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규 확진자 100명 넘었는데 ‘대규모 파업’ 강행 의료계 투쟁에도 ‘OECD 대비 의사 부족’만 강조하는 정부 문 닫은 개원가, 발길 돌리는 환자들… 대형병원 외래진료는 ‘정상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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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대 정원 확대 문제 등으로 촉발된 역대급 ‘의사 총파업’이 시작됐다. 연일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극에 달한 상태로 피해는 국민이 몫이 됐다. 

    대한의사협회는 14일 오전 8시부터 24시간 동안 파업을 결정했다. 전날 복지부에 신고된 내역을 보면 의원급 의료기관 3만3000여 곳 중 25%인 약 8300곳이 휴진 신고를 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연간 400명씩 10년간 4000명의 의사를 늘리겠다는 의료정책 강행하려고 하자 동네의원 4곳 중 1곳이 이를 반대하기 위해 하루 일정으로 집단휴진에 들어간 것이다. 

    의협의 집단휴진은 지난 2014년 원격의료 도입과 관련해 진행된 바 있는데, 이번에는 그 규모가 더 크다. 당시 복지부 집계 20%대 수준이었는데 벌써 그 수치를 넘어선 상황이다. 

    통상 복지부 집계와 의협 집계는 차이가 있는데, 의협 측은 파업 참여 비율을 정부 대비 2배 이상 높게 잡고 있다. 

    최대집 의협회장은 “의사를 '도구' 취급하고 공장을 세워 원하는대로 찍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부의 일방통행과 오만을 우리가 계속 지켜만 봐야 하겠는가. 후배들이 이런 모욕을 견디도록 지켜만 보겠는가”라며 회원들에게 파업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6년 전 파업과 다른 더 큰 문제는 현재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 집계자료에 따르면, 신규 확진자가 103명 늘었고 이 중 85명은 지역발생 환자다.

    이러한 상황 속 의사들의 파업으로 빚어지는 의료공백과 함께 이날 오후 3시로 예정된 ‘의료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파업 궐기대회’는 방역망 가동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중요성이 뒤로 밀린 형국이다. 

    물론 응급실과 중환자실, 투석실, 분만실 등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업무에 종사하는 의사를 제외한 채 파업이 진행된다. 

    ◆ 개원가 방문한 환자, 공지 없어 ‘허탈한 발걸음’

    대규모 동네의원 파업이 시작된 가운데 병원을 방문한 환자들은 미리 공지되지 않은 관계로 헛걸음을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휴가일정과 겹쳐 파업을 하는 것인지 명확한 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다.

    많은 수의 개원가는 오늘(14일)부터 주말까지 휴진을 하고 임시공휴일인 17일에 문을 여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종로구 한 내과를 방문한 후 진료를 보지 못한 A씨는 “병원 문 앞에 ‘휴가일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갑자기 문을 닫은 것인지, 파업인 것인지 알길이 없다. 인근 다른 병원도 가봤지만 동일했다”고 밝혔다. 

    서울 강북구 소재 동네의원을 방문한 B씨 역시 “17일날 방문해야 할 것 같다. 힘들게 찾아왔는데 허탈한 마음이 든다. 미리 알았다면 헛걸음을 하지 않아도 됐는데 이점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총파업과 관련 휴진 결정과정에서 명확한 안내와 일정공지 등 환자들을 배려는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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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의사협회
    ◆ 대형병원은 그나마 안정적 진료체계 ‘유지’

    그나마 대형병원의 상황은 안정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평소보다 응급실은 붐비고 있는 상태지만, 이미 지난 7일 전공의 파업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파업과 관련해서도 선제적 대응이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주요 수술 등 일정을 미루는 등 선제적 대응체계를 구축했기 때문에 진료상 큰 문제는 없다. 전공의들 대다수가 파업에 참여한 상태지만 큰 의료공백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외래 진료상 문제는 보이지 않지만 평소 대비 응급실 환자가 더 많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14일 삼성서울병원의 경우는 14일 인턴 67%, 레지던트 68%가 연차신청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진료체계 상 엉키는 부분은 미리 방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지난주 전공의 파업에 대응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그 공백을 막기 위해 교수, 전임의 등이 더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중증질환자 응급체계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 파업 당일에도 좁혀지지 않는 갈등

    이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양대병원 응급실을 방문해 “코로나19와 전국적인 수해 피해 속에서 집단 휴진이 강행된다는 점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어떤 경우에도 환자의 안전에 위험이 있어서는 안 된다. 환자 진료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힘써달라”라고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도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은 변하지 않았다. 

    박 장관은 “정부가 발표한 의대정원 확대방안은 의사 인력 부족과 의료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의협에 협의체 제안을 수용하는 등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집단휴진을 하게 된 상황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의사 수는 13만명 수준이나 현재 활동하고 있는 의사 수는 10만명에 불과하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OECD 평균을 감안해 의사 수를 16만명으로 정도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 정책 추진의 핵심근거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태도에 의료계는 반발하고 있다. 국내 의사 인력이 부족한 만큼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은 포퓰리즘 정책에 불과하고 본질은 그와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의료전달체계 개편, 지역의사들의 근무환경 개선 등 근본적 문제를 해결한 후 의대정원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협과 시도의사회, 전문학회들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의료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강화하고 고착화시켜 의료계를 파국으로 몰고 갈 것이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