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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다음 주 이사회를 열고 추가 자구안을 마련한다. 산업은행이 경영자금 1조2000억원을 지원하며 내건 조건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대한항공은 새 자구안을 통해 1조5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8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회사는 현재 이사회에서 심의할 자구안을 마련 중이다. 새 자구안에는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사업부 매각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강도 높은 자구책을 지원 조건으로 내건 만큼 당장 팔릴 수 있는 매물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동시에 3자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한진칼 자체 유증 등 다양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일반공모’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인수자를 미리 정하고 이후 지분을 나눠주는 방식이다. 불특정 투자자에게 주식을 파는 일반공모 방식은 코로나19 등으로 항공 업황이 나빠져 흥행이 덜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경우 대한항공 대주주인 한진칼도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지분 29.96%(보통주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1조 규모 유증 시 3000억원을 추가 투입해야 현재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다.
조원태 회장 등 현 경영진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속한 ‘3자 연합’과 경영권 분쟁 중이다. 핵심 계열사 대한항공 지분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3자 연합과의 지분 경쟁에서 불리해진다. 현 상황을 고려해 한진칼도 자체 유증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
기내식 등 사업부 매각도 새 자구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물망에 오른 사업은 기내식과 항공기정비(MRO) 사업이다. 대한항공은 사업부 매각 주관사로 크레디트 스위스(CS)를 선정해 이를 검토 중이다. 매각 가치산정 등 회계 자문은 삼정 KPMG가 맡는다.
앞서 한진그룹은 송현동 부지,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을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 매물들은 한진 측이 수년 전부터 매각 의사를 밝혀왔지만 오랫동안 실제 거래가 없었다. 이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팔릴 매물’을 내놓으라고 압박했을 가능성도 있다.
업계는 기내식 사업 매각이 가장 흥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운항 정상화 시 가장 빠르게 실적을 회복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국내 1위 항공사로서 대한항공 자체 기내식 발주량도 상당해 인수자 입장에선 미래 가치를 높게 평가할 수 있다.
MRO(정비·수리·점검) 부문도 높은 몸값이 예상된다. 현재 대한항공을 제외한 다수 국내 항공사는 자체 정비 능력이 없어 정비 물량을 외부에 맡기고 있다. MRO 사업부를 갖춘 대한항공은 저비용항공사(LCC)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정부와 국책은행의 유동성 지원 후속 조치로 사업부 재편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특정 사업부 매각을 정해둔 단계는 아니며, 다음 주 이사회를 통해 세부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