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법·상법·상생법 등 경제민주화법 9월 처리 예고경영권 약화·대기업 의무강화 등 규제 부작용 커176석 민주당 '이번엔 통과시킨다'…OECD "규제완화정책 펴야"
  • ▲ 국회 본회의장ⓒ뉴데일리 DB
    ▲ 국회 본회의장ⓒ뉴데일리 DB
    국회가 강화된 부동산 규제에 이어 기업의 숨통을 조이는 반(反)기업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공정거래법, 상법개정안, 상생협력법 등 주요 경제법안들을 신속히 처리한다는 입장이어서 경제계가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독 대기업을 옥죄는 이들 법안들이 국내 기업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대립각이 더 깊어져 기업 생태계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1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올라온 경제 법안들을 살펴보면 기업간 거래행위에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내용의 공정거래법이 27건, 기업 이사회 운영의 기본 골격을 바꾸는 상법 개정안이 10건 등 경제계가 강력 반대하는 법안들이 수십여개 발의된 상태다.

    여기에 근로자가 한달만 일해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근로기준법이나 하청업체가 원청업체에 대해 손해배상청구를 했을때 중소기업벤처기업부가 나서 직접 제재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상생협력법 등을 포함하면 반기업 규제법으로 분류되는 법안만 수백개에 달한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강화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전속고발권 폐지 ▲과징금 상한 상향 등 경제 활동을 저해하는 규제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특히 지분율 규제 강화 항목에서 최대 주주가 3%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은 반발이 극심하다. 예컨대 2,3대 주주가 외국계 사모펀드가 올라와 있는 기업의 경우 이들의 연합으로 최대 주주의 의결권을 무력화할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보유지분에 의한 다수결 원칙에 따라 경영진을 선출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꽃인 주식제도의 기본원리"라며 "3%룰은 주식회사의 기본이념을 훼손하며 투기자본의 경영권 침투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소액 주주의 의결권을 보장하는 집중투표제 요건 완화와 소액주주 추천 사외이사 선임 의무화가 담긴 상법개정안도 마찬가지다. 소액주주들에 의해 회사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되는 등 기업사냥꾼들의 횡포에 기업들이 노출될 수 있다.

    최근 입법예고된 상생협력법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기술소유권을 두고 분쟁이 일어날 경우 대기업이 무조건 법위반 행위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도록 책임을 지운다.

    이같은 내용은 하청기업이 원청기업에 기술 유출 손해배상청구를 신청할 경우 수탁기업의 입증부담이 완화되고 소송하기 편한 구조가 되어 위‧수탁기업이 상대방을 잠재적 분쟁대상으로 인식하여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 경제연구기관 관계자는 "부동산 임대시장에 임대차 3법을 도입하면서 잘 지내던 집주인과 세입자가 서로 불편한 사이로 전락했듯이 각종 규제법이 통과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거래하기 불편한 관계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도 "대기업의 책임을 한층 강화하고 반대로 대주주의 권한을 약화시키는 규제법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거래처를 해외로 돌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지나친 정부 개입으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입법사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176석을 거머쥔 민주당은 법안처리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20대 국회에서 논의되지 못한 공정거래법과 상법 등 각종 경제민주화법안을 야당과 협의해 추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OECD가 발표한 '한국 경제 보고서'는 "상품시장의 엄격한 규제가 첨단기술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경쟁과 생산성 향상을 저해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규제완화를 시행하는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불합리한 법령을 정비하겠다는 개정 취지는 이해하지만 경영권 침해나 규제 강화로 인식되어 경영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 본부장은 "코로나 19로 대다수 기업이 미래 투자보다 당장의 생존을 걱정하는 상황에서, 자본시장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 여건에서 단기차익을 노리는 외국 투기자본의 악용을 방지하는 방안도 입법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