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요양병원 꼬리표 달면 대형병원 진입 어려운 상황암환자들, 응급상황 발생 시에도 코로나19 음성 확인돼야만 치료 코로나19 외 중증환자 대응체계 확보 선결과제로 떠올라
  • ▲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출입이 통제된 대구 한사랑요양병원. ⓒ연합뉴스
    ▲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출입이 통제된 대구 한사랑요양병원. ⓒ연합뉴스
    코로나19의 공포감은 취약했던 의료전달체계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높아진 병원의 문턱이다. 그간 많은 수의 경증환자도 거리낌 없이 상급종합병원을 방문했는데 이제는 중증환자도 받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코로나19의 가장 큰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는 가뜩이나 견고하지 못했던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되며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치닫는 것이다. 

    최근 본지를 통해 들어온 제보에 따르면, 감염병 취약지대로 구분되며 고위험군이 모여있는 요양병원 입원환자들은 위급한 상황이 생겨도 오가지도 못하는 난민 신세로 전락했다. 

    오늘(18일)도 대구 한사랑요양병원에서 70여명의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등 요양병원 내 코로나19 전파는 심각한 수준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더 큰 문제는 이들 중 감염자가 아닌 중증환자를 돌볼 수 있는 체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A씨는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폐암 환자로 흉통이 발생해 그간 진료를 받아왔던 모 대학병원을 방문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음을 확인해야 진료를 받게 해주겠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거주지 인근에 있는 국공립병원 선별진료소를 먼저 들려 음성판정을 받으려 했지만, 증상 자체가 코로나19와 부합하지 않는다며 PCR검사를 받지 못했다. 그는 다시 지역보건소에 방문해 무증상 확진자도 발생하고 있으니 PCR검사를 받게 해달라고 요청한 후에야 음성판정을 받았다. 

    A씨는 수일이 지난 후 애초에 가려고 했던 병원을 방문했다. 다행히 건강상에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암환자 등 중증질환자에게는 위험천만한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B씨는 대장암 환자로 잦은 기침과 발열이 발생해 모 대학병원 응급실을 방문했지만 되돌려 보내졌다. 코로나19 증상과 유사하기 때문에 음성판정을 받고 다시 방문하라는 내용이었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 속에서 며칠을 검사하고 기다렸다가 진료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음압격리병실에 입원해 PCR검사와 기저질환 치료를 동시에 진행하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이미 해당병원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가득 차 입원이 불가능했다. 

    감염병 전파를 방어하기 위한 매뉴얼을 적용하는 것이지만 코로나19 중증이 아닌 기저질환으로 인한 중증환자는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구에 살고 있는 C씨는 암환자의 보호자로 서울 소재 모 대형병원 외래에 방문했지만 병원로비에서 차단을 당했다. 보호자도 음성판정을 받아야만 한다는 원칙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전화예약 과정에서 거주지 등 내용을 미리 알리고 방문한 것이지만 원내 진입은 불가능한 상태로 대기를 하다 집으로 귀가해야만 했다. 

    실제로 의료현장 곳곳에서 대구지역 출신이라는 점은 차별의 꼬리표로 작용하고 있다. 

    일례로 주소지를 서울로 속이고 이달 초 서울백병원에서 진료를 받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된 대구주민 D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너무 높아진 병원의 문턱 때문에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임이 드러난 것이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코로나19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암환자들과 같은 중증환자의 치료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였다고, 대구 출신이라고 해서 가혹한 잣대를 들이미는 일부 상급종합병원 또는 대학병원의 행태는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환자들의 하소연이 늘어나고 있다. 대안을 찾아야만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