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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전문가들은 우리의 철도 안전관리가 사후약방문 하듯 땜질식으로 이뤄진다고 지적한다. 철도에 대해 잘 모르는 비전문가가 철도안전 관련업무를 맡아보거나 관리체계가 허술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무엇보다 철도 안전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고가 난뒤 윗사람이 시키니까 그때만 반짝 신경 써선 철도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철도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과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본다.<편집자 註>
아이러니하게도 국토교통부가 연구용역을 진행해 결론을 이끌어내고 철도전문가들의 지지와 호응을 얻는 (가칭)철도안전연차보고서(이하 안전보고서) 도입의 최대 난관은 국토부 자신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의 정책추진 의지가 상향식 철도안전 문화 정착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얘기다. 일각에선 국토부와 철도업계 곳곳에 포진한 국피아(국토부+마피아)와 낙하산 인사가 철도안전 확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23일 국토부와 철도업계에 따르면 철도안전정책관은 철도 주무부처인 국토부내에서 철도안전정책을 총괄하는 자리로 2012년 신설됐다. 문제는 신설 당시 별도조직으로 출범했다가 본부 조직으로 자리잡으면서 전문성보다는 승진코스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 철도안전정책관인 강희업 국장은 지난해 12월부터 바통을 넘겨받아 철도안전을 총괄하고 있다. 그러나 강 국장은 철도전문가가 아니다. 소위 '도로통'으로 분류되는 고위 관료다. 고려대 토목학과를 나온 강 국장은 주택도시국 택지개발과를 시작으로 도로건설과, 광역도시도로과 등을 거쳐 도로정책과장, 평창올림픽조직위 수송국장, 건설정책국 기술안전정책관 등을 지냈다. 직접 철도 관련 업무를 맡은 바 없다. 한 철도업계 전문가는 "(강 국장은) 철도 경험이 없는 철도안전정책관"이라고 꼬집었다. -
전문성을 무시한 국피아와 낙하산 인사 폐해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나 적폐 청산을 전면에 내세운 현 정부에서도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 철도 산하기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를 지휘하는 손병석 사장도 철도전문가라 부르기엔 부족함이 많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국토부 1차관을 지낸 손 사장은 기획·주택통으로 불린다. 철도 관련 경력은 철도국장을 지냈던 1년여 남짓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레일은 손 사장 전임인 오영식 전 사장부터 낙하산 논란에 몸살을 앓았다. 현 정부의 대표적인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로 꼽히는 오 전 사장은 취임식 직후 해고노동자 천막농성장을 찾아 속전속결로 복직에 합의하는 등 친노조 성향의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러다 2018년 12월 발생한 KTX 강릉선 탈선사고 등 잇단 철도 관련 사고의 미숙한 대응으로 불명예 퇴진했다. -
김 장관은 올 1월 불출마로 급선회하기 전까지 여의도 복귀가 점쳐졌고, 자신도 지역구 출마의사를 굽히지 않았던 정치인이다. 철도 등 교통 이슈가 터질 때마다 특유의 레토릭(수사)으로 상황을 모면했지만, 기본적으로 이목이 쏠리는 부동산정책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사왔다. 철도안전 전담조직인 (가칭)철도안전기술원 설치가 대표적인 사례다. 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철도안전을 책임질 전담 관리기관이 없다는 여당 임종성 의원의 지적에 "외국과 같은 전문기관이 없는 현실을 알고 있다"면서 "우선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역량 제고에 힘쓰고 중기적으로 전문기관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철도안전기술원은 이번 안전보고서처럼 국토부 내부에서 설립의 필요성이 제기됐던 부분이다. 하지만 김 장관 발언 이후 뚜렷한 진척상항은 눈에 띄지 않는 실정이다. 한 철도전문가는 "개혁하기 싫은 사람이 자주 하는 답변이 '다음에', '다른 사람'이 하게 하는 것"이라면서 "사실상 (김 장관은) 철도안전을 담보하는 방안에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