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신감 비해 국민 기대감 떨어져… 20대 27.4% "잘 모르겠다"낮은 사업성, 사회복지 사업 상당수… 민간투자 유치 성공이 관건제도개선·규제완화 부족… 세수절벽에 막대한 재정투입 여력 부족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가진 한국판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가진 한국판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청와대
    문재인 정부 후반기 최대 역점사업 한국판뉴딜의 실체가 드러났다. 총 160조 규모의 자금을 투자해 일자리 190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 오랜 저성장과 코로나19로 위축된 한국경제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어느때보다 관심이 뜨겁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국회 개원식 연설을 통해 한국판 뉴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강민식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이 개원연설문을 아홉번째 고치고 있다"고 할만큼 문 대통령이 한국판뉴딜에 거는 기대는 결코 작지 않다.

    반면 국민들의 기대감은 그리 크지 않다. 16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판뉴딜 정책이 우리나라 경제 극복에 도움이 되는지를 조사한 결과 긍정적 대답(46.5%)와 부정적 대답(40.3%)가 오차범위(±4.4%p) 내로 분분했다.

    응답자들의 지역적·정치적 성향을 배제한 수도권 조사를 보면 경기·인천(48.2% vs. 43.2%)과 서울(46.8% vs. 45.5%)로 더 팽팽했다. 특히 한국판뉴딜이 가장 역점을 둔 20대 청년들은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27.4%로 나타나 관심도가 떨어졌다.

    디지털과 그린으로 경제성장 가능할까

    "생산적인 곳에서 세금을 걷어 비생산적인 곳으로 재원을 이전하는 행위"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판뉴딜에 대해 이렇게 혹평했다. 총 160조원이 들어가는 한국판뉴딜 계획의 경제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 실장은 "경기부양 효과는 없고 국가채무만 증가해 장기성장에 역효과를 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정부계획을 살펴보면 디지털, 그린과 함께 3대 축으로 내세운 고용사회안전망 강화에 들어가는 28조4000억원의 활용도는 경제성장과는 거리가 멀다. 디지털과 그린 뉴딜 계획을 보면 정부자금과 민간자금이 6:4에서 7:3정도로 나눠 부담하는데 고용사회안전망 계획은 정부자금이 26조6000억원으로 대부분(94%)을 차지한다. 전국민 고용보험가입이나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폐지, 상병수당 등 사회복지 확대 사업들이기 때문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그런데 그 위기를 우리가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라고 평을 받지만 극복 과정에서 우리 사회 양극화는 확대됐다"며 "대통령이 강조하는 것도 이번 코로나 위기는 격차 확대 없는 극복이 돼야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그린뉴딜의 최대 핵심사업인 그린 리모델링과 그린스마트 스쿨 계획도 사업성만 따지고 보면 그리 효율적인 편은 아니다.

    학교나 어린이집, 공공임대주택에 최첨단·친환경 기술을 쏟아부어 태양열 발전 같은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구축하고 초고속 WiFi를 깔겠다는 계획인데, 공공건물에 얼마만큼 민간자본을 유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재정투자 외 자금은 임대형 민자방식(BTL)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한 IT기업 관계자는 "소위 돈이 되지 않는 학교사업에 최첨단 기술개발을 위한 투자를 할 기업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전국 초중고 3000여개와 공공임대주택 23만호 등 사업규모는 크지만 정부주도 사업인만큼 경기부양적 측면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가진 한국판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청와대
    문재인정부 임기가 2년 남은 시점에 5년 이상의 장기계획에 제대로 예산집행이 가능할지에 물음표를 던지는 시각도 있다. 정권이 바뀐다면 사업의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2년 동안 국민들께서 확실히 체감하는 성과를 만든다면 더 가속도가 붙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총선을 계기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임기 4년의 정당이 됐으므로 그 뒤는 여당이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돈 안되는 정부사업, 투자 유인책 부재

    한국판뉴딜에 6년간 들어가는 돈 160조원 중 정부재정은 114조1000억원이다. 나머지 45조9000억원은 민간에서 끌어와야 하는 실정이지만, 사업성이 크지 않은 계획이 많아 민간의 외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민간투자 비중이 가장 높은 분야는 그린뉴딜으로 73조4000억원 중 30조7000억원(42%)을 민간자본으로 유치해야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판뉴딜은 재정투자가 중심이지만 민간이 대규모 투자와 새 산업을 일으키는 등 화답하는 펌프질이 있어야겠다"고 했다. K뉴딜위원회 디지털뉴딜분과위원장인 이광재 의원은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한국판 뉴딜 사업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과 이익을 공유하는 선순환 구조를 위해 디지털‧그린 국민참여 인프라펀드 조성을 제안한다"고 했다.

    하지만 민간투자를 유인할 제도개선이나 규제완화 내용은 부족한 실정이다. 예컨대 상당한 규모의 민간투자가 기대되는 디지털트윈 사업의 경우 전 국토를 3차원 디지털 지도로 만들어 자율차 상용화에 발맞춰 민간에 제공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를 위한 점군(3차원 좌표)데이터 온라인 제공은 아직 허용되지 않아 민간기업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정부는 국가공간정보 보안관리규정을 개정해 주요 국가시설을 제외한 데이터접근권한을 풀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아직 아직 구체적인 완화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김상조 실장은 "정부가 주도하는 각종 그린·디지털 복합화시설에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 민간자본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겠다"며 "또 여러가지 세제상의 혜택을 부여하고 과거의 BTL 방식을 좀 더 업그레이드한 방식을 일부 적용할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의 재정투자가 6년내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사업추진계획을 보면 문정부 남은 임기동안 투입되는 재정은 총 49조원인데 비해 나머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들어갈 돈은 65조1000억원에 달한다. 세수절벽으로 재정상태가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이라 정부 확대재정도 더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조경엽 한경연 경제연구실장은 "지난해부터 세수결손이 발생하기 시작해 올해는 16조~30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세수결손이 발생할 것"이라며 "IMF 재정통계기준을 적용하면 2018년 한국 국가부채는 GDP 대비 106.5%에 달해 국가채무를 더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경연은 올해 0.1%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정부 전망과는 달리 상반기 -1.7% 역성장에 이어 하반기에는 -2.9%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장기간 진행된 경제여건 부실화와 내수가 무너져 하반기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