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예결위까지 독식 예고… 단독 운영 가능하지만 정치적 부담감 커역대급 추경 풀고도 실효 적으면 책임론 불가피… 아예 확대 편성 의견도등록금 반환·2차 재난지원금 목소리 '솔솔'… 곳간지기 재정당국은 난감
  • ▲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2차 추경안을 설명하고 있다ⓒ이종현 사진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2차 추경안을 설명하고 있다ⓒ이종현 사진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 독식을 선언하면서 국회가 파행을 빚는 가운데 하루가 급한 코로나19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여당의 독주에 반발하는 미래통합당이 전면 보이콧을 선언하게 되면 역대 최대 규모의 추경안을 여당 혼자서 처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통합당이 끝까지 협상을 거부할 경우 18개 상임위 전체를 이번주까지 구성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177석 절대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고 해도 국정운영 전반을 단독으로 꾸려가는 것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지난 4일 제출된 3차 추경안은 2주일이 지나도록 아직 심사 시작조차 못하고 시간만 끌고 있어 재정당국의 속을 태우고 있다.

    민주, 예결위까지 밀어붙여 3차 추경 단독 처리 예고

    민주당이 상임위 구성을 밀어붙인 배경에는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위원장을 가져오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었다. 법사위원장은 그동안 야당이 맡아왔다.

    문제는 법사위는 차지했지만, 추경안 처리에 핵심인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가 아직 꾸려지지 않았다는데 있다. 예결위는 여야 협상 과정에서 통합당이 맡는 것으로 잠정 합의됐었다.

    만약 통합당이 상임위 일방 구성에 끝까지 반발해 전면 보이콧을 선언하게 되면 추경안 심사는 늦어질 수 밖에 없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1,2차 추경안도 빠른 심사를 위해 각 상임위 논의를 간소화하고 예결위에서 집중 심사를 하는 등 예결위는 추경안 심사의 핵심"이라며 "예결위 구성이 늦어지면 추경안 통과도 늦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주까지 통합당이 협상 테이블에 나서지 않을 경우 예결위를 비롯한 나머지 12개 상임위도 단독 구성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3차 추경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위원장이 선출된 상임위부터 심사를 시작하겠다"며 "위원장을 선출하지 못한 상임위는 간담회를 열어 원구성이 완료됐을 때 즉시 심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번 주 안으로 18개 상임위 원구성을 마치고 추경심사에 본격 착수해야 한다"며 "제대로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3차 추경은 6월 국회 처리, 7월 예산 집행으로 타임 테이블이 정해져있다"며 "하반기 경제위기 극복이 중요한 분수령인 만큼 반드시 이번 달 내 처리돼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처리한 추경안이 정당한 명분을 가질 수 있을지에는 물음표가 찍힌다. 법적으로는 가능하다 할지라도 야당을 배제한 일방적 독주가 실제 법안 처리까지 이어진다면 여론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코로나19로 하반기 경제전망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고된 가운데 35조원이 넘는 역대급 추경예산을 풀고도 실효성이 적을 경우 그 책임 역시 여당이 홀로 져야 하기 때문이다.

    통합당 한 의원은 "민주당이 원구성도 홀로 하고 법안 심사도 하고 예산도 통과시킬 수 있다면 굳이 야당과 협상할 필요가 있느냐"며 "대신 그에 따른 정치적·사회적 책임은 민주당이 전적으로 지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 ▲ 김성원 미래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 등 강제 상임위 배정을 받은 의원들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기 위해 의장실을 방문하고 있다.ⓒ박성원 사진기자
    ▲ 김성원 미래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 등 강제 상임위 배정을 받은 의원들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기 위해 의장실을 방문하고 있다.ⓒ박성원 사진기자
    기세등등 민주, 이참에 추경 대폭 확대 목소리도

    민주당이 야당과의 협상에 결국 실패해 추경안 단독 처리로 가닥을 잡게 된다면 35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이 대폭 수정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기왕에 야당을 배제한 여당 독주라는 비판을 감수한다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정책예산을 추가해 여론의 호응을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당장 대학 등록금 반환을 받지 못한 학생들에게 정부 재정으로 이를 지원하는 내용이 거론되고 있다. 2000억원 가량의 예산이 소요되는 등록금 반환안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만 할 것을 예상하고 낸 등록금이 아닌데 대학이 부분적인 교육 서비스만 제공한다면 당연히 감면 및 환불해야 한다"며 "정부의 추경 편성, 약 8000억원에 달하는 대학 지원예산에 대한 용도제한 완화 등과 같은 조치를 긴급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2차 재난지원금 같은 대규모 추가 예산 편성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당 한 의원은 "이왕 국회 운영을 단독으로 밀어붙일거면 국민에게 호응받을 수 있는 생활에 와닿는 내용을 담아내야 한다"며 "1차 재난지원금이 거의 소모된 지금 2차 지원금 계획을 내놓는다면 여론을 일시에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은 아직까지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정의당 등 군소 범여권 정당에서는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어 향후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177석을 보유한 민주당이 180석 기준인 선진화법을 넘어서 국회운영을 단독으로 하기 위해서는 정의당(6석)이나 열린민주당(3석)의 협조가 필요하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추경에 가장 먼저 편성돼야 할 것은 전국민 2차 재난지원금"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정부와 재정당국은 긴장된 모습이다. 추경안 심사가 늦어지는 것도 걱정이지만, 여당이 일방적으로 증액할 경우 대응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당국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추가적인 재난지원금 지급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하지만 이미 2차 추경안 심사에서 홍 부총리가 거취 표명까지 불사하면서 증액을 거부했지만, 민주당이 밀어붙여 성사시킨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발언권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공감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1.1%가 찬성한다고 답했고, 반대는 40.3%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