년 이슈들을 되짚어 본다. <편집자 주>

    올해 유통업계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온라인 쇼핑몰의 성장으로 국내 대형마트들은 줄줄이 적자를 면치못했다. 면세점시장은 수익성 악화로 대기업인 한화와 두산마저 사업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홈쇼핑업계도 높아지는 수수료 경쟁에 몸살을 앓았다.

    반면 백화점업계는 뚜렷해지는 소비 양극화 형상으로 명품 판매가 두 자릿수 신장률을 기록했다. 올해 1조 원대로 성장한 온라인 시장을 잡기 위해 유통업계는 저마다 새벽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고, 편의점업계는 근접 출점 제한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신규출점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17년 만에 업계 1, 2위 쟁탈전이 벌어졌다. 

    2019년을 뜨겁게 달군 유통업계 10대 뉴스를 한눈에 살펴본다.
  • ▲ (왼쪽부터) 강희태 롯데 유통BU장, 차정호 신세계 대표,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
ⓒ각사 제공
    ▲ (왼쪽부터) 강희태 롯데 유통BU장, 차정호 신세계 대표,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 ⓒ각사 제공
    ◇위기의 유통업계… ‘빅3’ 수장 모두 교체

    올해는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 빅3’의 수장이 모두 교체됐다. 온라인이 대세로 자리 잡은 유통 시장에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의 유통 사업을 관장하는 유통 BU는 이원준 부회장이 용퇴하고 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가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새 BU장으로 임명됐다. 5개 사업부 중 롯데마트의 문영표 부사장이 사업부장으로 유임된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4개 사업부장이 모두 바뀌었다. 백화점 사업부장은 롯데홈쇼핑의 황범석 전무가, 슈퍼 사업부장은 롯데마트 남창희 전무가 맡는다.

    앞서 신세계그룹도 그동안 수년간 '장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지켜왔던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대표를 모두 교체했다. 2분기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내면서 시장에 충격을 안겼던 이마트는 그룹 정기 인사보다 앞서 한 달 먼저 인사를 단행했다. 6년간 자리를 지켜온 이갑수 대표가 물러나고 강희석 대표가 임명됐다. 창사 이래 첫 외부 인사다.

    신세계백화점도 장재영 대표가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로 자리를 옮기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차정호 대표를 새 수장으로 맞았다. 현대백화점에서는 이동호 부회장과 박동운 사장이 물러나고 1960년대생인 김형종 한섬 대표이사가 새 사장이 되면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 ▲ ⓒ이마트
    ▲ ⓒ이마트
    ◇ ‘대형마트’ 초저가 경쟁으로 정면 돌파

    역대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대형마트들은 올해 ‘초저가’로 돌파구를 찾았다. 대형마트 3사는 생수, 휴지 등 생활필수품 뿐 아니라 우유, 와인, 가전제품 등으로까지 초저가 경쟁을 넓히고 있다.

    먼저 이마트가 포문을 열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올해 초 신년사에서 ‘초저가’로 승부할 것을 주문하면서 올 한해 유통업계의 핵심 이슈 중 하나는 초저가가 됐다. 상반기에는 이마트 등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대형마트들이 성공적인 초저가 모델을 만들기 위해 구조개선 등 사전 작업을 진행했다면,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경쟁 체제로 돌입했다.

    초저가 경쟁은 다른 대형마트로까지 번졌다. 최근에 시장을 달군 품목은 ‘생수’였다. 이마트가 2ℓ짜리 생수 6병을 1880원에 내놓자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이보다 더 낮은 가격의 생수를 내놨다. 롯데마트는 같은 용량의 생수를 1650원에, 홈플러스는 1590원에 판매하기로 했다.

    다만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일주일 동안 한시적인 할인 행사라는 점에서 이마트의 상시적 초저가 시리즈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이 높은 생필품으로 고객을 모으는 데는 롯데마트나 홈플러스의 전략도 유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 ⓒ갤러리아백화점
    ▲ ⓒ갤러리아백화점
    ◇ 백화점, 명품이 실적 견인… 체질 개선 나서

    올해 백화점 실적은 명품이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품을 제외한 나머지 상품군이 모두 부진했던 가운데 거둔 호실적으로 ‘소비양극화’ 현상이 더욱 뚜렷해졌다. 

    실제로 올해 1~10월까지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의 명품 매출 신장률을 살펴보면 모두 두 자릿수 신장률을 보였다. 6월과 8월에는 지난해 동기간 대비 각각 23.6%, 23.2%의 고신장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백화점 업계는 프리미엄 전략 외에도 체험형 공간 도입, 온라인몰 고급화, 조직 유연성 강화에 나섰다. 백화점 집객 전략이란 당장 매장에서 파는 제품을 소비자가 구입하도록 유도하기보다, 제품이 안 팔려도 좋으니 일단 백화점으로 소비자의 발길을 돌리자는 전략이다. 
  • ▲ ⓒ두산면세점
    ▲ ⓒ두산면세점
    ◇ 황금알 낳는다던 면세점… 한화·두산 사업 철수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던 국내 면세점 시장에서 한화그룹과 두산그룹이 철수하기로 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지난 9월 ‘갤러리아면세점 63’의 영업을 종료했다. 면세점 사업을 접는 대신 백화점 사업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2016년 178억원의 영업 손실을 낸 후 매년 적자를 거듭해 3년간 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한화그룹은 적자투성이의 면세점 사업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두산그룹 역시 영업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4년 만에 면세점 사업을 접기로 결정했다. 두타면세점의 영업 종료일은 내년 4월 30일이다. 2016년 5월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에 문을 연 두타면세점은 연 매출 7000억원 수준까지 성장했지만 수익성은 좋지 않았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2017년 매출이 4436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중국인 보따리상인 ‘따이궁’을 유치하하며 6817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지난 3년간 과도한 송객수수료 부담 등이 발목을 잡았다.

    이로써 2015년 두산과 한화, 신세계그룹, HDC신라 등 5곳이 서울지역 신규 면세점 특허권을 따내며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3곳만 살아남게 됐다. 두산과 한화 모두 출혈 경쟁과 함께 입지 조건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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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국장 면세점 신설했지만… ‘썰렁’

    인천국제공항 1,2 터미널에 신설된 입국장 면세점이 지난달 5월 31일부터 본격 영업을 시작했다. 제1터미널에 SM면세점이 약 190㎡규모의 매장 2곳을, 제2터미널엔 엔타스듀티프리가 320㎡ 규모의 매장 1곳을 연다. 술과 향수, 화장품, 기념품 등 10개 품목을 취급하고, 담배와 검역이 필요한 과일, 축산가공품 등은 판매하지 않는다.

    입국장 면세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한도는 600달러다. 이때문에 입국장 면세점엔 600달러를 넘기는 고가 명품 등은 판매되지 않는다. 화장품 종류도 중저가의 국산 제품이 많다. 해외로 나가는 국민의 면세점 구매한도는 기존 3000달러였으나, 입국장 면세점의 600달러 한도가 더해져 총 3600달러로 한도가 늘었다. 면세한도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600달러다.

    하지만 판매 실적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관세청,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정우 의원 등에 따르면, 인천공항 입국장 면세점은 개장한 5월 31일부터 9월까지 4개월간 18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당초 인천공항이 예상했던 연 매출은 1062억원으로, 목표를 달성했다면 이 기간 354억원어치를 팔았어야 한다. 실제 매출은 예상치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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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터 된 ‘새벽 배송’

    이커머스·유통 업계는 올 한해 ‘장보기’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주요 업체들이 대부분 새벽배송 등 빠른 배송 서비스를 장착하면서 ‘배송전쟁’은 ‘장보기’ 영역으로 확장됐다. 

    후발주자인 이마트의 SSG닷컴은 올해 2, 3번째 물류센터를 순차적으로 오픈했다. 서울 전역의 새벽배송을 커버하는 것을 시작으로 중장기적으로는 수도권 전체로 넓혔다.

    2015년 온라인 쇼핑몰 마켓컬리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 ‘새벽배송’은 이후 온·오프라인 유통사가 앞다퉈 뛰어들면서 눈덩이처럼 시장이 커지고 있다. 쿠팡은 전국 서비스로 먼저 치고 나갔고, 마켓컬리는 내년 중에 추가 물류센터를 짓고 수도권 공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쿠팡이 ‘로켓프레시’로 뛰어들었고, 같은 해 현대홈쇼핑이 출사표를 던진 데 이어 올해는 신선식품과 간편식을 중심으로 GS홈쇼핑과 CJ오쇼핑, NS홈쇼핑의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2015년 100억 원대에 불과하던 시장 규모는 올해 1조 원대로 전망된다. 아직은 100조 원에 달하는 전체 온라인 시장의 1%에 불과하지만 4년 만에 100배 성장할 정도로 속도가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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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피소… 공정위 ‘단골’ 된 쿠팡 
     
    쿠팡은 올해 잇달아 경쟁업체와 거래업체의 공격을 받았다. 위메프는 지난 6월 쿠팡이 두 업체 모두와 거래하는 중소기업 등에 위메프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고 손실도 자체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앞서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식음료 배달 서비스 ‘쿠팡이츠’ 개시를 앞두고 견제구를 날렸다. 쿠팡이 입점업체들에 배민과의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매출 상위 업체 현황 등 ‘영업비밀’을 확보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공정위와 경찰에 각각 신고했다.

    지난 6월에는 LG생활건강까지 나섰다. LG생활건강은 쿠팡이 올해 들어 경쟁업체에 제공하는 코카콜라 등 제품 납품가를 공개하고, 합당한 근거 없이 반품을 받아줄 것을 요구한뒤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5월부터 계약을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 서울사무소는 이같은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조사에 나섰다.

    식품포장업체 크린랲도 지난 7월 쿠팡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크린랲은 지난 3월 쿠팡이 자사의 한 대리점을 통해 진행해오던 4억5000만원 규모의 납품 계약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본사와 직접 거래를 요구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4월24일 발주를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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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미니스톱, 매각 중단

    일본 유통사인 이온그룹이 추진하던 한국 미니스톱 매각이 지난 1월 중단됐다.

    한국 미니스톱 지분 76.06%를 보유한 일본 유통사인 이온그룹은 지난 2018년 11월부터 한국 미니스톱의 매각 입찰을 진행해왔다. 입찰엔 롯데와 신세계, 사모펀드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 등이 뛰어들었으며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롯데가 가장 높은 입찰가를 제시하면서 우선협상자로 결정됐다. 하지만 미니스톱과 롯데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매각 작업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 승계 문제에도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지난 5월 한국미니스톱 2대주주인 식품업체 대상은 16년 만에 지분 전량인 20%를 일본 이온그룹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이온그룹의 한국미니스톱 지분은 96.06%까지 늘어나게 됐다. 이로써 이온그룹은 한국미니스톱 지분을 96.06% 보유하게 됐다. 나머지 3.94% 지분은 일본 미쓰비시가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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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의점 1위 17년 만에 뒤집혔다… GS25, CU 매장 수 제쳐

    올해는 편의점 1,2위 자리가 2002년 이후 17년 만에 뒤집혔다. 편의점 GS25는 지난 11월 말 기준 전국 매장 수가 1만3899개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GS25의 지난해 말 매장 수는 1만3107개였는데, 올 11월까지 792개 매장이 더 늘었다.

    이는 2002년부터 줄곧 1위를 놓치지 않은 CU보다 많은 수치다. CU의 11월 말 매장 수는 1만3820개로 GS25보다 79개 적었다. CU는 작년 말 매장 수가 1만3169개였다. 올 11월까지 매장을 651개 늘리는 데 그치면서 GS25에 1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세븐일레븐은 11월 기준 매장 수 15개를 기록해 3위를 유지했다. 4위인 이마트24 매장은 4438개다.

    편의점 업계에선 내년부터 본격적인 가맹점 쟁탈전이 벌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편의점은 일반적으로 본사와 5년 계약을 맺는데, 2015년부터 가맹점 계약이 급증하기 시작한 만큼 내년부터 재계약 시기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특히 근접 출점 제한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신규 출점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본사마다 매출이 좋은 매장은 유지하고 다른 브랜드 매장은 많이 가져오기 위해 재계약을 둘러싸고 치열한 눈치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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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S SHOP
    ◇ 홈쇼핑 송출수수료 인하 또 ‘물거품’

    올해 홈쇼핑업계의 해묵은 숙원인 송출수수료 인하가 또다시 물거품이됐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송출수수료를 30% 인상했음에도 LG유플러스가 올해 송출수수료를 또다시 20% 인상해달라고 요구했다며 방통위에 조정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홈쇼핑사들은 송출수수료 인사를 요구해왔다. 조순용 한국홈쇼핑협회장은 지난 10월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해 “매출의 절반을 송출수수료로 내고 있다”며 “송출수수료가 높아지면 홈쇼핑 회사들이 더이상 버틸 수 없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