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3구 줄줄이 7년만에 최대 상승폭 기록잠실·대치 등 아파트 2월부터 신고가 잇따라"집값 상승 부추겨" vs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
  • ▲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송파구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송파구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서울시가 지난달 토지거래허가제를 해제한 이후 강남 3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2018년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두고 엇갈린 진단이 나오고 있다. 토허제 해제가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와 토허제 해제로 추세적인 가격 상승세를 굳히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959건을 기록했다. 이달 말까지 신고기한이 여유 있는 만큼 5000건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6538건)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기준금리 인하와 토허제 해제가 맞물린 영향으로 특히 지난 10일 3859건에서 한 주 사이에만 1100건이 증가했다.

    집값 상승세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보면 3월 둘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0% 상승했다. 서울의 아파트값은 2월 첫째·둘째주 0.02%에서 셋째주 0.06%, 넷째주 0.11%로 계속 상승했다. 토허제 해제로 강남3구 매매가가 급등하면서 상승을 견인했다.

    특히 송파구는 신천동·잠실동 위주로 전주 대비 0.72% 상승했다. 2018년 2월 첫째주(0.76%) 이후 7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변동률이다. 강남구의 경우 압구정‧역삼동 주요단지 위주로 0.69% 상승률을 기록했다. 2018년 1월 넷째주(0.9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서초구는 반포‧잠원동 재건축 추진 단지 위주로 0.62% 상승률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8년 1월 다섯째주 기록한 0.69%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실제로 최근 서울 강남권 아파트 시장은 무서울 정도로 달아오르고 있다. 토허제에서 풀린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84.99㎡는 지난달 중순만 해도 실거래가가 26억원대였으나 이달 초 28억3000만원 최고가로 팔린 뒤 12일 토허제 해제 후 거래가가 최고 31억원을 찍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 설명이다. 현재 해당 평형의 매물은 31억∼32억원 선으로 현지 중개업소엔 외지인의 전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트리지움'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풀리고 전용 84㎡ 기준으로 3건 손바뀜했다. 거래가격은 25억1000만원에서 26억4000만원 사이다. 지난달 7일 이뤄진 직전 거래가 24억3000만원를 고려하면 1주일 새 1억원가량 오른 셈이다. 잠실엘스 전용84㎡은 지난달 26일 30억원에 거래됐다. 토허제 해제 후 이틀만인 지난달 14일 28억8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고 이후 열흘 만에 1억2000만원 더 올라 최고가 기록을 갱신했다. 

    삼성동 '아이파크'는 지난 2월 14일 전용 195㎡가 81억원에 거래된 데 이어 지난달 21일에는 그보다 좁은 전용 175㎡가 80억원에 거래됐다. 또 작년 35억1000만원에 거래됐던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은 토허제 해제 다음날 40억원에 팔리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6개월 만에 5억원 가량 치솟은 것이다.

    시장에선 똘똘한 한채에 대한 선호가 나타난 가운데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확대와 거래 제한요소로 손꼽히던 토허제까지 풀리면서 집값을 자극한 것이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는 토허재 해제가 일부 지역 집값 급등에 영향을 줬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시기적으로 맞물렸을 뿐 대출규제 등으로 억눌렸던 가격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란 견해도 있다.

    고준석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거래량이 적어도 5000건은 넘어서야 시장에서 집값을 판단할 때 유의미하다고 보는데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5000건에 근접한 만큼 현 상황은 가격 상승에 유리한 국면이라고 볼 수 있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금리인하 단행 등으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한강벨트 주변 지역까지 퍼져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강남3구 주변 지역인 강동구·동작구·마용성 등 비강남지역으로 불안 심리가 전이되고 있고 과천과 판교 등 수도권 일부 지역도 문의가 늘어나는 상황이다"며 "똘똘한 한 채 선호가 커진 상태에서 토허제가 풀리면서 지금이 아니면 뒤처질 것 같은 두려움의 집값 포비아가 확산할수록 비정상적인 강남 쏠림 현상은 더 심해져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뉴데일리DB
    반면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아직 호가는 굉장히 높고 매도자 우위 시장이 유지되고 있어 숨을 고르는 분위기로 느껴진다"면서 "거래량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면 제한적일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정국 불안, 향후 기준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 성장률 저하 등을 고려하면 강남권 내에서 상승 강보합은 일시적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다른 지역으로도 상승세가 확대될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토허제 해제 이슈가 단독으로 집값을 자극했다기 보다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다"며 금리 인하와 대출 확대, 봄 이사철 도래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의견은 엇갈렸지만 향후 서울 부동산 시장이 양극화될 것이라는 데에는 전문가들 모두 한목소리를 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의 전환점이 되면서 강남권에 이어 마용성, 비강남 지역으로 순차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며 "다만 하반기에 3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면 대출영향이 적은 강남보다 비강남권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여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도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경우 자금 여력이 있는 상위 10~20%의 수요층이 선호하는 지역으로 자금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며 "공급과 입지 경쟁력이 부족한 지역은 회복 속도가 느려지며 지역별 가격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