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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3년간 영업이익 1조원 이상을 벌어들이며 그룹 최대 캐시카우였던 한화토탈이 흔들리고 있다. 저하된 수익성과 악화된 재무건전성 때문에 신용등급 전망이 연이어 하향 조정되면서다. 이는 기업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등급전망이 '부정적'인 기업의 경우 2년 내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이 높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나이스신용평가는 한화토탈의 신용등급(AA)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부정적 산업 환경으로 최근 수익성이 저하된 점 △설비 투자 및 배당 관련 대규모 자금 소요가 지속되고 있는 점 △차입 부담 확대로 재무안정성이 저하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한국기업평가도 지난달 ▲업황 하락에 따른 영업현금흐름 악화 ▲투자 확대 및 배당 부담 등으로 재무 레버리지 상승 등을 반영, 등급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한화토탈은 수직계열화와 사업다각화 측면에서의 경쟁 지위를 바탕으로 우수한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 석유화학업황 둔화와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수요 감소로 주요 석유화학 제품의 스프레드가 축소되면서 전반적인 수익성이 2017년 이후 저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1분기 별도 기준 한화토탈의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2641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2568억원에 비해 적자전환했을 뿐더러 2017년 1분기 5155억원 이후 3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순이익 역시 -1283억원으로, 전년(1889억원)대비 적자전환했으며 마찬가지로 2017년 1분기 5155억원 이후 3년째 줄어들고 있다. 영업이익률의 경우 2016년 1분기 20.3%에서 올해 -12.9%까지 4년 동안 낮아지고 있다.
송미경 나이스신평 실장은 "업황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수요 감소 및 미국 ECC(에탄분해설비) 증설에 따른 에틸린 계열 제품의 역내 공급 증가가 주요 제품의 스프레드 및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지난해 설비보수 장기화와 유증기 유출사고에 따른 생산 중단 등도 실적 저하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석유화학제품 수요 감소 및 국제유가 급락은 1분기 영업손실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불리한 수급 환경에 따른 PX(파라자일렌), SM(스티렌모너머) 등 핵심 석유화학제품의 저조한 실적과 유가 급락에 따른 LPG, 디젤 등 에너지 부문에서 대규모 재고자산평가손실로 인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코로나19와 유가 하락은 중·단기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송미경 실장은 "코로나19는 중간재로 사용되는 석유화학제품의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유가 하락의 경우 스프레드 개선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수익성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기적으로는 불확실성 확대로 인한 산업 전반의 투자 감소 및 성장률 둔화로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문제는 설비투자 및 배당 관련 대규모 자금 소요가 지속되면서 재무안정성도 열위한 수준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3년 평균 유·무형자산 순투자는 5621억원으로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으며 배당금은 △2017년 8394억원 △2018년 7686억원 △2019년 4919억원 등으로 고배당 정책이 이어졌다.
영업실적 부진에 따른 자본 감소와 차입금 증가로 인해 1분기 별도 기준 차입금의존도(74.9%, +15.9%p), 부채비율(105%, +15.7%p) 모두 높아졌다. 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1분기 2조933억원에서 올해 2조4252억원으로 3318억원 증가했다.
특히 단기차입금이 3배 이상 늘어나면서 유동성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도 커졌다. 차입금 증가 등에 따라 이자비용 부담이 가중(127억원, +14.4%)된데다 자본 감소 등으로 유동비율(145%, 54.6%p)도 저하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향후 2년간 1조원가량의 설비투자 관련 자금 소요가 예정돼 있는 점과 공동투자기업으로 배당 관련 자금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할 때 중단기적으로 저하된 재무안정성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송 실장은 "코로나19 사태 등 불리한 산업 환경으로 유의미한 현금창출능력의 개선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 설비투자 및 배당 관련 자금 부담이 지속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중단기적으로 재무안정성의 유의미한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