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사고 속출에 HUG 담보인정비율 90→80% 하향 검토전세보증금 인하 불가피…임대인협회 "단체행동 검토중""전세의 월세화 현상 빨라질 듯"…보증한도 현실화 조언도
  • ▲ 한 공인중개업소 외벽. ⓒ뉴데일리DB
    ▲ 한 공인중개업소 외벽. ⓒ뉴데일리DB
    한국 고유 임대차계약 방식인 전세제도가 사라질 위기다. 연이은 대출규제 강화에 이어 지난 19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보증금반환보증 한도축소 방안을 내놓은 탓이다. 임대사업자들은 인위적인 정부개입은 부작용을 초래한다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빨라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20일 HUG 및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HUG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상품의 보증한도를 주택공시가격 126%에서 112%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담보인정비율 90%를 80%로 내리는 방식으로 보증한도를 빡빡하게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이 3억원인 주택 경우 임대사업자는 현재 3억7800만원까지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전세보증금도 같은 금액까지 책정할 수 있다.

    하지만 112% 적용시 보증한도 및 전세보증금 상한액은 3억3600만원으로 줄어든다.

    임대사업자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인만큼 전세보증금 인하가 불가피하다.

    은행권에선 지난 9월 스트레스DSR 2단계 적용에 따른 가산금리 적용·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조건부 전세대출이 막히는 등 주택임대차시장을 둘러싼 대출규제가 확대되는 추세다.

    시장에선 임대인 반발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빌라·원룸 임대사업자 부담이 이미 적잖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HUG가 공시가격기준으로 한도를 책정해 빌라 등 임대인은 보증한도가 비현실적이란 불만이 있었다"며 "대출규제·'전세포비아' 상황이 맞물려 영세임대인들은 이미 아비규환이다. 이 세입자 보증금 빼서 다른 세입자 보증금을 내주는 등 돌려막기식으로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자생적으로 형성·유지된 전세를 인위적으로 억누르면 부작용만 발생한다. 임차인들도 대규모 주거난을 겪을 우려가 있다"며 "기관 항의방문을 포함한 단체행동을 내부적에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강동구 G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임차인은 다들 '내 돈 떼이지 않을까' 걱정할텐데 임대인이 보증보험에 가입되지 않았다면 전세계약이 성사될리가 있겠느냐"며 "그동안 반전세 계약도 만연했는데 아예 월세로 갈아탈지 고민하는 임대인도 적잖은 걸로 안다"고 말했다.
  • ▲ 주택도시보증공사(HUG) CI ⓒ주택도시보증공사
    ▲ 주택도시보증공사(HUG) CI ⓒ주택도시보증공사
    HUG에 따르면 전체 보증사고액 중 부채비율 80%초과구간 사고율은 84.6%에 달한다. 담보인정비율을 낮춰 재정건전성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담보인정비율 축소 필요성엔 동의하면서 전세소멸은 빨라지리란 전망을 내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HUG가 보증사고로 입은 손실은 막대하지만 시장상황을 고려해 담보인정비율 동결 또는 85%수준서 타협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나 싶다"며 "시장선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하는 임대인은 월세로 빠르게 갈아탈 것이고 그렇지 못한 임대인은 임대차시장에서 이탈할 수도 있다"고 봤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자체적으로 보험심사·평가를 하던 SGI서울보증과 달리 HUG는 공공기관이라는 특징이 있다. 담보인정비율을 너무 높이면 재정건전성이 악화되고 반대로 너무 낮추면 국민 주거여건이 악화되니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며 "월세로 전환하는 물량은 늘겠지만 기존에 임대하던 주택을 처분하는 것도 쉽지 않다. 임대차시장이 급격히 축소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HUG 재정상황은 우려할만한 수준이다.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인만큼 HUG로선 추가손실 가능성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며 "전세가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HUG로선 보증한도를 공시가격이 아닌 감정가격으로 산출하는 것을 허용하는 등 현실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