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확산세에 경제 사령탑 위상 중대기로… 경기반등 기미 '묘연'거리두기 3단계, 재난지원금, 경제성장률 연이은 악재… 전망 어두워文 "필요하다면 대통령 주재 경제중대본 회의" 커지는 기대와 압박
  • ▲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 중인 지난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퇴근하고 있다.ⓒ권창회 사진기자
    ▲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 중인 지난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퇴근하고 있다.ⓒ권창회 사진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필두로 하는 경제 중대본이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코로나19 경제대책을 총괄하는 경제사령탑 역할이 재확산세가 이어지면서 입지가 좁아지는 것이다.

    경기 반등에 사활을 걸겠다며 연일 외치는 홍 부총리의 목소리와는 달리 곳곳에 악재만 터져나오는 상황이라 경제활성화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거리두기 3단계 시행되면 경제 '폭망'

    홍 부총리는 27일 오전 주재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경제 중대본) 회의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까지 이행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과 경제주체가 상반기 코로나 위기의 1차 고비계곡을 잘 이겨내 온 것처럼 이번 2차 고비계곡도 또한번 잘 극복하시리라 믿는다'며 "이제까지 추진해온 위기극복·경기회복 대책을 최근 방역상황에 맞게 조정해 수미일관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시행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인 26일 코로나19 중대본 회의에서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한지 7개월만에 방역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며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적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3단계로 격상할 경우 사실상 거의 모든 경제적, 사회적 활동이 멈추게 돼 결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라"라면서도 "하루하루 우리 방역 체계가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대본 발표에 따르면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441명으로 지난 14일 이후 2주 연속 세자릿수로 집계되고 있다. 2주간 발생한 신규확진자만 3936명에 달한다. 확진자 발생이 집중된 수도권 외에도 광주, 전남, 부산, 경북 등 전국적인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감역학회 등 관련 단체들은 "이번 유행은 쉽게 잡히지 않고 이전에 우리가 경험해온 것과는 다른 규모의 피해를 남길 가능성이 높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시행을 촉구했다.

    거리두기 3단계 시행은 곧 '경제 폭망'을 의미한다. 10인 이상 집합 금지 명령이 발동되고, 초중고 학교는 원격수업이나 휴교해야 한다. 카페, 목욕탕, 영화관, 학원, 실내 체육시설 등은 문을 닫고 공공기관은 필수인력 외 전원 재택근무를 실시한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경제 중대본에서 마련한 대부분의 경제정책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박성원 사진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박성원 사진기자
    재정 무너지는데 '재난지원금 달라' 빗발

    2차 긴급재난지원금 요구와 4차 추경 목소리도 경제 중대본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지금 단계에서 4차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판단은 너무 성급하다"고 했다. 다만 그는 "재정상황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는 확신이 설때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 빚을 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가능성은 열어뒀다.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도 "2차 재난지원금은 1차 때와 같은 형태로 이뤄지기는 어렵다 생각한다"며 "앞으로 지원금을 주게 되면 100% 국채발행에 의해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난지원금도 시기와 방식의 문제만 남아있을 뿐 지급해야 하는 방향으로 점점 흐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조사한 결과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찬성하는 응답자는 76.6%에 달했다. 지급반대는 20.1%에 불과했다. 다만 전국민에 지급해야 한다는 응답이 40.5%, 선별적 지급에 찬성하는 응답이 36.1%로 오차범위내에서 갈렸다.

    추석명절을 앞두고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는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발동을 검토해야 할 정도로 확진자가 급격히 늘고 있어 정치권에서 서둘러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문제를 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진 위원장은 "추석전에 지급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추경안을 심사하는 과정을 고려하면 조금 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은 경제성장률 -0.2%→ -1.3%… 3분기 경기반등 사실상 불가능

    경제 중대본이 자신했던 하반기 경기반등도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한국은행은 이날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률을 전망에서 기존 -0.2%에서 -1.3%로 1.1%p 낮춰 잡았다.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예상보다 강하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1분기 -1.3%, 2분기 -3.3% 경제 역성장을 기록한 만큼 올해 -1%대 경제성장률로 방어하려면 3분기와 4분기 연속 1.8%~2.0% 성장을 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전세계적으로 재확산 추세에 있고 주요 선진국 성장 후퇴가 하반기에도 예상되는 것을 감안할때 하반기 경기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경제성장을 이끄는 소비, 수출(생산), 투자, 고용 등 4가지 요소 중 하반기 눈에 띄는 반등 포인트는 쉽게 찾기 어렵다.

    기대했던 수출도 계속된 불황의 연속이다. 이달 20일까지 수출액은 전년대비 7% 감소했다. 지난해 두자릿수 수출 감소에도 불구, 추락을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호전되고 있다고 평가하는 고용시장도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산업근간인 제조업 취업자수가 5월부터 매월 5만명 이상의 감소폭을 보이며 실업률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그나마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반짝 상승한 소비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정부재정집행 여력도 상반기만 316조원을 지출하며 전체 예산의 60% 가까이 쏟아부었다. 하반기 추가 집행 여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홍 부총리에게 기대와 압박을 동시에 주고 있다. 문 대통령은 25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정부는 방역중대본과 경제중대본이라는 두 축으로 비상 대응 체제를 구축해서 운영해 왔다"면서도 "필요하다면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를 개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에도 홍 부총리에게 일임한 경제 중대본이 3차 추경 규모를 놓고 고심할 때 직접 회의를 주재해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여권 관계자는 "홍남기 부총리의 경제 사령탑 역할에 대통령이 신뢰를 계속 보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며 "경제 성과가 계속 나타나지 않는다면 차선책을 마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