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證, IPO 주관 에이럭스 상장 첫날 매도 가능 지분 모두 팔아프리IPO 투자 겸 상장 주관…상장 첫날 역대 최대 하락 폭 기록해당 논란 엠오티 청약 영향 줬다는 평가…금융당국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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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 기업공개(IPO) 내 부서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상장 주관을 맡은 기업들의 공모가 산정 방식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나오는 가운데 투자자와의 이해 상충 논란이 불거지는 등 도의적 책임을 다하지 않았단 비판을 받고 있다.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드론·로봇 전문기업 에이럭스 코스닥 상장일인 지난 1일 상장 주관사이자 주요 재무적투자자(FI)인 한국투자증권이 해당 종목의 상장 당일 보유 지분을 대량으로 판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일었다.기관투자자로 분류된 한 계좌에서 발행 주식 총수의 2.56%에 해당하는 33만9500주의 순매도가 이뤄진 것이다.한국투자증권 측은 "회사가 에이럭스 주식을 매도했는지 여부는 확인해 줄 수 없다"라는 입장이다. 다만 투자은행(IB) 업계에선 해당 계좌의 물량이 한국투자증권이 상장 첫날 매도할 수 있는 물량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해당 계좌를 소유한 기관을 한투증권으로 추정하고 있다.한국투자증권은 앞서 '프리 IPO(상장 전 자금조달)' 단계에서 에이럭스에 투자해 48만5000주(3.66%)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1개월 의무 보유 물량 14만5500주(1.10%)를 제외한 나머지 2.56%는 상장 첫날 매도할 수 있는 물량이었다.한국투자증권의 에이럭스 지분은 지난 2020년 2월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취득한 것으로 주당 취득가액은 3600원이다. 에이럭스 공모가 1만6000원은 한투증권의 취득가액의 4배를 넘는 액수다.문제는 에이럭스가 상장 전부터 공모가를 지나치게 높게 산정했다는 이른바 '공모가 고평가' 의혹에 휩싸였다는 점이다. 상장 당일 주관사가 매도 가능 물량 전량을 엑시트(투자금 회수)했다는 점에서 일반 투자자와의 이해상충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특히 에이럭스가 상장 첫날 국내 IPO 역사상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다. 실제 에이럭스는 코스닥 상장 첫날인 지난 1일 공모가 대비 무려 38.25%(6120원) 하락한 988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신규 상장주는 첫날 기존 가격제한폭(-30~30%)과 관계없이 공모가 대비 40%까지 하락할 수 있다. 에이럭스는 상장 첫날 하한가 목전까지 갔던 셈이다.한 증권사 관계자는 "2% 넘는 지분을 한꺼번에 매도할 경우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한투증권을 보는 시선이 고울 수 없다"라고 말했다.한국투자증권의 해당 행위는 금융투자협회 증권 인수업무 규정상 문제가 되진 않는다. 금융투자업규정에 따르면 상장일로부터 30일 이내 처분이 금지되는 물량은 상장일로부터 과거 2년 이내 취득한 주식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한투증권이 에이럭스의 지분을 취득한 건 4년 전이라 해당 규정을 적용하긴 어렵다.다만 IB 업계에서는 FI가 상장 당일 처분 가능한 보유 지분을 전략 매도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특히 해당 논란은 뒤이어 일반청약을 진행한 기업에 악영향을 줬다는 점에서 더 큰 비판을 받는다.전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2차전지 조립 설비 제조업체 엠오티는 앞서 지난 7일부터 양일간 진행한 일반청약에서 6.5대 1의 경쟁률을 기록,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이는 올해 IPO 시장에서 두 번째로 낮은 경쟁률로, 청약 증거금은 154억 원에 불과했다.이에 일각에선 상장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또다시 상장일에 물량을 대량 매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21년 엠오티 주식 39만6000주를 주당 7500원에 취득했는데, 이 중 19만8000주(공모 후 지분율 1.71%)는 상장일 곧바로 매도가 가능한 물량이었다.한편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특히 한국투자증권이 앞서 지난 2018년 에이비엘바이오 IPO 주관 업무 수행 중 떠안은 100억 원의 실권주를 상장 직후 3일 연속 처분해 지난해 금융당국 제재를 받은 이력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과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한국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보고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아무리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해도 도의적인 차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라고 강조했다.한 금감원 관계자도 "주관사가 일정 기간 주식을 보유하는 건 상식적으로 갖고 있어야 하는 의무”라며 “이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