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정보고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주목항공·해운·숙박음식·여가서비스 등 자금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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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코로나19가 장기화할수록 기업의 자금 사정은 악화되는 것으로 진단됐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할 때 기업들은 총 54조4000억원의 유동성 부족을 겪는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스트레스테스트는 두 가지를 상정한 결과다. 먼저 기본 시나리오는 코로나19 충격 지속기간이 내수의 경우 2분기, 해외수요는 3분기까지 지속될 것을 전제로 했다.

    최악의 상황은 충격이 연중 내내 계속될 것이란 가정이다. 현재 2차 감염세가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번지고 있는 만큼 2차 펜데믹에 대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두 가지 상황을 가정해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진단해보니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2019년 4.8%에서 기본 시나리오 아래 2.2% 하락했다. 심각 단계에선 1.6%로 더욱 악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매출액 증가율은 충격이 장기화할 경우 10.6% 하락을 예견했다.

    이자보상배율은 2019년 3.7배에서 기본 시나리오 경우 1.5배로, 심각 단계는 1.1배로 하락할 것이란 예상이다.

    부채비율은 2019년말 88.8%에서 기본의 경우 92.3%, 심각은 93.1%로 상승한다.

    이에 한 해 영업으로 이자보전도 못하는 기업(이자보상배율 1미만)도 현재 32.9%에서 50.5%까지 확대되고 부채비율 200% 초과 비중도 37.9%에서 40.5%까지 큰 폭으로 상승한다.

    기업의 유동성 부족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올해 외감기업의 유동성 부족 규모는 기본 시나리오에서 30조9000억원이 필요하다. 더욱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 54조4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진단됐다.

    충격 전 이미 이자보상배율 3년 연속 1미만인 기존 한계기업의 유동성 부족 규모는 기본 상황에서 9조8000억원, 심각 상황에선 15조6000억원 필요할 것이란 예상이다.

    업종별로는 항공업계가 자금 투입이 시급했다. 항공업의 유동성 부족 규모는 기본 11조1000억원, 심각 단계 12조7000억원의 자금 부족 현상을 겪는다.

    이어 숙박음식, 여가서비스, 해운 등 전 산업에 걸쳐 유동성 위기는 확산될 것이란 우려다.

    다만, 정부의 즉각적인 자금지원 정책이 원활히 돌아갈 경우 유동성 부족 규모는 큰 폭으로 감소한다는 게 한국은행 측 전망이다.

    기업의 유동성 해결을 위해 집행한 자금이 다시 돌아온다는 가정 아래 기본 시나리오에선 부족 규모가 30조9000억원에서 10조3000억원으로 줄어든다.

    심각 단계 역시 54조4000억원에서 21조2000억원으로 어느 정도 자금 숨통이 틜 것이란 예상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기업의 유동성 부족은 구조적 문제라기보다는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일시적 성격임을 감안할 때 시의적절한 자금지원을 통해 대규모 부실화를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취약업종 중심으로 기업의 유동성 사정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가운데 CP, 회사채 시장 등의 안정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경제주체의 경제활동 패턴, 글로벌 생산·교역구조 등에 큰 변화가 예상되므로 이에 대응한 기업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은행의 재무건전성도 훼손될 것이란 우려다.

    은행의 경우 BIS비율이 평균 15.3%에서 13.2%로 대폭 깎일 것이란 전망이다. 보험사의 RBC비율도 269.5%에서 186.5%로, 증권사 NCR비율은 559%에서 341.3%까지 주저앉는다.

    카드사 조정자기자본비율도 22.3%에서 16.9%로 내려간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는 코로나19 영향이 일시적이라는 가정에 기초한 것이며, 단 충격이 장기화될 경우 그동안 공급된 신용이 부실화되면서 금융기관의 복원력도 훼손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