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북 8월호 "불확실성 지속, 내수지표 개선, 수출부진 완화"대통령부터 경제부총리까지 낙관론…제조업·수출악화 심화2차쇼크·미중갈등 등 하반기 더 암울할수도…만성 경기침체 우려
  • ▲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 참석해 잠시 눈을 감고 있다ⓒ뉴데일리 DB
    ▲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 참석해 잠시 눈을 감고 있다ⓒ뉴데일리 DB
    정부가 최근 한국경제에 대해 "불확실성속에서도 개선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타격에서 점차 회복하고 있다는 견해다.

    기획재정부는 14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8월호'를 통해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장마 등에 따른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으나 내수관련 지표의 개선흐름이 이어지고 수출·생산 부진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7월호 그린북에서 "글로벌 수요 위축 등 수출과 생산 감소세가 지속되는 등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한 것에 비해 한층 낙관적인 전망으로 바뀐 것이다. 기재부가 매월 발간하는 그린북은 경기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판단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다.

    그린북은 이같은 전망의 근거로 광공업과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생산이 증가(전월대비 4.2%)했고 소비자 물가가 0.3% 상승한 것을 들었다.

    부문별로 보면 광공업 생산은 7.2%, 서비스업은 2.2% 증가했다. 지난해 부진을 면치 못했던 설비투자는 5.4%, 건설투자는 0.4% 늘었다. 현재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2p 올랐고 향후 경기상황을 예상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4p 상승했다.

    또 7월 고용동향에서 서비스업, 건설업 등 일부 업종에서 취업자 감소폭이 축소된 것도 그린북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달 취업자수는 2710만6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27만7000명 감소했지만 4월(-47만6000명), 5월(-39만2000명), 6월(-35만2000명)에 비에 비해 감소세가 줄었다.
  • ▲ 8월 1일부터 10일까지 수출입 동향. 일평균 수출액이 7월 -7.0%에서 -12.7%로 낙폭이 커졌다.ⓒ연합뉴스
    ▲ 8월 1일부터 10일까지 수출입 동향. 일평균 수출액이 7월 -7.0%에서 -12.7%로 낙폭이 커졌다.ⓒ연합뉴스
    여전한 경제낙관론…수출 암울, 고용지표 악화 우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분석은 코로나19 쇼크가 절정이던 지난 4~5월과 비교한 것이어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그린북도 "대외적으로 금융시장의 안정적 흐름과 주요국 실물지표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전세계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고 주요국간 갈등이 고조되는 등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 우려가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먼저 한국 GDP(국내총생산)을 이끌어가는 수출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7월 일(日)평균 수출액은 17억1000만달러로 전년대비 7.0% 감소했다. 6월 두자릿수 감소세(-10.9%)보다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8월1일부터 10일까지 일평균 수출액은 12억5000만달러로 다시 -12.7%로 낙폭을 더했다.

    하반기 수출전망도 여전히 어둡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센데다, 2분기 11.5% 경제성장을 보이며 수출을 재개한 중국과 판매활로가 비슷해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은 "자동차를 제외한 주요 수출 경쟁품목에서 중국에 비해 한국의 수출 점유율이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국 정부의 첨단제조업 육성 정책으로 인해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한국의 수출여건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내다봤다.

    정부가 호전되고 있다고 평가하는 고용시장도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다행히 고용지표가 4~6월에 비해 조금씩 나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 평가와는 반대로 지난 7월 실업률은 같은달 기준 20년만에 최고점을 찍은 4.0%로 나타났다. 특히 산업근간인 제조업 취업자수가 5월부터 매월 5만명 이상의 감소폭을 보이며 실업률 상승을 견인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으로 버티는 일시휴직자나 그냥 쉬었음으로 분류되는 구직포기자들이 늘어난 것도 전망을 어둡게 한다. 지난달 일시휴직자는 68만5000명으로 지난해보다 23만9000명(53.7%) 늘었고 비경제활동인구중 '쉬었음'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231만9000명으로 전년대비 22만5000명(10.8%) 증가했다.

    정부가 휴직기간동안 급여의 최대 90%까지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의 지급기간은 3개월(180일)이어서 코로나19 초기확산 당시 휴직에 돌입했다가 경영을 회복하지 못한 기업 종사자들이 실직자나 구직 포기자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실물지표에도 정부나 주요 정치인들이 경기 낙관론을 계속 펼치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자칫 국민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전달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문재인대통령은 13일 홍남기 부총리로부터 내년도 예산안 보고받는 자리에서 "OECD 회원국 37개국 가운데 성장률 1위가 전망될 정도로 경제부총리가 경제 사령탑으로서의 총체적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3년이상 지속된 저성장 침체 국면속에서 코로나사태가 터지면서 경기침체가 만성화될 수 있다는 문제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지나친 낙관론보다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경기침체를 극복할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