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거리두기 3단계·2차 재난지원금·추석대책 등 일단 보류피해규모·재정여력·경제타격 예상 어려워… 與 "속도조절 필요"총선 앞두고는 급하더니… 국민 55.9% "거리두기 3단계 시행해야"
  • 서울 목동에 사는 맞벌이 부부 이수현(41)씨는 24일 초등학교 3학년과 1학년인 아들 둘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출석대체가 가능한 체험학습 신청을 하고 집에서 아이들과 EBS교재를 가르쳤다. 이 씨는 "개학은 했지만, 등교한 학생들까지 확진자로 판명되면서 도저히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없었다"며 "이번주 남편과 이틀, 사흘 씩 나눠서 연차를 내고 아이들을 돌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씨와 그의 남편은 이미 올해 연차를 모두 써버렸지만 방법이 없다. 그는 "3~4월에 이미 연차를 소진해버려 여름휴가도 못갔지만 이 시국에 아이들을 홀로 둘 순 없는 노릇"이라며 "'무급이라도 좋으니 무조건 휴가를 내야겠다'고 회사에 통보했다"고 걱정했다.

    코로나19 재확산세가 거세게 일면서 정부의 추가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아직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초중고 등교여부를 포함한 거리두기 3단계 시행여부,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4차 추경, 한달앞으로 다가온 추석 대책 등 시급한 현안이 산적했지만, '일단은 방역결과를 지켜보자'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당정청은 전날 밤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이같은 현안 논의를 잠정 보류키로 했다. 재확산 범위가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어렵고, 곧 제출될 내년도 예산안 심사(9월3일)를 앞두고 올해 추경안을 고려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재확산이 예상보다 더 커질경우 각종 세제지원이나 수출, 고용, 부동산 등 경제 전반에 정책을 새로 짜야 할 수 있다"며 "이번에 2차 재난지원금 단일 안건으로 4차 추경을 처리해버리고 나면 10월에는 5차 추경을 고려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 서울 강남구 한 PC방에 '수도권 방역조치 강화에 따른 고위험시설 집합금지 명령서'가 붙어 있다ⓒ뉴데일리 DB
    ▲ 서울 강남구 한 PC방에 '수도권 방역조치 강화에 따른 고위험시설 집합금지 명령서'가 붙어 있다ⓒ뉴데일리 DB
    3단계 거리두기와 2차 재난지원금에 부정적 인식을 가진 정부와 재정당국의 입장을 고려한 측면도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1차 지원금 형태로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1차와 비슷한 방식으로 지원금을 준다면 100% 국채발행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선 1~3차 추경을 추진하면서 이미 부처별 가용예산을 한계치까지 쥐어짠데다, 올해 늘어난 국가채무만 98조6000억원에 달하는 상태다.

    3단계 거리두기 시행시 감당해야 할 경제파급 효과도 무시하기 어렵다. 사실상 거의 모든 일상영역이 멈춰서는 '셧다운' 상태가 되면서 하반기 반드시 이뤄내야 할 경기반등도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3단계로의 격상은 필수 활동을 제외한 모든 일상활동의 정지를 의미한다"며 "국민과 경제활동 전체에 치명적인 영향과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결과를 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우려에도 거리두기 3단계와 4차 추경 목소리는 점점 불이 붙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더뉴스' 의뢰로 조사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필요성에 대한 설문결과 응답자의 55.9%가 "필요한 조치"라고 답했다.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응답은 40.1%였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빨리 3단계로 올려야 한다"며 "국민들도 현상황이 3단계라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석명절을 앞둔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도 점차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진성준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발동을 검토해야 할 정도로 확진자가 급격히 늘고 있어 정치권에서 서둘러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문제를 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진 위원장은 "추석전에 지급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추경안을 심사하는 과정을 고려하면 조금 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차 대유행 당시 '재난지원금 전국민 신속 지급'을 주장했던 정치권이 다소 느긋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미래통합당 한 고위관계자는 "아무래도 선거를 앞둔 그때보다 지금 여당은 생각해야 할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재정문제와 공정성 시비 모두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 쉽게 결론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