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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광약품과 일양약품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치료에 쓰일 수 있는 물질을 발견했다고 잇따라 밝혔다. 해당 물질들은 양사가 이미 상용화한 자체 개발 신약이지만 코로나19에 한해서는 아직 시험관시험(in vitro) 단계에 불과해 과도한 기대감은 금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부광약품과 일양약품은 최근 자체 개발 신약이 코로나19 치료에 쓰일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알리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앞서 부광약품은 지난 10일 자사의 항바이러스제 '레보비르'가 코로나19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부광약품은 레보비르가 한국인 코로나19 환자 검체로부터 분리한 바이러스에 대해 시험관시험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쓰이는 '칼레트라'와 유사한 결과를 보인 것을 확인했다. 레보비르가 칼레트라와의 억제능과 비교 시 플라크 감소 시험과 RT-PCR(Real-Time PCR, 실시간 역전사 중합효소연쇄반응) 검사에서 유사한 정도의 억제 정도를 보인 것이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아직 클레부딘이 어떻게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하는지에 대한 기전은 확실치 않다"면서도 "이번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와 임상시험 등 향후 개발 계획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일양약품은 시판 중인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가 고려대 의대 생물안전센터 내 생물안전 3등급(BSL-3) 시설에서 시험관시험을 실시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받은 코로나19 바이러스주에 슈펙트를 적용, 투여한 후 48시간이 지나자 대조군보다 70% 가량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제로 거론되는 에이즈(HIV) 치료제 칼레트라나 독감치료제 아비간보다 실험 결과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양사가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로 내세운 물질들은 기존 치료제로 시판 중이기 때문에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일고 있다. 이 같은 기대감에 최근 양사의 주가는 코스피지수가 추락하는 가운데에서도 치솟았다.
부광약품은 해당 소식을 전한 10일 주가가 전일 대비 29.90%(4350원) 급등한 1만 89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도달했다. 16일 오후 3시7분 기준으로는 1만 6250원으로 9일(1만 4550원)보다 5거래일 만에 11.7% 오른 상태다.
일양약품은 코로나19 치료제 소식을 전한 지난 13일 전일 대비 29.82%(6550원) 급등한 2만 8950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날 19년 만에 코스피 시장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는데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효과로 이처럼 급등한 것이다.
그러나 해당 물질들이 코로나19 치료제로 상용화되기까지는 동물실험, 임상시험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임상시험에만 최소 5년 이상 걸린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요즘 코로나19 관련해 주가 부양을 노리는 회사들이 많다"며 "임상을 진행하고 허가까지 최하 5년에서 10년은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시급한 것은 사실이나 최소한의 안전성과 유효성은 확보돼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국내의 제약·바이오 기업 16개사가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식약처에 등록된 코로나19 관련 임상시험은 2건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2건도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에볼라 신약 '렘데시비르(remdesivir)' 임상 3상으로 국내사가 신청한 임상시험은 아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임상시험 레지스트리 클리니컬트라이얼즈(ClinicalTrials.gov)에 등록된 코로나19 관련 임상시험 총 66건 중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임상시험은 단 1건도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코로나19 치료효과에 대해 알리면) 시장에서는 바로 코로나19 치료제가 나오는 것처럼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유사 감염병 사태를 대비해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하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꼭 필요하다"며 "주가 부양을 노리는 기업들에도 문제는 있지만 당장 코로나19 치료제가 안 나온다고 채근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국산약 개발에 의의를 두고 장기적으로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