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CC의 이자보상배율이 1 아래로 떨어졌다. 이 지표는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눠 영업 수익으로 이자를 갚는데 문제가 없는지 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 1분기 기준 KCC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할 경영을 한 셈이다.
건설, 자동차 등 전방산업 경기 침체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지난해 미국의 실리콘 기업 '모멘티브 퍼포먼스 머티리얼스'를 인수하면서 재무 부담이 가중 탓이다. 국내 3대 신용평가기관은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26일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KCC는 연결 기준 460억원의 이자비용을 1분기에 부담했다. 지난해 1분기 142억원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1억원에서 205억원으로 소폭 상승(2.43%)했지만, 이자비용 증가세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이자보상배율은 1.41에서 0.44로 하락했다.
KCC의 이자 부담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 수익성 하락, 생산설비 투자 확대 등으로 잉여현금흐름이 적자전환한데다 모멘티브를 인수하면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이다.
KCC는 모멘티브 인수가액 3조6000억원 중 1조6000억원은 컨소시엄(원익큐엔씨, SJL펀드)의 출자와 대여금으로, 2조원은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했다. 컨소에 출자한 6000억원과 모멘티브 차입금 합산 등에 따른 KCC의 순차입금 증가는 약 2조6000억원이다.
게다가 지난해 말 기준 2조원을 상회하는 차입금을 보유하고 450%의 높은 부채비율을 시현한 모멘티브가 연결 종속회사로 편입되면서 재무 부담이 가중됐다.
실제 1분기 부채 규모는 7조339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3조2922억원에 비해 2배 이상 불어났다. 직전 5년(2015~2019년) 평균 부채 역시 3조1816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크게 늘어난 셈이다. 5년 평균 이자비용도 120억원에 불과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차입 규모는 1조8664억원에서 4조3347억원으로 2.32배 늘어났다. 직전 4년(2016~2019년) 영업성적 부진으로 인해 자본금도 줄어들면서 차입금의존도 역시 32.6%에서 92.6%로 급증했다. 직전 4년간 영업이익은 1분기 기준 856억원에서 201억원으로 76% 급감했으며 영업이익률은 10.8%에서 3.16%로 크게 낮아졌다.
황덕규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모멘티브 인수 영향으로 재무 부담이 큰 폭으로 확대됐으며 재무안정성이 저하됐다"면서 "향후 재무 부담 완화 여부가 회사의 신용등급 회복 여부에 있어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재무융통성을 보완할 것으로 기대됐던 금융상품 가치도 급락한 상태다. KCC는 1조2000억원의 현금성 자산과 삼성물산, 현대중공업, HDC현대산업개발 등 2조원의 상장 주식, 4조8000억원의 유형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1분기 보유 시장성지분증권 가치는 지난해 말 2조5600억원에서 1분기 1조9800억원으로 5760억원 감소했다. KCC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가치는 1분기에 3215억원, 한국조선해양은 1795억원 하락했다. 그러면서 순이익도 지난해 1분기 332억원에서 마이너스(-) 270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KCC 측은 "분기보고서 작성 시점인 3월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주식 시황이 안 좋았기 때문에 당기순손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
문제는 이 같이 저하된 재무안정성을 회복시킬 수익성 반등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기존 사업인 건자재, 해외 도료 부문의 업황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모멘티브마저 저조한 수익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 효과가 빛을 발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모멘티브의 경우 전방수요 둔화, 글로벌 화학사의 공급 확대 등으로 지난해 이익창출력이 크게 약화됐다. 글로벌 실리콘 수급 저하 영향뿐만 아니라 M&A 과정에서 재고자산 손상차손, 영업권 재평가 등 일회성 손실도 발생하면서 KCC에 인수된 5월부터 12월까지 4637억원의 영업손실, 555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도 부진한 실적을 시현하고 있다. 반면 모멘티브 인수에 따라 실리콘 매출 비중이 56.0%로 대폭 증가하면서 중요도가 급증하고 있다. 즉 모멘티브 실적 변화에 따른 회사 전체의 실적변동성이 커진 셈이다. 향후 모멘티브의 실적 변화가 회사 전체 수익성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황덕규 실장은 "건자재 및 해외 도료 부문의 업황 악화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모멘티브 인수로 실리콘 부문 비중이 큰 폭으로 확대됐으나, 모멘티브의 저조한 영업수익성으로 인해 오히려 기대했던 인수 효과가 반감돼 나타나고 있다"며 "코로나19 여파로 실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인 만큼 당분간 실리콘 부문의 실적 개선 지연에 따른 높은 수준의 재무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력 사업인 건자재 및 도료 부문의 전방 산업 부진도 지속되면서 수익성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건자재 부문의 경우 당분간 주택경기 둔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영업실적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도료 부문은 국내 조선사들의 선박 수주 증가로 내수 실적은 개선될 수 있으나, 세계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중국 컨테이너 물량 감소 등으로 해외법인의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물동량이 감소하면서 실적 회복 시기는 더욱 지연될 전망이다.원종현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재료비 부담 완화에도 국내 건설 경기 및 글로벌 자동차 시장 부진으로 인해 도료 및 건자재의 수익성 회복은 지연될 전망"이라며 "경기변동성에 민감한 실리콘 사업 역시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수요 감소와 그로 인한 고정비 부담 가중으로 과거에 비해 부진한 영업실적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기존 및 신규 사업의 수익성 저하, 비우호적인 전방산업 영업환경 등을 감안할 때 단기간 내 2018년 이전 수준의 재무안정성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원무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코로나19로 건설, 조선, 자동차 등 주요 전방산업의 업황 부진이 이어지면서 실적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며 "특히 연결에 신규 편입된 모멘티브는 1분기 영업손실이 발생하는 등 전사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 사업 부문에 걸쳐 수익창출능력이 저하된 가운데 지속적인 설비 투자 필요성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잉여현금 창출을 통한 유의미한 규모의 차입금 축소 및 재무안정성 회복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은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강등했다. 한 단계 더 강등될 경우 'A+'를 부여받는다. 통상 A+ 등급부터 비우량등급으로 취급된다.
이에 앞서 국제 신평사들은 이미 KCC의 등급을 낮춘 바 있다. S&P는 올해 초 'BB+'로 강등했다. 무디스는 지난해 11월 투기등급인 'Ba1'으로 하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