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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이 발달할수록 사람이 먹고사는 문제는 해결될 거로 봅니다. 하지만 먹고살기만 하면 될까요? 앞으로 사람들의 생활은 더욱더 숲과 밀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13일 정부대전청사에서 뉴데일리경제와 만난 박종호 산림청장은 숲의 경제적·환경적 가치를 많은 사람이 간과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가령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교수가 자신의 딸을 농림학과에 보내겠다고 하면 이상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청장은 미래 가치를 놓고 볼 때 농림업은 투자가치가 분명하다고 단언했다. 이미 지구촌 곳곳에서 급격한 기후변화 등으로 말미암아 숲이 가지는 여러 공익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청장은 우선 산림의 경제적 가치와 관련해 개인적으로 경제림 육성에 관심이 크다고 했다. 경제림을 조성해 소득을 올리고 동시에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국가발전의 한 축을 맡겠다는 포부가 읽혔다. 박 청장은 이런 의지를 올해 산속 시무식에서 밝힌 바 있다. 현장에서 임업인과 함께 시무식을 한 것은 산림청 개청 이래 처음이다.박 청장은 "임업 현장의 불평·불만과 임업인의 아픔은 무엇인지 알려면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정부정책에 비판해오던 임업인이 90대 노모와 함께 시무식에 참석해 흘리는 눈물을 보면서 소외된 분들을 아우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박 청장은 구체적으로 15% 수준인 목재 자급률을 높여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일회용 컵과 화장실 휴지부터 우리는 매일 어딘가에서 나무를 베어 가공·유통한 제품을 소비하지만 매일 접하다 보니 임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낮다"며 "숲은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만큼 숲의 부가가치를 높여나가겠다"고 강조했다.박 청장은 "우리나라의 산림녹화는 정부와 국민이 하나로 뭉쳐 만들어 낸 성과물로 국제사회도 이런 선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앞으로 우리 산림의 가치를 높이려면 중장기적으로 임업인 소득증대와 함께 국유림의 점진적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사유림 비율이 67%로 높다. 국유림은 25.9%, 공유림은 7%에 불과하다. 박 청장은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향유할 수 있게 산림정책을 구현하려면 국가가 계획·관리할 수 있는 산림을 40% 이상으로 높여 체계적으로 경영해나가야 한다"고 부연했다.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임업직불제 도입 등 임업인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고 박 청장은 말했다.
박 청장은 임업직불제 도입과 관련 농림업 간 형평성을 고려할 때 임업직불금 도입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현재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는 농업인·농산물에 임업분야를 포함하고 있으나 밭농업이 아닌 산지 재배는 직불금 대상에서 빠져 있다. 박 청장은 "가령 공익적 가치를 이유로 보호림으로 지정되면 세금은 내지만 나무를 벨 수 없는 등 재산권 행사를 제한한다"며 "산림은 임산물 재배조건이 농지보다 불리한데도 직불금 제도가 미비하다"고 부연했다.다만 박 청장은 "농업과 임업 간 차이가 있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고 농업과 똑같이 해달라고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가령 산은 소유했지만, 산림경영은 하지 않아 주 수입을 연금에 의존하는 대기업 은퇴자가 임업후계자로 등록해서 직불금을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박 청장은 "누구에게 얼마만큼 줄 건지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다음 달 관련 기획전담반(TF)이 발족할 예정"이라며 "이런 과정을 거쳐 직불제 도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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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분야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선 산불예방, 숲 가꾸기 등 기존 일자리뿐 아니라 특화된 일자리를 제공해 억대 연봉은 아니어도 연간 3000만~5000만원의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게 정책을 펴겠다는 생각이다.
산림청은 올해 2만5000여개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공공부문에선 산불재난특수진화대 등 재해안전 인력을 확충하고 취약계층을 위한 재정지원 직접일자리사업(1만5000명)도 계속한다. 민간부문에선 나무의사, 목재교육전문가, 산림레포츠지도사 등 청·장년층이 선호하고 생활서비스 수요에 필요한 전문일자리를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박 청장은 "제4차 산업혁명으로 줄어드는 일자리가 많아질 수밖에 없어 대안이 필요하다"면서 "인구가 집중된 도시지역의 숲 가꾸기사업 확대 등을 통해 숲길체험지도사나 산림복지전문업 등 특화된 전문일자리를 만들어나가겠다"고 역설했다.
산림청은 국토의 64%를 차지하는 산림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자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을 접목하는 스마트 임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스마트산림재해대응과도 신설했다. 열화상카메라를 장착한 무인비행장치(드론)는 넓고 험준한 산악지역에서 산불 감시와 산지측량 등의 업무를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한다. 산불진화를 위해 30㎏의 투하용 소화탄을 장착한 드론도 개발 중이다. IoT는 센서·장치제어 등을 통한 스마트양묘장과 휴양림 시설관리, 가상현실은 산불진화 시뮬레이터 등으로 활용한다.
산림청은 오는 5월15일까지를 봄철산불조심기간으로 정하고 산불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 청장은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호주 산불과 달리 우리나라는 산불의 95%가 사람의 실수로 발생한다"면서 "국민이 산을 사랑하고 관심을 가져 감사하지만, 부주의로 불이 나면 50~100년 산림생태계가 파괴되는 만큼 책임감 있는 산사랑이 필요하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산림청 설명으로는 2017~2019년 최근 3년간 국내 산불은 총 1841건, 하루 평균 1.7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했다. 피해면적은 5628.7㏊에 달한다. 입산자·성묘객·담뱃불 실화 등 부주의가 산불발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실정이다.박 청장은 "지난해 4월 강원도 대형산불 중 인제지역은 산불진화차량 진·출입과 방화선 역할을 하는 임도가 부족해 진화시간이 다른 지역보다 4배나 걸렸다"면서 "산불방지 임도 설치는 물론 실시간으로 입산객을 살필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 플랫폼 구축 등 산불예방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국정감사 단골 지적사항인 낡은 산불진화용 헬기에 대해선 "새로 도입한 초대형헬기(S-64) 2대를 이달에 강원 영동·영서에 각각 배치했다. 2025년까지 총 50대의 산림헬기를 운용하고 이 중 46대를 중·대형급 이상으로 확보할 것"이라며 "올해부터 200억원을 투입해 모의비행훈련장치를 도입하는 등 항공기 안전사고 예방도 빈틈없이 하겠다"고 부연했다.
날로 심해지는 미세먼지 대응과 관련해 산림청은 생활권 주변에 다양한 유형의 도시숲을 조성하고 있다. 박 청장은 "올해 도시바람길숲 11개소를 시공하고 6개소에 대해 설계에 들어간다"면서 "미세먼지 차단숲 조성에도 나서 올해는 지난해보다 3㏊ 늘어난 93㏊에 대해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산림청은 생활 속 녹색휴식공간 확충을 위해 정원사업도 펼치고 있다. 올해 유휴부지와 다중이용시설 등에 실내·외 정원 12개소를 조성하고, 산업단지와 공공시설에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스마트 가든볼도 보급할 계획이다.
박 청장은 오는 7월부터 시행하는 도시공원 일몰제와 관련해 "생활권 내 숲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조성·관리할 수 있게 이른 시일 내 '도시숲법(약칭)'을 제정토록 하겠다"면서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의 대규모 실효에 대해 특단의 해소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산림청은 국토교통부의 요청으로 장기 미집행 공원 내 산림청 국유지 6000㏊의 96%(5800㏊)를 유예하고, 이곳에 도시숲을 우선 추진할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 공유지에 대해선 도시숲 조성을 위해 재정지원을 추진할 예정이다.박 청장은 일부 환경단체가 관련 업무를 국토부에서 산림청이나 환경부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선 "업무 이관보다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며 "산림청은 도시녹지 확충을 위한 정책 기반을 갖추고 관련 부처와 적극 협력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국민 생활밀착형 산림복지 서비스를 적극 펼치겠다고 밝혔다.
박 청장은 "지난해 개별적으로 운영되던 국·공·사 자연휴양림 147개를 한 곳에서 검색·예약할 수 있게 '산림휴양통합예약시스템(숲나들e)을 구축했다"면서 "올해는 100대 명산 등산로, DMZ펀치볼둘레길·지리산둘레길 등 주요 트레킹길과 산림레포츠 시설을 추가해 구축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박 청장은 10년 만에 내부에서 승진한 케이스다. 박 청장은 취임 50여일을 맞은 소감을 묻자 "취임 때 임업인과 관련 학회뿐 아니라 관련 기관 노조에서도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면서 "기대가 큰데 부응하지 못하면 어쩌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공직생활 시작할 때 마음가짐으로 임업인의 버팀목이 되고 국민이 산림이 주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요즘 분위기가 좋다. 박 청장에 이어 지난 10일에는 공석이던 차장 자리에 최병암 기획조정관이 승진, 임명됐다. 청장과 차장을 모두 내부 출신 승진자가 채운 것은 개청 이래 처음이다. 박 청장은 조직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표정부터 신경 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말랐다는 소리를 들어 인물에 신경을 썼더니 아내가 요즘은 잘생긴 젊은이가 많으니 인물보다는 인상이 중요하다고 조언하더라"며 "안 좋은 일이 있더라도 밝고 맑은 인상을 주도록 신경 써야 조직 분위기가 좋아진다는 의미로 이해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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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청장은 재임 기간에 남북 간 산림협력을 끌어낼 수 있게 이바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업 분야는 남북 고위급회담 당시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섰던 분야로 손꼽힌다. 박 청장은 남북산림협력 분과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국제협력통이다. 박 청장은 "15년 전 햇볕정책 때도 남북 산림협력 관련 사업을 기획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박 청장은 "(남북) 당국자 간 협력은 미북 관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서 "유엔 산하 국제기구를 통해 (물밑에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만 언급했다. 알려진 바로는 우리 정부는 산림청 주도로 남북이 직접 협력하는 방식과 우리나라가 설립을 주도한 국제기구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아포코)를 통한 간접협력 등 투트랙 방식을 검토했었다. 하지만 북한은 아포코 가입과 관련해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청장 발언을 힌트 삼아 유추해보면 정부는 남북 간 산림협력을 위해 유엔 사막화방지협약(UNCCD)과 물밑 접촉을 벌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UNCCD는 기후변화협약(UNFCCC), 생물다양성협약(UNCBD)과 함께 유엔의 3대 환경협약 중 하나다. 산림청이 주무 부처로 꼽힌다. 2018년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북한지역 산림황폐화 면적은 262만㏊로 추정된다. 산림복구전투 등 북한의 자체 노력으로 산림황폐화는 10년 전(284만㏊)보다 둔화했으나 회복 속도가 더디고 이로 말미암아 가뭄과 산사태, 홍수 등 자연재해에 취약한 상태로 노출돼 있다. 영국의 위험분석 자문사 메이플크로프트에 따르면 2011년 북한의 산림황폐화는 세계 3번째로 심각한 수준이다. 박 청장은 "산림협력은 일방적인 지원이 아니라 한반도 산림생태계 보호, 병해충·산불 대응에 따른 인명·재산 보호 등 우리에게도 도움 되는 호혜적인 협력"이라며 "현재는 신뢰 기반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므로 판문점·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사항을 중심으로 우선 협력하고 향후에 북한이 아포코에 가입한다면 협력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림분야 국제협력의 중요성에 대해 박 청장은 "기후변화 등으로 지구 환경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면서 "국토 녹화에 성공한 한국의 산림정책과 노하우를 전파해 우리의 산림전문가와 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5월 세계 최대 산림부문 행사인 세계산림총회(WFC)가 우리나라에서 열린다"며 "급변하는 국제동향을 체감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청장은 올해 아포코와의 협력사업에 대해 "미얀마에 있는 아포코 교육훈련센터(RETC)를 활용해 한국의 선진 산림정책과 기술을 전파하고 아세안 회원국의 역량을 높여나가기 위해 세계은행(WB)과도 협업을 논의 중"이라면서 "올해 아포코와 UNCCD가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인데 산림생태계 복원, 지역사회 소득창출, 인접국가 협업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디자인될 수 있게 지원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끝으로 박 청장은 "수원농고 임업과를 나왔으니 산림과 연을 맺은 지 35년 가까이 됐다"면서 "1900년대 초 미국 초대 산림청장 지퍼드 핀초는 '가능한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누리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면서 "인류가 존재하는 한 산림을 어떻게 이용하고 조화롭게 보존할지가 중요한 만큼 앞으로 '사람 중심의 산림정책 혁신'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대담=이상택 경제정책부장·정리=임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