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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 합의와 반도체 업황 회복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증권가는 일제히 2020년 경자년 주식시장을 주도할 업종으로 반도체를 꼽고 있다.
지난해 코스피 성적은 글로벌 경기 불황과 미중 무역전쟁 등 영향으로 혼란 속에 저조했다. 올해 증시는 미국과 중국의 1차 무역협상 합의로 살아날 조짐을 보이며 전년보다 양호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는 올해 대내외 여건의 개선을 통해 코스피 하단은 1900선, 상단은 2400~2500선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선전에 대한 기대감은 '반도체' 업종에서 비롯됐다. D램의 가격 상승과 반도체 수출경기 호전 등이 그 요인으로 꼽힌다.
NH투자증권 김병연 연구원은 "2020년 실적 주도주로 반도체를 비롯해 경기 민감주와 소프트웨어 등을 추천한다"면서 "반도체는 D램 수요 회복, 5G 스마트폰 수요확대, PC 교체 수요 증가 등으로 업황이 호조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DGB금융그룹 박상현 연구원은 "각종 대외 불확실성 완화와 함께 반도체 등 ICT 를 중심으로 국내 경기가 본격적 회복 혹은 정상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며 "특히 미중 무역정상화로 글로벌 공급망 복원이 가시화되면 국내 수출과 경기의 반등이 한층 강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11월 광공업생산은 예상보다 다소 미진했지만 국내 제조업 경기를 주도하는 반도체 등 ICT 업종의 생산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면서 "11월 반도체 및 ICT 업종 생산은 기저효과가 없었음에도 각각 전년동월 30.9%와 13.3%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고 내년 들어 기저효과가 반영될 것임을 감안하면 반도체 업황 반등세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외에도 정부의 반도체 지원책 역시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올해 1조278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올해 예산 6699억원보다 2배 가까이 오른 규모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예산 1096억원을 포함한 2714억원을 투입한다. 지난해 881억원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상승세가 돋보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으며 목표 주가도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다. 두 종목의 주가는 지난 연말 연일 신고가 행진 후 숨고르기를 보인 상황이다.
미래에셋대우와 DB금융투자는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 개선을 전망하며 목표주가를 기존 6만원에서 7만원으로, 대신증권은 6만4000원에서 7만원으로, 하나금융투자는 기존 6만원에서 6만3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하나금융투자 김경민 연구원은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를 33조4000억원에서 36조5000억원으로 조정했다"며 "D램 가격 상승 예상 시기를 오는 2·4분기에서 1·4분기로 앞당기면서 반도체부문의 영업이익 추정치를 17조원에서 19조9000억원으로 높였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의 상향 조정 폭은 조금 더 크다. 한국투자증권은 기존 10만원에서 12만원으로, NH투자증권은 10만원에서 12만5000원으로, 하나금융투자는 9만8000원에서 11만2000원으로 올려잡았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섹터 종목들의 추가 상승을 전망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유종우 연구원은 "아직 D램 업체들의 재고가 남아 있어 전반적인 가격 반등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서버 D램 가격은 내년 1분기부터 먼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업황 대비 주가 상승 속도가 빠르지만 아직은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 김경민 연구원은 "한국 반도체 수출이 플러스 방향으로 회복되려면 적어도 전년 동월의 기저가 낮은 내년 2월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또 아직 개선되지 않은 웨이퍼 공급사들의 실적도 개선될 때까지는 수개월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