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LG하우시스, 작년 영업익 전년 대비 1115억 증발견본주택 개관-입주박람회 줄줄이 취소… 영업 창구 실종
  • ▲ 충남 서산시 소재 KCC 대죽2공장. ⓒKCC
    ▲ 충남 서산시 소재 KCC 대죽2공장. ⓒKCC

    국내 건자재업계 '투톱'인 KCC와 LG하우시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1115억원 줄어들었다. 정부의 부동산 옥죄기로 전방산업인 건설업이 침체되면서 건자재업계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영업 창구마저 닫혀버렸다. '프리미엄' 제품으로 반전을 꾀하려던 계획도 쉽지 않아졌다.

    2일 잠정실적 보고서 분석 결과 지난해 KCC는 연결 기준 매출 2조7195억원, 영업이익 1335억원의 영업성적을 기록했다.

    매출의 경우 2006년 2조7079억원 이후 처음으로 2조원대로 내려왔다. 12년간 유지했던 3조원대 매출 행진이 깨진 것이다. 전년(3조7821억원)대비로는 28.0% 줄어들었다. 영업이익은 2011년 1227억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평균 영업이익은 2545억원이다. 전년(2435억원)대비로는 45.1%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2분기 이후 3개 분기 연속 순손실을 이어가면서 연간 229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231억원 손실보다 10배 가까이 악화됐다.

    LG하우시스도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LG하우시스는 연결 기준 매출 3조1868억원, 영업이익 687억원의 영업성적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3조2664억원에 비해 2.43% 감소했으며 영업이익(7037억원)은 2.26% 줄어들었다.

    2016년 1569억원부터 꾸준히 내리막을 걷고 있는 영업이익의 경우 2012년 566억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순이익(115억원)은 전년(-531억원)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2009년 분할설립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성적이다.

    업계에서는 전방산업인 국내 건설시장 위축과 부동산 거래 부진을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건자재는 대개 아파트 공사가 마무리될 때 사용되기 때문에 입주 시기 또는 이사시기에 맞춰 수요도 증가한다. 정부의 부동산 옥죄기로 정비사업과 대출 규제가 잇달아 강화된 데다 주택거래시장까지 얼어붙으면서 후방산업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건자재 부문은 신규 분양 및 입주 감소 등 비우호적인 주택 환경에 후행하는 만큼 매출이 둔화됐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고정비 증가가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인허가 실적은 전년대비 11.9% 줄어든 49만호로 집계됐다. 서울은 5.3%, 수도권 2.8%, 지방은 21.3% 각각 감소했고 전국적으로는 5년 평균 대비 24.1% 줄어들었다.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80만5000건으로, 전년대비 6% 감소했으며 5년 평균치(101만1000건)에 비해서도 20.4% 줄어들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규 분양물량 감소는 앞으로 대단지 아파트에 들어가는 건자재를 수주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봄 성수기를 앞둔 시점에도 건자재업계의 표정은 밝지 않다. 통상 봄철은 업계의 '대목'으로 통한다. 이사와 결혼, 새 학기가 맞물리면서 벽지, 바닥재 등 인테리어 수요가 높은데다 아파트 등 건축물 내·외부 보수에 따른 페인트 수요 등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성수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코로나19가 가장 큰 악재로 꼽힌다. 사태 장기화로 건설사들의 분양일정 연기가 예상되면서 건자재산업에 미칠 여파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실제 신규아파트 분양시장의 흥행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견본주택 개관이 늦춰지거나 아예 사이버 모델하우스로 대체되고 있다. 감염 확산 우려로 쉽게 문을 열지 못하는 것이다. 또 입주민들 대상으로 인테리어 소품, 가전·가구 등을 제안하는 입주박람회도 연기·취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건자재업체들의 영업 창구 한 곳이 막힌 셈이다.

    경기 침체에 코로나19까지 더해지면서 업계에서는 올해도 역성장을 이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들의 경우 중국에 해외법인을 두고 있는 만큼 사태 장기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관계자는 "박람회에서 얻는 매출이 적지 않는데, 최근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어 불확실성이 커졌다. 중국으로의 출장도 막혔고, 일부 매장은 운영이 중단된 상태"라며 "시즌에 맞춰 신제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기대보다는 성수기 특수를 제 때 누리지 못 할 것이라는 우려가 더 크다"고 말했다.

  • ▲ LG하우시스 직원이 '2020 호텔페어' 전시관을 방문한 고객에게 호텔공간용 바닥재 '프레스티지'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LG하우시스
    ▲ LG하우시스 직원이 '2020 호텔페어' 전시관을 방문한 고객에게 호텔공간용 바닥재 '프레스티지'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LG하우시스

    건자재업계는 올해 프리미엄 제품으로 불황을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LG하우시스는 △에코노 플러스 △프레스티지 △지아마루 스타일 등 타일 바닥재와 준불연·방염 벽지, 데크 바닥재 '우젠 리얼 이지' 등 프리미엄 제품으로 호텔 인테리어 시장을 공략한다. 주방·세탁실·거실 등에 적용 가능한 엔지니어드 스톤 '비아테라'와 아크릴계 인조대리석 '하이막스' 신제품 20종도 주력 상품이다.

    프리미엄 제품 공급 확대를 위해 올해 1분기 중 미국 조지아 공장에 엔지니어드 스톤 3호 생산라인 증설을 마친다. 완료 후 생산규모는 기존보다 50% 증가한 105만㎡로 늘어나게 된다.

    강계웅 LG하우시스 CEO는 "변화와 혁신을 가속화해 새로운 성장에 속도를 내고, 사업 포트폴리오 정예화와 체질 개선에 집중할 것"이라며 "경쟁사가 쫓아올 수 없는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로 브랜드를 키워가겠다"고 밝혔다.

    KCC는 지난해 미국 모멘티브사의 실리콘 사업부 인수를 마무리 짓고 최근 사업부 재편을 완료했다.  지난해 고기능성 화장품용 실리콘을 개발한 KCC는 모멘티브의 기술력을 더해 실리콘 사업 확장에 나선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도 새 먹거리다. KCC는 전자기기 핵심 반도체 부품인 파워모듈 등 반도체 관련 유무기 소재를 키우고 있다. 파워모듈은 모든 전자기기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부품이다. 단순 전력공급부터 변환, 안전성 및 효율성 확보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만큼 반도체에 매우 중요한 소재로 꼽힌다.

    KCC는 유기소재 제품으로 파워모듈에 쓰이는 접착제 PCA(Phase Change Adhesive)와 반도체 웨이퍼용 필름, 무기소재 제품으로 반도체를 먼지나 충격 등을 막는 봉지재 EMC(Epoxy Molding Compound)와 전력용 반도체에 사용되는 DCB(Direct Copper Bonded) 기판 등을 생산한다.

    KCC는 올해 기존 건자재 및 도료뿐만 아니라 반도체 소재산업까지 확장된 사업영역을 선보여 세계 유일 유무기 통합 토탈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신용평가사들은 올해 전망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LG하우시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이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변경됐고, KCC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전방산업이 부진하고 경쟁이 심화하는 등 건자재기업들의 업황이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어 단기간 내 영업수익성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