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1.2% 깜짝 성장…정부 부양 효과 커정부소비 외 투자·수출·민간소비 모두 위축지난해 2% 성장에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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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아슬아슬하게 1%대 추락을 면했다. 그러나 금융위기 직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정부가 나랏돈을 쏟아부은 게 버팀목 역할을 했으나 일시적인 영향이고, 잠재성장률이 하락 추세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성장률 방어도 어려워 보인다.

    ◆4분기 정부 주도 성장…나머지 모두 부진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는 전년 대비 2.0% 성장했다.

    지난해 1분기(-0.4%) 역성장하며 쇼크를 낸 뒤 기저효과로 2분기(1.0%) 반등했으나 3분기(0.4%) 다시 반토막 나면서 2%대 성장이 희박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4분기 정부가 확장적 재정 정책으로 세금을 대거 푼 덕에 전 분기 대비 1.2% 성장하면서 성장률 2%대 턱걸이에 성공했다. 

    정부의 성장기여도는 3분기 0.2%포인트에서 4분기 1.0%포인트로 확대됐다. 연간으로 보면 1.5%포인트로 사실상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린 셈이다. 

    반면 민간의 성장기여도는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0.2%포인트를 유지했으며, 연간으로는 0.5%포인트를 나타냈다.

    연간 항목별 성장률을 봐도 정부소비를 뺀 모든 분야가 부진했다. 민간소비는 1.9%로 2013년(1.7%)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반면 정부소비는 6.5%로 2009년(6.7%)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설비투자는 -8.1%로 2009년(-8.1%) 이후 가장 낮았고, 건설투자는 -3.3%로 2018년(-4.3%)보다 나아졌으나 여전히 마이너스 수준에 머물렀다. 수출과 수입도 각각 1.5%, -0.6%로 작년보다 더 부진했다. 

    박양수 경제통계국장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교역환경이 나빴고 반도체 회복도 지연되며 수출 증가세가 둔화했다"며 "건설·설비투자도 호황 이후 조정을 거치며 민간 성장 활력이 약화한 가운데 정부가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용하면서 4분기 1.2% 성장이 가능했다"라고 설명했다.

    ◆낮아지는 잠재성장률…구조적 문제 발목

    지난해 GDP를 소수 둘째자리까지 보면 2.01% 성장한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전에는 1956년 심각한 흉작으로 0.7%, 1980년 제2 석유파동으로 -1.7%, 1998년 외환위기로 -5.5%를 기록한 바 있다. 역대 다섯번째로 저조한 성장률인 셈이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 경제 성장의 구조적 부분이다.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도 2%대 성장률을 유지했으나 낮아지는 잠재성장률을 감안하면 이마저도 깨질 가능성이 크다.

    한은이 추산한 2019~2020년 잠재성장률은 2.5~2.6%로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상태다. 민간에서는 잠재성장률 1%대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지적을 일찌감치 해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잠재성장률 하락의 원인과 제고 방안' 보고서를 통해 잠재성장률이 2021∼2025년에는 2% 초반에 머물다 이후에는 1%대로 더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재정 확대로 성장률을 떠받친 것도 일시적인 만큼 장기적인 경기 회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우세하다. 4분기 정부 기여도가 매우 높은 게 올해 1분기 기저효과가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양수 국장은 "1분기 성장률이 낮아질 가능성을 우려할 수 있으나 민간 성장 모멘텀이 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라며 "세계경제 상황이 안 좋을 땐 성장률이 2% 이하로 낮아질 수 있으나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정책을 강화하면 2% 밑으로 떨어져도 심각하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 순환적 측면에서 민간부문의 모멘텀이 약화할 땐 정부가 경기 안정화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라며 "구조적으로 성장률이 낮아질 땐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조화롭게 가져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연간 GDP가 2%를 기록한 데 대해 "2% 성장은 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지켜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2% 미만의 저성장 고착화 우려를 차단하며 경기 반등 발판 마련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