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참치 마케팅 담당 박세영 동원F&B 식품CMG 차장1982년 출시 이후 국민 참치서 젊은 참치로동원F&B 매출 3조 열어…올해 최대 매출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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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트렌드 주기가 빨라지고 수많은 신제품이 쏟아지면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란 쉽지 않다. 내수 소비가 부진하면서 출시된 지 수십 년이 지난 장수 제품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가운데 가장 두각을 보인 제품이 있다. 동원에프앤비(F&B)의 동원참치다.
지난해 선보인 동원참치 광고에 이어 최근 흥행 보증수표 EBS의 펭귄 캐릭터 펭수와 손잡고 화제를 모았다. 더 이상 차별화 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참치캔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동원F&B사옥에서 동원참치 마케팅 담당 박세영 식품CMG 차장을 만나 비결을 들어봤다. -
◇ 미니언즈·펭수… 국민 참치서 젊은 참치로
동원참치는 단일 제품으로 매년 45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 중이지만 말 못할 고민이 있다. 동원참치가 올드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인구 정체는 물론 1인 가구, 가정간편식(HMR)의 성장으로 국내 참치캔 시장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박세영 차장은 "정체에 빠진 참치캔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방안으로 2017년부터 다양한 시도를 했다"면서 "몇 년 전 참치하면 건강성을 강조했다면 젊은층을 잡기 위해 흥미로운 마케팅으로 뽀로로, 미니언즈와 컬레버레이션(협업)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트렌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할 경우 자칫 낡고 고루한 이미지가 고착될 수밖에 없는 일종의 생존 전략이다.
보수적인 식품업계에서 처음부터 캐릭터와의 협업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일례로 미니언즈와 협업 당시 동원참치와 노란색이라는 공통점 밖에 없었기 때문에 제품 패키지를 바꾼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었다.
박 차장은 "동원참치하면 떠오른 것이 노란색이지만 새로운 패키지 디자인을 해본 적이 사실 없었다"면서 "당시 임원들께서 미니언즈를 보고 '괴물이야' 평가하기도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삼고초려 끝에 시도한 캐릭터와의 협업은 마케팅 실무자의 도전적 구상을 임원이 과감하게 결재하면서 대박을 칠 수 있었다.
박 차장은 "지난 2016년을 전후해 매출이 주춤했지만 새로운 시도를 통해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면서 "2018년도 1차 최대 매출을, 지난해 역대 최고 판매량인 기록했다"고 말했다. 70%대를 유지하던 동원참치 시장점유율도 80%까지 끌어올렸다.
동원F&B의 실적도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 회사의 매출은 2017년 2조5526억원, 2018년 2조8035억원, 지난해 3조302억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도 2017년 724억원에서 2018년 872억원까지 올랐고 지난해 1014억원을 기록했다.
박 차장은 최근 펭수와 손잡고 선보인 남극 펭귄 참치 한정판도 젊은 참치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평소 펭수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참치를 꼽으면서 광고 모델로 써야한다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빗발쳤던 터라 화제성이 어느 때보다 컸다.
펭수와의 첫 협업 제품인 남극 펭귄 참치는 남극 참치 5캔과 펭수 캐릭터가 그려진 펭수 참치 1종으로 구성됐다. 펭수 참치는 펭수의 귀여운 표정과 펭수의 재치 있는 어록이 담긴 총 15종의 디자인 제품으로 구성됐다.
박 차장은 "남극참치는 참치 마니아인 펭수가 평소 즐겨 먹는다고 밝혔던 참치캔"이라면서 "남극참치는 원래 동원참치를 패러디한 가상의 제품이었지만 이번 협업를 통해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동원F&B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출시된 남극 펭귄 참치는 현재까지 약 90만개 판매됐다. 이 제품은 대형마트와 편의점에 따르면 남극참치가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팔려나가면서 판매처 상당수가 재고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최근 남극참치 외 펭수참치 낱개로도 선보였다.
박 차장은 "지난달 설을 앞두고 선물세트 생산이 한창이었기 때문에 남극참치 패키지만 따로 생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면서 "현재 원활한 공급을 위해 현재 24시간 공장을 전력 가동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
◇ 올해 최대 매출 목표… 키워드는 밀레니얼
많은 신제품들이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사라지는 요즈음 같은 시대에 1982년 출시된 이후 동원참치가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은 비결이 무엇일까. 이는 국내 소비 시장에 대한 꾸준한 연구와 참신한 마케팅으로 트렌드를 이끌 수 있었다고 박 차장은 설명했다.
박 차장은 "동원참치는 대형 브랜드여서 단순히 광고의 성공이 매출 상승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새로운 광고 론칭과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브랜드의 이미지에 지속적으로 신선함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식품업계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를 잡기 위한 마케팅을 시도한 전략도 주효했다. 수십 년이 지난 장수 제품들은 자칫 중장년층이나 즐겨 먹는 제품으로 인식될 수 있는 만큼 이들과의 호흡이 필수적이다.
박 차장은 "식품업계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 주도하는 것에 이견이 없다"면서 "이들 세대의 특징은 심플하고 재밌고 공감 되지 않으면 브랜드가 아무리 떠들어도 인식을 안해주더라"라고 정의했다. 이어 "유행에 민감하고 입소문을 주도하는 이들은 본인이 구매하고 나서 공감하게 되면 밀레니얼 세대는 물론 베이비붐 세대, X세대 등 확산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동원F&B가 지난해 하반기 동원참치 광고를 선보인 것도 밀레리얼 세대에 보다 친근하게 다가서기 위한 목적이 컸다. 영상에서 배우 조정석과 가수 에이핑크 손나은이 부른 동원참치송이 중독성 있는 가사와 멜로디로 회자됐다. 국내에서 공개된 모든 CF 가운데 합산 누적 조회수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박 차장은 "참치는 남녀노소 알아도 밀레니얼 세대에는 관심, 재미를 없을 수 있다"면서 "나랑 같이 공감되는 브랜드 만들고 앞으로도 밀레니얼 세대를 잡기 위해 협업을 다양하게 시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동원F&B는 올 상반기 펭수와의 협업에 주력할 방침이다. 단계적으로 참치캔의 크기를 다양화해 기획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조만간 펭수와의 TV광고도 공개할 예정이다. 또한 기존 노란색 참치캔이 아니라 다양한 패키지도 선보인다. 펭수참치, 남극 참치는 물론 세계 10개국 랜드마크가 일러스트로 그려진 아트 콜라보 참치 등 선보였다.
박 차장은 마지막으로 "동원참치가 올해 최대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라면서 "매출은 물론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이 인식하고 성장할 수 있는 브랜드 거듭나고 싶다"이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