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할인, 단말수급 어려워"… 중소업체 '울상'정부, 보편요금제 추진… '알뜰폰 활성화 정책' 엇박자 시장 진입제한, M&A' 등 정부 역할론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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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정책과 '자급제폰 모델 확대·이통사 결합할인 상품' 등으로 관련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으나, 중소 알뜰폰 업체들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해당 흐름을 타고 대기업 계열 사업자들의 시장 선점 공고화 및 관련 시장 진출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KT는 알뜰폰 계열사인 KT엠모바일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번달 KT스카이라이프의 관련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KB국민은행도 그간 온라인에서만 상품 판매를 진행했지만, 얼마전부터 오프라인으로도 판로를 확대했다.

    최근엔 현대·기아차가 커넥티드카 서비스 확장을 위해 사물인터넷(IoT) 전용 알뜰폰 사업자 등록을 완료했으며, 네이버와 카카오의 관련 시장 진출설도 나돌고 있다.

    ◆중소 업체, 결합할인 불가능…단말 수급 여전히 어려워

    중소 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이유는 역시 '자금력'이다. 대기업들의 경우 막강력 자본력을 바탕으로 세를 불릴 것이 자명해 설자리를 잃을 것이 불보듯 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대기업들은 인터넷, IPTV 등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인프라를 바탕으로 결합할인 상품을 제시하고 있는데 반해, 중소 업체들은 결합할인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합상품의 경우 여러 상품이 연계되 있어 가입자를 락인 시키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LG유플러스의 경우 '참 쉬운 가족결합' 상품을 알뜰폰 고객에게까지 확대했다. 기존 해당 결합상품엔 알뜰폰이 제외됐었는데, 알뜰폰 가입자까지 혜택을 넓힌 것이다.

    SK텔링크는 금융 제휴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통신 요금 할인 혜택 및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Wavve)', 음악플랫폼 '플로(FLO)' 등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단말 수급도 문제다. 일부 통신사들이 단말 구매를 지원하고 나섰으나, 매년 신형 스마트폰이 출시되면 통신3사에 먼저 물량이 배정돼 단말기 확보에 어려움이 크다는 설명이다. 특히나 최근엔 제조사가 직접 단말기를 판매하는 자급제 시장이 확대되면서 중소 알뜰폰 업계의 단말 수급은 더욱 어려워졌다.

    ◆보편요금제 추진…정부 '알뜰폰 활성화 정책' 엇박자

    여기에 정부가 알뜰폰 활성화 정책을 펴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보편요금제 추진 등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지난 20대 국회서 폐기된 보편요금제 도입 법안을 재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기업 계열 사업자보다 비교적 저렴한 요금제로 승부수를 보고 있는 중소 사업자들에겐 '알뜰폰 무용론'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에 음성 200분, 데이터 1GB를 기본 제공하는 저가 요금제를 말한다.

    알뜰폰 업체 한 관계자는 "정부는 알뜰폰 사업자가 이통사에 망 이용으로 제공하는 도매대가를 최소 20% 가량 낮추기로 결정했으나, 알뜰폰 업체들이 다양한 요금제를 구성하고 출시하기엔 여전히 비싸다"며 "이런 상황 속 보편요금제까지 출시될 경우 알뜰폰 업계는 이중고를 겪을 것이다. 해당 요금제가 출시될 경우 사실상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정책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시장 진입 제한-M&A' 등 정부 역할 절실

    이에 일각에선 정부가 사업자들의 시장 진입 제한과 동종 혹은 이종과의 인수합병을 알선해 자발적으로 사업을 정리하게끔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현재 알뜰폰 업체가 40여곳까지 수가 늘어나며 출혈경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사업자들의 진입은 '치킨게임식 시장 버티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양적 성장보단 질적 성장을 위해 차라리 대기업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 다양한 실마리를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을 '등록제'가 아닌 '허가제'로 바꿔 시장의 난립을 막아야 한다"며 "아울러 정부가 M&A 규제를 풀어 시장 활성화 여건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알뜰폰이 기존에 있는 인프라를 통합해 시너지를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타 산업과의 연계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대기업의 지속적인 투자를 통한 시장 재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