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압격리병실 있는데도 일반병실 개조해야만 하는 상황 대부분 일반병동 내 위치해 ‘감염 우려’ 존재, 확진자 수용 불가 의료계, 300병상 이상 설치 규정만… 실질적 활용은 ‘미흡한 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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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중증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음압격리병실 운영에 빨간불이 커졌다. 음압격리병실을 확보하고 있어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운 병원이 많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의 명확한 실태 파악과 가동률 등 분석이 이뤄져야 할 시기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가지정음압격리병실을 제외한 민간병원이 2억원 이상을 들여 설치한 음압격리병실에 코로나19 확진자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대다수 대학병원급 병원의 음압격리병실은 별도의 분리된 공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입원실이 있는 일반병동에 설치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2018년 의료법 개정과정에서“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의 경우 음압격리병실은 입원실이 있는 일반병동에 설치한다. 이후 100병상에 1개씩 추가해야 한다. 중환자실에는 병상 10개당 1개 이상의 격리병실 또는 음압격리병실을 설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 근거를 두고 병원들은 음압격리병실을 만들게 됐지만, 일반병동의 환자 동선을 고려하지 않고 설치돼 감염 우려가 존재한다.

    결국 코로나19 확진자를 받으려면 일반병동 전체 운영을 중단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발동하거나, 일반병실에 이동형 음압기를 설치해 개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A병원은 음압격리병실이 있는데도 코로나19 확진자를 이동형 음압기가 설치된 일반병실에 격리시켜 치료 중이다. 

    A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하기 위해 음압격리병실을 운영하려고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일반 환자와의 동선이 겹치다 보니 감염관리팀 차원에서 활용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라고 설명했다. 

    B병원 역시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자체적으로 입원시키지 못하고 인근 국공립병원으로 전원시켰다.  

    B병원 관계자는 “대부분의 대학병원급에서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설치비용은 막대하게 들어갔으나 일반병원 한가운데에 있어 코로나19를 방어하기 어렵다. 설치기준의 디테일이 존재하지 않아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언급했다. 

    감염병 대응을 위한 가장 기본원칙은 확진자의 동선을 최대한 짧게해 외부 노출을 줄이는 것인데, 현재 음압격리병실을 갖춘 병원은 일반병동 중간에 설치된 경우가 많아 운영이 어렵다는 것이다. 

    ◆ 보여주기식 정책의 말로, 급한 불 끄기도 어려운 실정

    이는 보건의료정책이 ‘보여주기식’ 규정에만 함몰된 상태임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지표다. 비용부담은 큰데 막상 활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음압격리병실 설치의 경제성분석(2018년)’ 보고서를 살펴보면, 민간병원이 음압격리병실 1개를 설치할 경우, 병상당 평균 2억500만원의 비용이 투입된다. 

    병상당 운영비용은 최소 1230만원으로, 공조시설 및 냉·난방에 드는 전기료 600만원, 필터교환 360만원, 기타운영비 270만원이다. 

    당시 보고서는 20년 동안 신종 감염병이 3회 발생하고 무위험이자율 2.5% 및 수가인상율 1.5%를 가정해 음압격리병실 설치에 대한 경제성분석을 수행했다. 

    그 결과, 연구대상이었던 상급종합병원(800~899병상 규모)과 종합병원(400~499병상 규모) 모두 실물옵션가치를 반영한 순현재가치(NPV)가 0보다 큰 결과를 보여 음압격리병실 설치 투자안에 경제성이 있다고 제시됐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현실을 보니 병상 수대로 음압격리병실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다.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해도 본질적으로 얼마나 활용 가능할지를 파악해야 했다”고 아쉬음을 털어놨다. 

    음압격리병실은 응급실과 최단거리에 존재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위급 상황 시 응급실 인근 병동 전체를 활용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장기전에 돌입한 코로나19를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면 지금이라도 음압격리병실 운영에 대한 명확한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 이를 근거로 규모에 따른 시설 확보가 아닌 실질적 활용도 측면에서의 고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