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사모운용사 규제 대폭완화 타고 라임운용 폭풍성장파티게임즈 부터 메자닌까지…수년간 다수 의혹·우려 묵인대응도 뒤늦어…"재발 방지책, 규제 강화로 이어질까 우려"
  • 라임자산운용의 환매중단 대란 사태는 사모운용사의 관리, 감독 의무를 가진 금융감독원의 실책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사태에 대한 적시대응 실패는 물론 전문 운용사 문턱은 대폭 낮췄으면서도 감독을 하지 못한 책임론에서 금감원은 자유로울 수 없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0월 금융당국은 사모 전문 자산운용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사모펀드를 전문투자형(헤지펀드)과 경영참여형(PEF)으로 단순화해 진입과 설립, 운용, 판매 등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당시 금융당국 관계자는 "175개 투자자문사 중 50여개사가 내년 상반기까지 자산운용사 등록을 목표로 준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힌 바 있다.

    라임자산운용 역시 개정된 자본시장법의 수혜자였다.

    2012년 라임투자자문으로 개업한 회사는 이 시기에 맞춰 2015년 12월 헤지펀드 전문 운용사로 변신했다.

    투자자문사에서 자산운용사가 된 라임운용은 비상장기업,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투자(주식과 채권의 특성을 모두 가진 금융상품)와 대체투자에 주력했다.

    라임사태의 장본인이자 현재 도주 중인 이종필 전 부사장도 이때 라임운용의 펀드 운용에 발을 들였다.

    운용 경력이 없던 이 전 부사장이 법 개정으로 2015년 10월 라임운용에 최고운용책임자(CIO)로 합류하면서 결과적으로 사태의 뿌리를 만들었다.

    하나의 펀드에 부동산 금융, 메자닌, 사모 사채 등 85개의 자산을 담으면서 수익률 돌려막기와 폰지 사기 연루 의혹이 제기되고, 펀드환매 중단을 스스로 발표하기 전까지 투자자는 물론 판매사와 펀드에 레버리지를 제공한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증권사도 라임운용의 부정을 인지하지 못했다.

    사모펀드의 운용보고서 교부 등의 의무가 사라지면서 펀드의 투자내역을 알 수 있는 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2016년 말 2446억원이던 라임의 펀드 설정액은 2018년 말 3조6000억원대로 급증하고, 같은 기간에는 라임운용의 주력 메자닌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또 2018년 라임운용이 공모펀드 운용사 전환을 신청할 당시에도 금감원은 문제제기 없이 이를 허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 개선 취지 자체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더라도 획기적으로 문턱을 낮춘 만큼 사후 관리 감독에 더 역량을 쏟았어야 했다"며 "결국 라임운용에 뭉칫돈이 몰리며 시장에서 유동성 우려가 제기되고, 공모펀드 운용사 전환으로 리스크 요인이 커지는 동안에도 감독당국이 제때 관리를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라임운용이 사태 발생조짐을 보이고, 이미 시장에서 우려와 소문이 떠돌던 시기에도 금감원의 상황파악이 늦었다는 정황도 나온다.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었던 파티게임즈의 CB를 제 값에 팔면서 논란이 일었던 시점이 2018년이고, 그해 12월 스트라이커캐피탈의 수원여객 인수 과정에서 261억원을 횡령한 증권사 출신의 인물과 공조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해 7월에는 솔라파크코리아가 이 전 부사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가 취하하는 사례도 있었고, 지투하이소닉의 소액 투자자들도 비슷한 시기 라임운용을 탄원하는 등 여러가지 의혹이 제기됐지만 금감원은 별다른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결국 대규모 손실이 명확해진 상황에서 금감원은 사모펀드 전수조사에 나섰고, 업계는 '제2의 라임'이 나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라임 사태와 유사한 원인으로 위험에 노출된 자산운용사들이 발견됐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라임사태는 운용사의 무리한 투자와 불법 행위, 판매사들의 안일한 일처리가 가져왔지만 당국의 뒤늦은 대응에도 피해규모를 키우는데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한편으로는 향후 라임 사태의 재발 방지책이 규제 강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 기법이 빠르고 복잡하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만큼 감독당국도 손쉬운 규제를 들고 나오기보다 전문성을 갖춰 근본적으로 시장을 투명하고 활기를 되살릴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